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도 포기한 삼양사 회사채, 우투가 '덥석' 발행 금리 국고3년+38bp···'AAA' 등급 민평 보다 5bp 낮아
이 기사는 2011년 06월 23일 1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당업계 2위인 삼양사가 정부에서 지급보증을 받는 공사들과 같은 금리 수준에서 회사채를 발행하게 됐다. 삼양사의 신용등급이 최상위(AAA)보다 세 노치나 아래인 AA-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일이다.
회사채 시장 관계자들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낮은 금리에 투자자모집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신용등급과 채권금리의 질서가 무너졌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내달 11일 발행되는 삼양사의 회사채 금리가 국고 3년에 38bp를 더한 수준에서 결정됐다. 전일 종가기준 국고 3년물이 3.67%인 것을 감안하면 4.05%로 3년물 공사채 민평 금리와 같다. 삼양사 발행금리는 AAA급 회사채 민평금리보다도 5bp나 낮은 수준이다.
삼양사는 지난 22일 7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회사채 발행을 위한 입찰을 실시했다. 처음부터 7개 증권사만 입찰 참여가 가능하도록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한 6개사는 사실상 들러리에 불과했다. 다른 증권사들은 국고3년에 45bp를 더한 정도에서 금리가 결정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우리투자증권이 그보다 7bp나 낮은 금리를 제시하고 500억원을 단독으로 인수키로 했기 때문이다.
금리 베팅이 강하기로 지존인 산업은행은 삼양사 회사채 인수를 검토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양사가 원하는 금리가 너무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채권 인수에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원성을 듣는 산은이지만 AA급 회사채를 4% 수준에 인수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실제로 산은에는 아무리 좋은 회사채라도 조달금리인 산금채보다 낮은 금리로 인수할 수는 없는 내부 조항이 있다. 산금채 3년물의 22일 기준 민평 금리는 4.02% 수준이다. 산금채 발행을 위한 여러가지 비용을 감안하면 삼양사 회사채를 인수해도 남는 게 없다.
다수의 증권사 DCM관계자는 "인수하자 마자 손해가 나는데 누가 채권을 사려 하겠냐"며 "AA-등급에서 이렇게 발행 금리를 낮추게 되면 향후 발행될 AA급 채권들의 금리가 더 낮아질 것이고 수수료 녹이기 관행은 더 굳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증권사 인수담당자는 "산업은행이 너무 낮은 금리로 회사채를 인수하기도 유명하지만 우리투자증권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며 "신용등급 상향 후 삼양사가 요구한 터무니 없는 금리에 맞춰 줄 수 있는 곳은 우리투자증권 뿐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북(book)에 여유가 있어 500억원 정도는 갖고 있을 수 있다"며 "일단 인수하고 나중에 판매하는 식의 영업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삼양사가 향후 발행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한 번 발행할 때 최대한 개별 민평 금리를 낮추려고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발행도 지난 2009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삼양사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나 자금 조달이 필요할 만큼 영업이익 악화 등의 이슈가 없다.
증권사 관계자는 "회사채 발행 목적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양사의 이번 발행은 차환 자금 마련을 위한 단발성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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