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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블루팀 '룬샷' 이끌어낼까 thebell note

이장준 기자공개 2020-08-05 08:36:00

이 기사는 2020년 08월 03일 07:5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 다수가 휴가철 직접 읽거나 임직원에게 추천할 도서로 '룬샷'을 꼽았다. 룬샷은 언뜻 허무맹랑해 보이나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뜻한다.

대격변 속에서 룬샷을 살린 조직은 변화를 주도했고 저버린 조직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의 일상화, 네이버·카카오 등 빅테크의 등장에 대한 금융권의 위기의식이 느껴진다.

손태승 회장은 이 책을 추천하진 않았지만 최근 우리금융도 디지털전환을 위해 '블루팀'을 만들었다. 디지털 부문이 경쟁사보다 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5월 디지털혁신위원회가 출범할 때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꾸린 상향식(Bottom-up) 조직이다.

팀명은 우리금융과 젊음을 상징하는 파란색에서 따왔다. 지원자를 받아 과장급 위주로 계열사, 부서가 골고루 구성되도록 30명을 추렸다. 그룹의 디지털 관련 정책 등을 모니터링하고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게 주 역할이다.

블루팀은 지난달 말 손 회장이 처음 참여한 디지털혁신 포럼에서도 가감 없이 쓴소리를 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례로 임원들에게 우리은행 모바일뱅킹 앱(우리WON뱅킹)의 정확한 명칭을 쓸 수 있는지 물었다. 정확한 답을 내놓은 이는 거의 없었다. '디지털 퍼스트'가 아직 요원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달라진 모습도 눈에 띈다. 이날 블루팀의 PT 발표를 들은 손 회장은 일부 아이디어를 즉석에서 임원들에게 반영하도록 주문했다. 카카오뱅크를 벤치마킹해서 모바일로 송금할 때 온/오프(on/off) 기능을 추가해 잔액이 보이지 않도록 한 것도 블루팀 의견을 수용한 사례다.

토론 분위기는 가볍고 활기찼다. 손 회장도 임원 보고에서 들을 수 없던 생생한 얘기가 나오자 저녁 일정까지 미루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다만 블루팀이 성공하려면 전제가 따른다. 금융권 특유의 보수적인 문화에 부닥치면 룬샷을 발견하더라도 묻힐 수 있다. 기존 조직과 독립적으로 떨어져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 조성은 기본이다. 프로젝트를 수호하려는 임원진의 의지도 그만큼 중요하다.

상반기 우리금융이 씁쓸한 성적을 거둔 뒤 임원진은 분위기 쇄신 차 파란 와이셔츠를 입고 블루팀을 찾아 격려했다. 이들은 업무 외 시간을 따로 투자할 만큼 열정 있고 로열티가 강하다.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를 주고 전폭 지원해준다면 디지털 '언더독'의 반란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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