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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안 개구리의 생태계 파괴' 지적 부담 [인수후보분석 - 포스코]"민영화 이후 산만해진 집중력…포식자 낙하산 영역 확대" 비판에 속수무책

박준식 기자공개 2011-05-06 16:25:42

이 기사는 2011년 05월 06일 16: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그룹이 대한통운 인수전에서 갖는 약점은 정성적인 부분에서 두드러진다. 재무적인 여력은 차치하더라도 이 딜에 참여한 포스코를 바라보는 대내외적인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다.

우선 그동안의 인수합병(M&A)으로 인한 피로감이 상당하다. 2006년 전후로 M&A 전담팀을 만든 이후 계열사를 포함, 5년 간 10여 차례 이상의 딜을 성공했다. 주 계열사인 포스코는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에서 철강사를 사들였고, 대한스텐레스(2008년 2000억 원, 현 포스코ACT)와 성진지오텍(2010년 1600억 원), 대우인터내셔널(2010년 3조4000억 원)을 인수했다.

주력인 철강업의 경쟁력 향상을 위한 중소형 딜에 대해서는 큰 우려가 없다. 하지만 대규모 이종사업 확장은 불안한 요인이다.

성진지오텍은 1600억 원에 샀지만 키코(KIKO)가 터져 800억 원을 더 쏟아 부었고, 대우인터는 돈 많은 롯데보다 2000억 원 이상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

반세기 넘게 철강업에만 집중한 이 회사는 확실히 이종 사업의 가치평가에 서투르다는 게 증명됐다. 앞선 두 사례가 아니더라도 포스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을 무려 7조 원(51%)에 인수하려고 했다. 입찰 자격문제가 불거져 응찰이 좌절됐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10년 간 철로 번 돈을 3년간 조선 침체기에 모두 쏟을 뻔했다.

공기업 출신의 이 철강사는 민영화 이후로 국내에서만 발을 뻗치는 모습도 지적을 얻는다. 철강업 경쟁력은 장인정신으로 갈고 닦아 세계수준에 올랐지만 미탈 같은 인도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동안 우물안 개구리처럼 국내에 머물렀다는 비판이다. 몇 년 전까지 미탈의 적대적 공격을 걱정하더니 요즘에는 현대제철의 성장을 견제하는 소아적인 모습도 눈에 띈다.

철로 번 돈을 핵심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이종에 퍼붓는 건 국내 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부작용도 낳는다. 포스코는 대한통운을 인수해 물류시너지를 얻을지 모르지만 기존 이 그룹에 서비스를 제공하던 아웃소싱 기업들은 그만큼 매출을 잃게 된다.

연안해송과 하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동방은 4308억 원의 매출에서 1100억 원을 포스코에 기대고 있고, △천일은 1240억 원 중 300억 원(24%)을, △한진은 9014억 원 중 950억 원(10%)을, △세방은 4961억 원 중 280억 원(6%)을 의존(2010년 기준)하고 있다. 포스코 의존율이 3%대(1조8333억 원 중 560억 원)인 대한통운이 주군의 계열로 포함되면 나머지는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해상 및 육상 물류뿐만 아니다. 그러잖아도 경쟁이 심한 택배업과 산업적 침체기가 지속되고 있는 해운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대한통운을 사들이면 포스코는 이들 업계의 생태계를 파괴할 포식자가 될 우려가 크다. 성장에의 관성이 큰 기업집단이라 아무리 자제한다고 해도 관료제 내의 실무자들은 해당 분야 실무를 맡은 이상 성과를 내려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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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는 2009년 중반에도 물류업 합리화를 명분으로 대우로지스틱스 인수를 시도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업계의 맹렬한 저항으로 좌절됐다. 당시 포스코는 정부 눈치를 봤고 탄원이 잇따르자 시도 자체를 유야무야 하는 식으로 접었다.

2년이 지나 이 계획은 대우인터를 성공한 자신감으로 인해 더 원대해졌지만 성공 확률도 그에 비례할 지는 미지수다. 동반 성장과 공정 사회가 국정 철학으로 제시된 이 정부에서 준(準) 공기업인 포스코가 이 가치들을 무시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인지 대한통운 인수에 있어 포스코 내부의 자정 작용도 엿보인다. 최고경영자인 정준양 회장은 "검토할 수 있다"는 중립적인 입장이지만, 실무를 책임지는 부사장급 인사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여기에 사외이사진 일부도 과도한 입찰 경쟁과 베팅에 대한 자제를 주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대우인터에 이어 1년도 지나지 않아 추진된 조 단위 메가 딜에 대한 외부 기관들의 우려를 무시할 수 없다. 무디스와 스탠다드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이 그룹의 재무 상태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앞으로 신용등급 A2를 유지할 수 여력이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포스코의 연결 차입금은 2009년에서 2010년까지 1년 만에 약 64%(18조6474억 원→30조7445억 원)나 늘었다. 연결기준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대비 차입금 비율도 같은 기간 1.9배에서 2.5배로 치솟았다. 대우인터 인수부담이 8할이다.

포스코는 지난 4월 초 7억 달러(약 8000억 원) 규모의 10년 만기 해외채권을 발행했다. 이자율 5% 대의 이 채권은 인도제철소 지분투자와 철광석 구입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돈에 꼬리표가 없는 이상 대한통운 인수를 위한 선제적 유동성 확보 조치로도 인식된다.

연결 기준으로 한 이 그룹의 현금성 자산(2010년 말)은 3조6000억 원 수준으로 대한통운 인수금(약 2조 원 예상) 조달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그러나 철광석 및 석탄 등 원재료 가격상승과 해외 진출, 신재생 에너지 사업 등의 본업 소요치를 제외하면 그리 넉넉한 수준이 아니다. 그에 비해 대한통운 인수는 빚이 늘고 신용등급이 떨어질 요인이다.

포스코는 부인하지만 국내 이종사업의 공격적 확대는 비대해진 인력구조를 사외에서 해소하려는 조치란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실제 대우인터 인수를 지휘한 이동희 전 재무총괄부사장(CFO) 등 일부 수뇌부는 부회장 직함으로 거취를 옮겨 정년을 늘리고 있다. 포스코가 국내에서 발을 뻗칠수록 '낙하산 영역 확대'란 비판은 거세진다.

철강업의 과점 사업자인 포스코는 원재료 가격을 올려 인플레에 기여하고 있다.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수출업계와 마찰을 빚고 얻은 값진 소득을 물류업 대규모 투자로 과연 연결 지을 수 있을까. 본선 경쟁력에 의심이 드는 건 이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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