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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박스권 머물던 삼성전자 주가 급등, 9만전자 넘보나엔비디아 계약에 외국인 매수 중심 7만전자 입성, HBM 시장 점유율 확대 기대

문누리 기자공개 2023-09-11 07:34:55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05일 16:5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10만 전자'를 기억하시나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역대급으로 대규모 유동성이 풀리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10만원에 육박해 생긴 신조어입니다. 2020년 초 4만원대 중반이던 삼성전자 주가는 불과 1년만인 2021년 1월 9만6800만원 최고가를 찍기도 했는데요.

이재용 삼성 회장의 사진을 마치 신주 단지 모시듯 휴대폰 배경화면으로 설정해둔 일부 주주들의 인증샷도 회자 되던 때였습니다. 성경 구절을 인용해 "삼성전자를 십만전자로 만들어 너희를 부유케 하리라"라는 유행어가 나오기도 했죠. 이같이 수직 상승하던 삼성전자 주가는 10만 전자 고지를 넘기길 염원하던 주주들의 기대가 무색하게 이후 하락세를 이어갔습니다.


지난해 9월 5만1800원 최저점을 찍는 등 5만~6만원대 박스권을 오가던 삼성전자 주가는 올 7월 7만3600만원을 기록하며 고점을 찍었다가 지난달 다시 하락세를 보였는데요. 반전이 생긴 건 9월 첫날. 이때 6% 급등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던 삼성전자 개인 투자자들은 급등세에 환호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기준 NH투자증권 계좌를 보유한 삼성전자 투자자 80만명가량의 평단가는 7만3000원 수준이었습니다.

이달 1일 주가 급등하자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놓칠세라 6906억원 순매도한 것 보면 엑시트 시기를 아주 오래 기다린 것 같네요.

◇Industry & Event

사실 삼성전자 주가의 '7만 전자' 구간 입성이 처음은 아니죠. 그럼에도 온라인 종목 토론방 등을 중심으로 시끄러운 까닭은 명백한 주가 부양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앞으로 8만 전자, 9만 전자로도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바로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3'를 공급할 것이란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엔비디아 HBM3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데 이어 공급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동안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공급해왔다는 점에서 삼성전자의 공급네트워크 합류는 큰 터닝포인트가 되는 소식입니다. 이르면 다음달부터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들어갈 HBM3를 공급하게 됐죠.


이를 기점으로 HBM 시장에서의 삼성전자 점유율도 더 높아질 것으로 관측됩니다. 현재 삼성전자는 자사 점유율 등을 대외비로 두고 있지만 외국 리서치업체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트렌드를 가늠할 수는 있는데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40%이었지만 올해부터 두 회사 점유는 비등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올해는 46~49%, 내년엔 47~49% 수준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엎치락뒤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요. 반면 점유율 10%이던 미국의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시장 파이를 이들에 뺏기면서 4~5% 수준에서 점유를 유지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 조사가 8월에 이뤄졌던 만큼 이번 엔비디아 계약건까지 반영한다면 향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더 확대될 수도 있겠네요.

◇Market View

이같은 엔비디아 효과에 소위 '물린' 투자자들은 앞으로 주가 상승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투자자별 매매동향을 보면 주가 상승세를 끌어간 주체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아닌 외국인 투자자들이었는데요.

9월을 기점으로 개인투자자들은 매도세를 이어간 반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집중 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렸습니다. 외국인은 하루에만 5500억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수했습니다. 3700억원가량의 코스피 시장 순매수 총액보다 많았다는 건 다른 종목은 팔더라도 삼성전자만은 사겠다는 의지 피력이죠.

이같은 변화는 외국계 증권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쏘아올렸습니다. 이달 초 발간한 보고서에서 엔비디아 공급 시작으로 내년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7%가량 늘어날 거라며 목표주가를 11만원에서 12만원으로 높인 겁니다.


뒤따라 KB증권도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9만5000원대로 전망했는데요. 이 경우 삼성전자 주가는 전고점(9만1000원)을 돌파하게 되는 셈입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HBM 시장 점유율 확대와 파운드리 실적 개선 등을 고려한다면 삼성전자 주가는 전고점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습니다.

아직 추가 보고서를 내진 않았으나 상상인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도 7~8월 중 발간한 보고서에서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9만5000원을 제시했습니다. 이후 엔비디아 이벤트가 등장한 만큼 향후 이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전망치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Keyman & Comments

이번 이벤트는 삼성전자 전사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만한 이슈인데요. 삼성전자를 지금까지 글로벌 굴지 회사로 키워온 반도체사업, 그 중에서도 '맏형' 격인 메모리사업부가 되살아나는 시그널이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기미는 2분기 실적에서도 비춰졌는데 반도체 업황 악화가 상반기까지 이어졌으나 그나마 HBM 부문 수요가 늘면서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분야인 DS(Device Solutions) 부문 적자는 4조3600억원을 기록했는데 D램 출하량 증가와 가격 하락폭 축소로 적자폭을 줄였습니다. 이때 메모리반도체는 DDR5와 HBM 중심으로 인공지능(AI)용 수요 강세에 대응하면서 D램 출하량이 지난 분기 예상 가이던스를 뛰어넘었습니다.

메모리사업 실적 개선과 엔비디아 계약건 등으로 인한 주가 회복의 '키맨'으로는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사진)을 꼽을 수 있습니다. 1967년생인 이 사장은 서울대 전자공학(학사·석사·박사)을 졸업하고 1992년 삼성전자에 입사했습니다.

메모리사업부에서만 평생을 일해왔는데 1995년 DRAM설계팀, 2006년 ATD팀, 2008년 D램개발실 D램 설계팀, 2011년 D램 개발실 D램 설계팀장, 2013년 전략마케팅팀 상품기획팀장, 2017년 품질보증실장, 2018년 D램 개발실장 등을 거쳤습니다. 한 회사에서 메모리사업만 파왔던 공로를 인정받아 전체 사업부의 사장으로 앉게 됐습니다.

키맨인만큼 이 사장으로부터 향후 메모리사업 향방에 대한 코멘트를 듣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임원급 사무실 연락처조차 오픈이 되지 않습니다. 따로 이 사장의 사무실 전화번호를 구해 연락을 취했으나 비서실에서 중간에 무조건 돌려받는 구조였습니다. 이 사장 비서실 측 입장은 "주가를 비롯해 어떠한 질문에도 직접 응대하지 않는다"였습니다.


그렇다면 재경팀과 IR팀 등 재무라인의 주주가치 제고 계획은 어떨까요. 그나마 재경팀 관리자 연락처는 반기보고서에 기재돼있어 구하기 쉬웠습니다. 이를 취재하기 위해 김동욱 재경팀장 전화번호로 연락을 취했습니다. 전화는 받았지만 다른 재경팀원이 돌려받았고 그 팀원 또한 "주가를 비롯해 외부 질문에는 부서에서 직접 응대하지 않는다. 홍보실을 통해 문의바란다"고만 반복했습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 홍보실을 통해서도 유의미한 답을 듣진 못했는데요. 삼성전자 측은 "주가 관련해선 어떤 코멘트도 하지 못한다"면서 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삼성전자 내부 관계자도 "업계에서 관련 이슈를 유의미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멘트 정도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는데요. '관리의 삼성'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600만명 넘는 삼성전자 투자자들의 주가 관리 문의 대응은 어디서 받는지 오리무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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