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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매출 확대 배경은...정책금융공사 입김? 기업가치 상승 및 M&A 프리미엄 배제

정준화 기자공개 2011-06-14 09:32:28

이 기사는 2011년 06월 14일 09: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상장으로 구주 매출에 나선 주주들의 주머니 사정이 두둑해지게 됐다. 기존 주주 중 삼성테크윈, 현대자동차, 범 두산그룹 등은 37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구주 매출 규모가 신주 모집 규모의 두 배나 되는 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KAI의 수출이 이제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IPO 이후 경영권 매각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기존 주주들이 구주 매출에 적극 나선 점은 의문이다. 더 높은 가격에 프리미엄을 받고 팔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버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기존 주주들의 구주 매출 비중이 예상보다 높은 것은 이번 IPO와 M&A에 열쇠를 쥔 정책금융공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 구주 매출로 3700억원 현금 손에 쥐어

이번 상장에서 KAI의 구주매출 규모는 2461만3883주다. 지분 30.1%를 보유한 최대주주 정책금융공사는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는다.

나머지 주요주주인 삼성테크윈(790만8529주), 현대자동차(709만8529주), 디아이피홀딩스(425만9368주), 오딘홀딩스(393만3184주), 신한은행(58만6717주), 한국항공우주산업(17만556주) 등이 IPO를 통해 보유지분을 시장에 매각한다.

공모가 밴드가 1만4000~1만6000원임을 감안하면 구주주들은 3692억원(밴드 중단가격 적용) 가량의 자금을 손에 쥐게 된다. 구주매출 규모가 가장 큰 삼성테크윈과 현대자동차는 각각 1190억원 가량의 현금을 확보한다.

범두산 계열로 분리되는 디아이피홀딩스와 오딘홀딩스로 유입되는 금액은 각각 640억원, 590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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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보다 많은 구주매출...향후 주가상승분 포기?

이번 IPO에서 구주 매출(2461만주)과 신주 모집(1200만주)의 비중은 2대 1을 넘어선다. 관련업계에서는 신주 모집과 구주 매출 비중이 예상(1대 1)을 크게 뛰어넘는 수준이라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향후 KAI의 잠재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삼성테크윈과 현대차가 보유 지분의 절반 가량을 털어낸 것이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이들의 인수 의지를 떠나서라도 KAI의 실적 개선 추이와 향후 경영권 매각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과도한 구주 매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T-50 고등훈련기 추가 수출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분을 모두 포기했다는 점은 의문이다. KAI는 T-50 고등훈련기 개발을 위해 2조 원 가량의 연구개발(R&D) 자금을 투자했다. 이 개발비는 우리 공군이 올해까지 90대를 인도받아 손익분기점을 맞추는 수준에 이르렀다. 대당 2500만 달러(275억 원)의 가격을 고려하면 90대의 공급 가격은 2조4750억 원에 달한다.

즉 앞으로 수출할 물량은 KAI의 기업가치로 그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말이다. 당장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로 한 물량만 따져도 대당 2000만 달러(할인가격, 218억 원)로 계산하면 총 16대, 3500억 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T-50의 추가 수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T-50) 추가 수출에 따른 기업 가치 상승으로 IPO 이후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며 "기존 주주들이 (구주 매출 확대를 통해) 이런 가능성을 스스로 박찬게 아닌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주주협의회 측은 이에 대해 "IPO가 보유 주식을 털어낼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인데다 상장 이후 적절한 유통물량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구주 매출 비중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M&A 염두에 둔 공모구조...정책금융공사 입김?

정작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정책금융공사는 전혀 구주 매출에 나서지 않는다. 이에 대해 관련 업계에서는 IPO 이후 진행될 경영권 매각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보고 있다.

정책금융공사가 구주 매출에 나서 지분율이 크게 하락할 경우 앞으로 진행될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협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IPO를 통해 기존 주주들의 지분을 줄여놓으면 예비 인수 후보자들의 부담도 줄어드는 '이중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된다.

현재의 공모 구조대로면 상장 전 92% 가량인 주주협의회 지분은 공모 후 56.8%까지 떨어진다. 이 가운데 정책금융공사의 경우 30.1%에서 26.8%로 하락하는데 그친다.

결론적으로 정책금융공사의 지분율 희석은 최소화하면서 향후 매각할 지분 규모는 줄이는 '일거양득'의 구조가 짜여진 셈이다. 이같은 구조는 상대적으로 구주매출 비중을 높인 다른 주주들의 희생(?)이 전제된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들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구주 매출 비중을 높였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KAI가 지금의 우량한 모습을 갖추기까지 정책금융공사의 역할이 컸고 앞으로도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 주주들 입장에서 기업가치 상승이나 M&A 프리미엄 등이 아쉽겠지만 별다른 목소리를 내기 힘든 처지라는 설명이다.

주관사 관계자는 "가장 지분율이 높은 정책금융공사의 주도하에 공모 구조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며 "앞으로 진행될 M&A 등을 고려해 종합적으로 (공모 구조가)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이와 관련 "기존 주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결정된 사항"이라며 "설립 초창기부터 오랜기간 보유했던 지분 중 일부를 IPO를 통해 처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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