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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 현대상선 주요주주 탈퇴..배경은 지분율 5% 이하로 장내매각..범 현대가 화해 제스처 시각도

박준식 기자공개 2010-12-20 14:52:41

이 기사는 2010년 12월 20일 14:5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범 현대가(家)인 KCC가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지분을 일부 처분해 지분율을 5% 이하로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건설 경영권 쟁탈을 통해 범 현대가의 현대그룹 적대적 M&A 예상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 지분 매각의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KCC는 지난 6일에서 10일 사이 보유 중이던 현대상선 주식 163만2427주(0.78%)를 장내 등에서 처분했다. 남은 현대상선 주식은 공시 상으로는 613만1048주(4.29%)로 KCC는 이후 5% 이상 주요주주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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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가 처분한 현대상선 주식은 우선주와 보통주로 나뉜다.

우선주의 경우 현대상선이 현대건설 인수재원 마련을 위해 3년 전 발행한 의결권 있는 물량의 절반을 소각하기로 결정하면서 다른 주주들과 동시에 현금화한 부분이다. KCC는 계열사 고려시리카와 각각 58만9693주와 7404주를 주당 1만8398주에 소각해 약 110억 원을 회수했다.

하지만 KCC의 현대상선 지분 매각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KCC는 우선주를 처분한 지난 3일 이후 6일부터 총 5차례에 걸쳐 보통주 103만5330주를 추가로 장내에서 팔았다. 처분단가는 주당 4만1532~4만5252원으로 총 438억 원에 달한다.

KCC가 우선주와 보통주 163만 여주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은 548억 원 가량이다. 이 재원을 근거로 KCC가 현대상선 지분을 처분한 이유에 대해 2가지 배경이 추측된다. 첫 번째는 현대상선 유상증자 자금 확보이고, 두 번째는 현대상선 주요주주 탈퇴를 통한 전략적 선택의 가능성이다.

유상증자를 위한 재원확보 해석은 현대그룹의 전략에 대한 KCC의 방어기제로 분석된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전 자금 확보를 위해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의 유상증자를 각각 3200억 원, 2246억 원 규모로 결정한 상태다.

KCC는 지분 매각 전까지 현대상선 주요주주로 5.04%를 보유해 지분율만큼의 증자 참여(약 162억 원)가 예상돼 왔다. 하지만 KCC가 현대상선의 유상증자 이전에 보유 지분을 일부 축소하면서 납입 부담은 줄고 대신 현금은 넉넉해 졌다.

일반의 추측처럼 KCC를 비롯한 범 현대가가 현대건설 인수를 통해 현대상선 경영권 획득을 원하고 있다면 지분을 줄이는 게 상식적이지 않다. KCC는 그러나 현대상선 주가가 현대그룹의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 이슈로 등락을 거듭하고 장내 거래량도 대폭 늘자 이를 지분 매각 적기로 파악해 실리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KCC가 이번 지분 매각으로 전략적 포지션을 갖게 됐다는 해석도 있다. 일부 지분을 팔아 실리를 취했고 지분율도 5% 이하로 낮춰 주요주주 자격을 벗어버리면서 나머지 4.29%의 지분을 전략적으로 가용할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런 해석을 근거로 일부에선 KCC가 남은 지분을 장외에서 블록딜로 현대중공업에 넘길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계열사 등과 함께 약 25.47%의 현대상선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KCC가 현대중공업에 남은 지분을 넘기면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은 오로지 현대중공업의 의지대로 움직이게 된다.

이 경우 현대건설 매각에 따른 현대상선 경영권 분쟁 시나리오에 관심이 쏠린다. 일부 예상대로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뒤 현대건설이 보유한 현대상선 지분 8.3%를 현대중공업에 넘긴다면 분쟁 시나리오가 좀 더 힘을 얻게 된다.

하지만 뒤이은 KCC의 행보에 의문점이 남아있다. 현대상선 경영권 획득이 목적이라면 한주가 아쉬운 마당에 주식을 장내에 판 게 우선 의아하다. 또 KCC가 보통주 103만 여주를 10일까지 처분한 이후 추가로 장내에서 100만 주 이상을 더 팔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는 KCC에 공시의무가 사라진 이상 현재까진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중대한 의지변화로도 읽히는 문제다.

일각에서는 KCC가 현대건설 매각과 범 현대가의 집결 등으로 생겨난 이목집중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는 전언도 들린다. 지난 현대엘리베이터 경영권 분쟁 실패 이후 현대그룹 경영권에는 더 이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다. KCC가 현대상선 지분 모두를 장내에서 처분하면 경영권 분쟁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KCC의 지분 매각이 범 현대가의 분쟁의지 종결을 위한 화해적 제스처라는 해석은 설득력이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매각을 계기로 현대차그룹 등 범 현대가와 극한대립의 양상을 보여 왔다. 범 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인수해 그의 현대상선 지분(8.3%)을 활용한 경영권 분쟁을 일으킬 경우 그룹 전체의 경영권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KCC가 현대상선 주요주주에서 이탈할 경우 현대그룹의 위기의식은 어느 정도 잦아들 수 있다. 현대건설 인수 역시 극한대립 양상을 벗어나 가문의 장자에 이를 양보하고 현대그룹은 경영권을 지키는 실리를 얻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KCC의 (현대상선) 지분 매각은 범 현대가의 협의가 없이는 이뤄질 수 없는 결정"이라며 "현대건설 우선협상자 지위 박탈 위기에 놓인 현정은 회장을 안심시키기 위해 범 현대가가 보내는 화해적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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