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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기업구조조정 리뷰]수차례 날린 아시아나 매각 기회, 깨진 원칙이 부른 화⑤기업 정상화보다 구주가격 높이기에 더 관심, 채권단 일원들도 '의구심' 표해

고설봉 기자공개 2020-12-02 07:45:55

[편집자주]

산업은행은 한국 기업구조조정의 중추다.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부실기업 정상화를 주도하며 가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 의구심을 산 경우도 있다. 실질적인 가치만 따져 구조조정이 이뤄진 것인지 의문을 키운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을 두고 최근 산은이 보여준 문제들은 다시금 과거사를 돌아보게 만든다.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 과거사를 토대로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인지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30일 16:1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대표적인 사례다. 사실 몇 번의 정상화 기회가 있었지만 산업은행은 기존 대주주 경영권을 지켜주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구조조정 원칙대로라면 부실경영 책임이 있는 대주주를 교체해 기업을 살릴 새 주인을 진작에 찾아주는 게 맞았다.”

오랫동안 KDB산업은행과 기업구조조정을 놓고 머리를 맞댔던 시중은행 구조조정 전문가의 말이다.

그는 아시아나항공이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채권단 일원으로서 바라보며 산은 구조조정 실무진과 많은 갈등을 겪었다고 말했다. 해당 인사는 산은 관리체제에서 아시아나항공의 경영부실이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구주 인수가 높이 부르는 쪽에 후한 점수, 기업 정상화는 뒷전

2015년 1월 시작된 산은 및 채권단의 금호산업 보유지분 매각은 건설업계가 아닌 항공업계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표면적으론 금호산업 경영권 주식을 매각하는 딜(Deal)이었지만 깊숙이 보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사고파는 거래였다. 금호산업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로서 여러 계열사의 경영권을 모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다수 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물밑에서 산은과 접촉해 파격 조건을 내건 기업들도 있었다.

‘구주 6007억원 인수, 신주 최소 1조원 이상 증자.’ 금호산업 입찰이 진행된 2015년 4월 28일 호반건설그룹이 제시한 조건이었다. 딜이 최종 결렬된 2015년 5월 18일 종가 기준 금호산업의 시가총액은 6006억원 수준이다. 경영권 확보를 위한 지분 일부를 사는데 금호산업 시가총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써냈지만 산은은 구주가격이 적절치 않다며 호반건설의 응찰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후 진행된 산은과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간 거래에서 박 전 회장은 7228억원에 금호산업을 되가져갔다. 호반건설의 ‘구주 6007억원 인수+1조원 이상 유증’과 박 전 회장의 '구주 7288억원 인수' 조건을 두고 후자를 선택한 것이다.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에 가치를 두기보다 당장 자신들이 보유한 구주를 사들이는 가격을 높게 써낸 원매자를 선택했다.

당시 매각에 참여했던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시중은행은 채권단 내에서 목소리를 높일 수 없는 구조였고 산은이 계획한 대로 찬반 투표만 진행하는 선에서 주요 의사결정이 이뤄졌다”며 “산은의 구조조정은 채권회수에 대한 고려만 있을뿐 기업의 미래에 대한 전략적인 판단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후 2019년 4월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본격화하자 시장엔 이상한 말이 돌았다. "구주(금호산업이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 지분 33.47%) 가격을 더 높게 쳐 줘야 가점을 준다"는 소문이 돈 것이다. 그런데 산은에서 M&A를 담당하는 실무진이 아시아나항공의 잠재적 인수 희망자를 대상으로 사전 수요조사를 하면서 이 같은 말을 한 것이 사실로 나타났다.

아시아나항공 인수전 참여를 고민하던 복수 기업들은 산은 실무진의 상식 밖 거래 조건 이야기를 듣고는 인수전 참여를 주저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 구주 가격을 더 높게 쳐준다는 말의 의미는 '구주(금호산업 회수)+신주(아시아나항공 자본확충)'로 지불하는 아시아나항공 인수대금이 금호산업(박삼구 전 회장)으로 더 많이 돌아가고 그만큼 아시아나항공 자본확충 금액은 더 줄어든다는 뜻이 된다. 인수 후 부실을 잠재우는데 예상보다 더 많은 자금을 써야 한다는 의미가 되는 셈이다.

실제 수요조사 대상이었던 A기업 관계자는 “산은 실무진이 ‘이번에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내놓는 결단을 했으니 배려를 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며 "경영 실패를 야기한 대주주를 왜 배려해야 하는지, 지금은 아시아나항공 정상화가 더 시급한 문제가 아닌지, 이런 구조면 어떤 원매자가 거래에 뛰어들지 등 우려스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 매력도를 스터디 차원에서 보고 있던 A기업은 이 전화 통화 뒤 참여 의사를 철회했다.

앞선 채권단 관계자는 “산은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위해 신규 유상증자가 불가하다고 설명했는데 4년 전 같은 방식에 대해서는 왜 반대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상황이 바뀌어서 그에 맞는 대응책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객관적으로 상황을 지켜보면 사실 변한건 거의 없고 아시아나항공 및 그 계열사들의 재무상황만 더 나빠졌다”고 지적했다.

◇10여년 허송세월 아시아나 구조조정, 대주주 책임 왜 안 물었나

예나 지금이나 대주주의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제대로 지우지 않은 산은의 결정으로 아시아나항공은 M&A 적기를 여러 번 놓쳤다. 그러다가 아시아나항공이 도산 직전까지 몰리자 또 다른 재벌기업인 한진그룹에 항공업을 몰아주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작 산은 구조조정실이 과거 15년간 사례를 담아 2014년 초 발간한 '구조조정 백서'에는 부실경영 대주주에 대한 책임을 어떤 식으로 묻는 것이 원칙인지와 그 방식이 여러 조항에 걸쳐 적시돼 있다. △지배주주 및 경영자의 책임 강화를 위해 사실상의 이사에 대한 책임 부과 △회사정리 원인을 제공한 주주의 주식소각 △부실기업경영진에 대한 책임추궁 제도화 등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산은은 금호그룹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기존 대주주에 대한 책임을 지우는데 적극적이지 않은 듯한 양상을 보였다. 특히 2009년 12월 채권단 관리체제로 돌입한 뒤 회장직에서 물러난 박 전 회장이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2010년 초 다시 경영에 복귀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러한 박 전 회장의 경영복귀는 산은이 허용하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산은은 백서에서 “정상화작업에 기존 지배주주(박삼구, 박세창) 참여를 결정했고 MOU 체결시부터 3년간, 채권금융기관 인정시 2년 연장 가능하다”며 “기존 계열주의 경영으로 경영정상화 성공적 달성시 우선매수권을 부여한다”고 당시 결정을 밝혔다.

산은의 배려 덕분에 박 전 회장은 워크아웃과 채권단 관리가 아직 끝나지도 않은 계열사를 사들여 그룹을 재건하는 계획을 세운다. 박 전 회장이 이를 위해 아들 박세창 사장과 함께 설립한 곳이 금호기업(현 금호고속)이다. 이곳을 통해 계열사들 인수를 추진했다. 그룹을 재건할 돈이 없었던 박 회장은 투자금을 여기저기서 모으기 시작했다.

박 전 회장이 부담해야 할 이자가 불어나며 상환해야 하는 투자금 규모는 점차 더 커져갔다. 이로 인해 금호고속은 과도한 차입, 높은 부채비율, 담보자산 고갈 등 열악한 재무상태로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조달 등이 어려워졌다. 이후부터 그룹 컨트롤타워인 전략경영실(금호산업 지주사업부 소속)을 통해 자금조달 방안을 기획한다.

하지만 재건은 고사하고 아시아나항공을 산은 손에서 매각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산은이 '책임' 원칙을 제대로 지켰더라면 10년 넘는 허송세월을 보내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평가다.

앞선 시중은행 관계자는 “산은의 구조조정 원칙은 사실 매번 변하는 것 같다”며 “특히 대주주에 대한 책임추궁에 있어서는 늘 후한 편이었고 오히려 채권금융기관들의 희생을 요구하면서 대주주를 지원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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