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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 형평성 논란 불가피 고밸류 기준없어…카카오뱅크부터 시험대

이경주 기자공개 2021-07-06 13:34:38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5일 06: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D바이오센서에 이어 크래프톤도 금융감독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계기로 기업가치(밸류에이션)를 크게 낮췄다. 사실상 당국이 시장 자율로 정해져야 하는 가격산정에 개입한 것인데 후폭풍이 예상된다.

‘정정 요구=고평가 기업’이라는 인식이 시장에 조성됐다. 이는 후속 빅딜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감원 정정여부에 따라 고평가 혹은 저평가 기업이라는 딱지가 붙게 된다. 그런데 금감원의 판단은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SD바이오센서·크래프톤 정정…카카오뱅크도 주목

크래프톤은 7월 1일 정정신고서 제출을 통해 적정밸류를 29조1662억원으로 수정했다. 최초 증권신고서에 기재한 35조735억원보다 5조9073억원 줄였다. SD바이오센서도 6월 29일 정정신고서를 통해 밸류를 11조7549억원에서 9조105억원으로 2조7000억원 가량 축소했다.

양사는 모두 밸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을 받긴 했다. 발행사보다 체급이 훨씬 크고 주가수익비율(PER)도 높은 해외기업을 피어그룹에 넣은 것이 논란이 됐다. 크래프톤의 경우 공룡 콘텐츠사인 월트디즈니를, SD바이오센서는 미국 대형 진단업체 써모피셔사이언티를 넣었다.

이에 양사는 정정을 통해 피어그룹에 PER이 낮은 국내사를 대거 추가하거나 국내사로만 꾸리는 방식으로 밸류를 낮췄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가격에 당국이 먼저 개입한 것에 따른 후폭풍을 우려한다. 금감원이 정정 요구를 하는 기업은 밸류가 고평가됐다는 인식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향후 빅딜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선입견을 가질 수 있다.

정정 요구를 하면 밸류가 고평가된 발행사, 하지 않으면 적절하거나 저렴한 발행사로 나뉘게 된다. 당장 카카오뱅크가 시험대에 서게 됐다. 카카오뱅크는 6월 28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향후 15영업일 동안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에 문제가 있는지 검토한다.

카카오뱅크도 일각에선 가격이 비싸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밸류를 약 23조원으로 책정했는데 반년 전인 2020년 말 유상증자 당시 평가받았던 밸류보다 2.5배나 뛴 수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이 8.8배로 높은 해외 핀테크업체인 ‘파그세구로 디지털(Pagseguro Digital Ltd)’을 피어그룹에 넣는 방식으로 밸류를 높였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역할은 증권신고서 내용이 규정에 맞는지 등 문제가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인데 지금은 사실상 밸류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라며 “정정을 맞으면 밸류가 고평가 됐다는 낙인 효과가 생겨 후속딜 정정 여부에 시장도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 주관적 판단이 문제…제도개선 통해 해결해야

금감원이 개별 딜에 개입하고 있기 때문에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누군가는 특혜를, 누군가는 불이익을 받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정정을 요구하는 기준 자체가 없다. 금감원은 밸류가 어느 정도면 적정한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발행사에 제시하지 않는다. 정정을 요구할 때 시장가격에 개입한다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아예 밸류 문제는 아니라고 못 박기 때문이다.

즉 금감원의 주관적 판단을 발행사는 전적으로 따라야 한다. 밸류 조정 신호에 불응할 경우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받게 되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필연적으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장 금감원이 카카오뱅크에 정정 요구를 하지 않을 경우 앞선 SD바이오센서와 크래프톤은 반발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 항후 등판 예정인 카카오페이와 LG에너지솔루션 등 다른 대어급들이 나올 때마다 지속 반복될 수 있는 논란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작용 탓에 가격은 시장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본다.

앞선 관계자는 “시장이 과열되는 조짐을 보여 금감원이 빅딜에 이례적으로 개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SD바이오센서나 크래프톤 등은 수요예측에서 시장이 비싸다고 판단해 공모가를 예상보다 낮은 가격으로 형성시킬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자율로 고평가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 부작용이 없는 최선책”이라고 덧붙였다.

제도적 차원의 접근도 필요하다. 주관사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해 발행사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앞선 관계자는 “투자자와 발행사를 중재하는 주관사가 해소할 수 있는 문제기도 하다”며 “주관사가 발행사에 끌려 다니지 않도록 권한을 키워주고, 또 수행한 딜에 대해선 사후 평가를 받게 해 평판 관리를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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