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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와 금감원의 역할 [thebell note]

이경주 기자공개 2021-07-16 10:29:0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5일 07:46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년 전 신혼여행을 인도네시아 발리로 다녀왔다. 길바닥에 나무에서 떨어진 망고가 널려있는데 아무도 주워가지 않는 것을 보고 놀랐다. 망고 원산지라 너무도 흔해서다. 시장에서 최상급 망고를 한 보따리 사도 수천원이면 충분했다. 과일을 좋아하는 아내는 망고를 원 없이 음미했다.

그런데 아내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망고를 즐긴다. 고작 3개에 가격은 만원이 넘는다. 새삼 시장경제를 체감했다. 수요는 있고 공급은 없으니 가격이 수십 배로 뛴다. 비싸도 사는 사람이 있다.

IPO 기업가치(밸류)와 공모가에 사실상 개입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의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꺼낸 이야기다. 초대형IPO 주자인 SD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금감원이 정정하라고 했다. 양사는 공모가를 낮춰 다시 수요예측 일정을 잡았는데 이번엔 금감원이 통과시켰다.

IPO는 처음으로 시장에 주식을 내놓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적정 가격을 모른다. 망고처럼 수요에 의해서 결정된다. 그래서 기관수요예측을 한다. 먼저 발행사는 자체적으로 산출한 밸류를 기반으로 공모가 희망밴드를 일정 범위로 제시한다. 이후 기관들이 가장 많이 베팅하는 가격대를 공모가로 최종 확정한다.

희망밴드 전체가 비싸면 기관들은 더 낮은 가격에 베팅하기도 한다. 이 경우 공모가가 희망밴드보다 낮은 가격으로 정해진다. 에이플러스에셋어드바이저가 대표적이다. 반대로 공모가가 희망밴드 상단을 초과하는 경우도 많다. 희망밴드는 말그대로 희망일 뿐이다.

금감원 정정 요구는 아무도 모르는 가격(희망밴드)에 대해 비싸다고 판단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전지적 능력에 가깝다. 가장 객관적이면서 합리적 가격 결정 방법인 수요예측을 뛰어넘는 판단이다.

문제는 단순하다. 망고가 너무 비싸 정부에서 1만원 짜리 3개를 5000원으로 못 박았다고 치자. 수익성이 떨어진 수입업자들은 더 이상 망고를 들여오지 않을 것이다. IPO 시장도 마찬가지다. 경쟁력 있는 발행사는 국내가 아닌 다른 금융시장을 택할 유인이 높아졌다. 제2의 쿠팡이 나와도 금감원은 할 말이 없다.

금감원은 정보력에서 상대적 약자인 일반투자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보인다. 공모주 시장이 인지도 높은 빅딜 위주로 과열되고 있어 제동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 제동은 투자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시장경제 체제라는 순리가 있다. 거스를 경우 어디서 튀어 나올지 모르는 부작용에 대해 금감원은 책임질 수 없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있는 허위사실이나 오해를 일으킬만한 내용 등을 색출해 투자자 피해를 막는 것이 맡겨진 역할이다. 망고 가격을 판단할 것이 아니라 유통기한을 지켰는지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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