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1년 04월 08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2월 17일 늦은 오후 한국장학재단 홈페이지에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킨 공지문이 떴다.
지난 2006년 삼성그룹으로부터 기부 받은 삼성에버랜드 보통주 4.25%(10만6142주)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주관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시장은 들썩였다. 삼성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사 주식이 시장에 출회된다는 점과 비상장사인 에버랜드가 과연 시장에서 어떤 가격 평가를 받게 될지 등이 관심사로 부각됐다.
장학재단은 빠른 속도로 매각 일정을 진행하고자 했다. 공고 후 2주 동안만 주관사 입찰제안서를 받고 곧바로 3일 후 1차 서류 통과자에 한해 설명회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한 달여가 지난 지금 당초 계획했던 일정은 완전히 틀어졌다. 대우증권과 동양종합금융증권, 대신증권-삼일PwC 컨소시엄은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여태까지 추후 일정을 통보받지 못하고 있다.
장학재단 측은 주관사 평가위원 선정 작업이 길어지면서 매각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평가 위원단 구성 등 기본적인 사전 준비도 없이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평가위원 구성 작업이 한 달이 넘는 시간이 소요될 만큼 손이 많이 가는 절차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매각공고 후 3주 내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설명회까지 마무리짓겠다고 공언하던 장학재단이 일정을 연기하자 시장에는 삼성 개입설과 같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수년 전에도 정부 측이 에버랜드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가 중도에 중단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장학재단 관할 정부기관인 교육과학기술부(옛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 2007년 에버랜드 지분을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주관사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하지만 매각 절차 진행 도중 돌연 매각 유보 결정을 내리고 관련 사업을 접었다.
당시 일각에서는 매각 중단 결정에 에버랜드 주식 회수를 원하는 삼성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부 측이 유보 결정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괜한 삼성만 후폭풍을 맞은 꼴이 됐다.
에버랜드 지분 매각건은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거래다. 실제 에버랜드 IPO의 전초전으로 평가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장학재단의 안일한 대처로 과거 에버랜드 지분 매각 당시 불거졌던 오해와 의혹들이 다시 불거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특히 시기적으로도 삼성그룹 3세 경영체제 구축을 위해 에버랜드 IPO 추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시장의 이목이 더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장학재단은 다음 달 중순까지 주관사 선정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시장에 확신을 줄지, 의심만 키울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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