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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 인베스트먼트 비즈니스 승부수 이구범 미래에셋증권 투자금융사업부 사장

박상희 기자공개 2011-01-04 08:56:37

이 기사는 2011년 01월 04일 08: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이 2011년 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한 인베스트먼트 비즈니스를 강화한다. 미래에셋증권 PEF 2,3호가 잇따라 론칭할 계획이고, PE 본부 발족을 고려하는 등 뉴 IB라고 할 투자 업무 저변 확대에 힘을 쏟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 투자금융사업부를 총괄하는 이구범 사장은 "내년에는 '안정'보다는 '성장' 쪽에 방점을 찍었다"며 "기존의 수수료에 기반한 인수 업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PEF를 중심으로 인베스트먼트 비즈니스에서 시장 선도자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국내 IB사업은 주식자본시장(ECM), 채권자본시장(DCM), 어드바이저리(M&A) 등 전 분야에 걸쳐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conventional)인 IB에 치중해 있다는게 이 사장의 판단이다. 이와 대비되는 개념으로 뉴 IB, 즉 PEF 등 투자 비즈니스가 좀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수수료 중심의 전통적인 IB 업무를 포기하겠다는 것은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중소형 딜보다 대형 딜을 수임하는데 주력, 트랙 레코드를 충실히 쌓기로 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수수료에 기반한 전통적 IB와 PEF 등을 활용한 뉴 IB를 각각 강화하면서도 수익적인 측면에서 균형을 이룬 조화를 추구하겠다는 이 사장의 복안을 들어봤다.

이 사장은 실사구시형이었다. 본인 스스로도 '뜬 구름 잡는 이야기'는 싫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그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아이디어 차원의 전략이 아니라 어느 정도 콘텐츠가 갖춰진 사업계획서에 가까웠다.

삼성생명 등 빅딜 놓친 2010년...진한 아쉬움

-먼저 2010년의 성과를 정리하면.

▲ 기업공개(IPO) 부문에서 아이마켓코리아 등 7개 회사를 성공적으로 상장시켰다. 또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무수익여신(NPL) 시장 참여에 대비해 팀을 재편했고, DCM 본부를 신설했다. 내년부터 본격 성과가 기대되는 분야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본부는 부동산 시장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존 투자 사업을 손해 없이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10조가 넘는 IPO 시장에서 대어로 꼽힌 삼성생명과 대한생명 딜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이 미래에셋생명 IPO 주관사를 맡은 만큼 미래에셋증권이 삼성생명 주관사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지만, 결과적으로 IPO 사상 최대의 메가딜이자 올해 최고 흥행작을 놓쳐버렸다. 미래에셋으로서는 뼈아프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성과에 만족하나.

▲ 부족하다. 가장 최근 건으로는 KT&G의 메디슨 인수 자문을 맡았는데 딜이 안 돼서 속상하다. 대형 딜은 채권단이 주로 매각 자문사를 선정하기 때문에 기회가 많이 안 온다. 우리는 중견 규모의 딜 쪽으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단순 M&A 자문도 좋지만, 인수 금융을 요하는 M&A 딜을 하려고 한다. 올해 M&A는 DKT(대경테크노스) 매각 딜이 성사된 것 밖에 없다. 들인 공에 비해서 성과가 많이 나지는 않았는데, 내년에는 좋은 성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NPL 쪽도 2군데 정도 비딩에 참여했는데 실패했다. 기존에 하지 않던 분야다보니 쉽지가 않다. 내년부터는 더 나아질 것으로 본다.

성과가 좋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그는 "이유야 찾으면 많겠지만 다 핑계"라며 "솔직히 우리 역량이 부족하다"고 쿨하게 대답했다. IB는 네트워크 싸움이고, 트랙 레코드 싸움인데 아직은 세일즈 파워가 부족한걸 실감한다는 것. 그래도 결론은 미래지향적이었다. 그는 "미래에셋이 출범한지 10년 정도 지나는 동안에 차근차근 잘 준비해 왔고, 내부 역량도 강화됐다"며 "금융지주사를 만드는 등 돌파해야 할 문제가 있지만 계획대로 잘 되고 있다"고 평했다

-부동산 PF본부가 2개다. 그쪽은 어땠나.

▲ 부동산 쪽도 증권사가 융통성 있게 잘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다. 미래에셋이 부동산 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있는 편이다. 예를 들어 시장이 좋을 때 금리를 12% 받고 투자했는데, 리먼 사태가 터졌을 때 만기가 돌아왔다. 연장을 하든지, 디폴트(default) 선언을 하고 경매 처분을 하든지 선택해야 했다. 다른 금융기관과 조인트로 투자한 경우 2곳이 연장하지 말고 경매를 하자고 제안했다. 우리가 설득해서 금리를 내려주는 등 조건을 완화시켜주면서 기간도 1년 더 연장시켜줬다. 현재는 100% 회수됐다. 우리가 350억원을 투자 했는데 딜 전체로 보면 600억원이 회수됐다. 이런 경험을 살리면 앞으로도 유연성을 바탕으로 프라이빗 딜을 많이 진행 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위아 등 빅딜 레코드 쌓을 것

-내년 전망은 어떤가

▲ 증권시장에서 주가지수가 올라가고, 주식 가격도 올라가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덩달아 기업에서 투자도 많이 할 것이다. 주식시장에서도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나타나는데 대기업 위주의 주가지수로만 보면 3000포인트까지 올라간다. 큰 회사들이 주가를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 2000~3000포인트 사이의 시장에서 상장하는 게 자금조달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게 그룹사를 비롯한 대기업들의 생각인 것 같다. 내년에는 지주사를 끼고 있는 대그룹에서 IPO와 회사채 발행이 많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대비해 대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RM)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인터뷰 전날인 23일 미래에셋이 주관을 맡은 현대위아와 일진 머티리얼즈 등 2개 회사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이 사장은 "심사 통과를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분 좋은 농담을 했다. 최근 심사가 까다로워졌기 때문에 혹시나 재심의 판정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는 것.

-현대위아 IPO 주관으로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비상장 계열사들 IPO에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 현대위아는 4~5년 전에 마케팅을 한 것인데 상장까지 오래 걸렸다. 그때는 HMC투자증권이 없을 때인데, 최근에 그룹사들이 증권사를 많이 만들었다. 우리 같은 금융 전업사는 그룹 증권사와 비교할 때 네트워크 측면에서 불리할 수 있다. 반면에 전문성이나 시장 투자자와 시장에 대한 관계 측면에서는 좀 더 유리하다고 본다.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어필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투자자들이 전업 증권사에게 가지고 있는 신뢰도에 대해서 기대를 할 수밖에 없다.

미래에셋 PEF 2,3호 론칭..."PEF 시장 선도할 것"

미래에셋은 지난해 170억원 규모의 PEF 1호를 출범, 150억원을 OCI 계열의 태양광 회사인 넥솔론에 투자했다. PEF 등 에쿼티 투자 비즈니스는 이 사장이 몇 년 전부터 내실을 다져온 야심작이다.

국내 IB 하우스들은 그간 언더라이팅 업무를 바탕으로 수익이 안정적인 피 베이스 비즈니스를 통해 덩치를 키워왔다. 적극적인 PE(private equity) 비즈니스 발굴로 막대한 투자이익을 거두는 외국계 하우스와는 대조를 보여왔다.

이 사장은 "자기자본의 한계와 기관투자가들의 시선 등 이미지 측면에서의 불리함 때문에 증권사가 투자 비즈니스를 방치해 온 측면이 있다"며 "투자 비즈니스는 증권사가 가장 강한 영역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에 출범하는 PEF는 어떤 것인가.

▲ 미래에셋 프로젝트 PEF 2,3호를 론칭한다. 각각 1000억원 정도를 조달해서 이머징 아시아 마켓에 투자할 계획이다. 글로벌화된 중국 증권사와 투자회사, 홍콩 현지 기업들과 제휴를 해서 중국과 인도에 포커스를 맞춰 보려고 한다.

-미래에셋 PEF는 미래에셋맵스와 어떻게 다른가.

▲ 자산운용사에서 운용하는 미래에셋맵스는 대형 딜을 대상으로 하는 블라인드 펀드다. 반면에 미래에셋증권 PEF는 투자대상이 정해져 있는 프로젝트 펀드로, 200억~300억원 규모의 소규모 딜을 목표로 한다. 운용하는 사람 입장에서 스트레스도 덜 받고 투자자들도 프로젝트에 대해 의사소통을 하면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실 PEF 등 투자 비즈니스는 증권사 간 경쟁이 아니라 자산운용사, 벤처 캐피탈 등 다른 권역 금융사들과의 경쟁이다. 이 사장은 "증권사는 마케팅을 통해 재무제표에 쓰여있지 않은 기업문화와 경영자의 철학까지도 읽는다"며 "이런 것은 증권사가 가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PE 본부 독립도 고려 중...투자 비즈니스 역량 강화

-미래에셋증권만이 가진 장점은 뭔가.

▲ 우리는 기업에 투자를 해서 이익도 내보고, 손절매도 해봤다. 다시 말해 관리를 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기업과 업계를 잘 알고 있다. 입찰이나 투자를 할 때는 우리가 가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해 비즈니스 업계 최고를 만들 수 있나 하는 것을 기준으로 본다.

미래에셋증권은 내년 초 국내 종합상사와 함께 1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 2개를 론칭할 계획이다. 기존의 용선 방식(BBCHP)이 아니라 펀드가 직접 발주를 해서 선주가 되는 실척형 펀드다. 이 사장은 "전통적인 IB 이외에 새로운 분야 개척을 시도하고 있다"며 "실척형 선박펀드도 그 방안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투자 비즈니스를 강화하기 위해 현재 기업금융 2본부에 소속된 PE팀을 내년에 PE본부로 승격, 독립시키는 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10명 안팎의 PE팀 인력도 보강할 계획이다.

그는 "수익적인 측면에서 수수료에 기반한 비즈니스와 인베스트먼트 비즈니스를 조화롭게 구성하는 것은 미래에셋이 비단 내년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관철시켜야 할 목표"라고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인터뷰가 끝나고 취미가 뭐냐는 개인적인 질문을 했다. 구리빛 건강한 피부 때문인지 으레 골프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했다. 이 사장의 취미는 클래식 감상이었다. 특히 말러의 2번 교향곡 '부활'을 좋아한다고 했다.

이 사장은 "업무가 드라이(dry)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메마를 수 있어서 의식적으로 혼자 하는 취미생활을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휘자는 지금은 타계한 독일의 카를로스 클라이버를 좋아한다"며 "연주단원에게 연주를 지시하지 않고, 연주 자체를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는 그의 리더십을 닮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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