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28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하반기 터진 한 코스닥 상장사의 어닝쇼크 사태는 기업공개(IPO)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 여파로 한국거래소는 심사 과정에서 기술특례 업체들의 실적 추정치 내역을 깐깐하게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눈치를 봐야하는 상장 주관사들은 그 앞단에서부터 밸류에이션을 대폭 낮춰잡아야 했다.많게는 반토막 수준으로 추정 매출이 쪼그라든 곳도 있다.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여야했다. 예비심사 승인을 받아내려면 주관사와 업체들 모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
예비 상장사들의 밸류에이션이 낮아지고 심사 기간까지 길어지는 상황이 나오면서 우려 여론이 나왔다. 특례 업체들의 코스닥 입성 문턱이 갑자기 지나치게 높아진 것 아니냐는 불만도 커졌다. 그럼에도 투자자 보호와 성장성 있는 기업에 대한 시장진입 활로를 적절히 절충해주는 대안을 곧바로 찾아내기는 쉽지 않았다.
최근 코스닥 IPO 시장을 보면 작년 사태의 파장은 어느 정도 잦아든 모습이다. 활기가 되살아나는 분위기까지 감지된다. 고작 한 분기 가량 지났을 뿐이며 그 사이 어떤 정책적 변화나 해결책 같은 건 없었다. 그럼에도 상장 후보 기업들은 꿋꿋하게 밸류에이션을 거치고 예심청구서를 내면서 거래소 승인을 받아내고 있다.
변화는 기업들의 태도 변화에서 시작됐다고 보는 게 맞다. 까다로워진 밸류에이션 기조를 감수했고 계약서에 도장이 찍힌 확실한 매출이 아니면 추정치에서 배제하는 것을 받아들였다. 생각했던 기업가치에 훨씬 못 미쳤지만 주저앉지 않았고 훗날 시장에서 주가로 재평가 받을 날을 기다렸다.
상장 후 투자자 보호를 위한 주가 보호 장치도 스스로 도입했다. 최근 상장한 케이웨더는 대주주 지분의 보호예수 기간을 자발적으로 연장했고 이에이트는 보호예수 대상 물량을 과반으로 묶었다. 한화투자증권은 공모 후 투자자들이 공모가 아래의 가격으로 주관사에 물량을 되팔 수 있는 풋백옵션을 도입했다.
자본시장 구성원들이 시장 변화 흐름을 그대로 수용한 셈이다. 그러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 스스로 단기 이익을 내려놓는 쪽을 선택했다. 기술 특례 업체들을 의심어린 눈초리로 보던 시선은 점차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바뀌기 시작했다.
스스로 낮춘 눈높이는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으로 돌아오는 모양새다. 기업가치를 보수적으로 잡은 케이엔알시스템은 청약 과정에서 밴드 상단을 훌쩍 넘긴 확정 공모가를 얻었다. 상장 첫날 ‘따따블(공모가 대비 400% 상승)’ 기록도 연달아 나오고 있다. 상장 직후 오버행 우려도 예전보다 덜하다.
시장은 작년 사태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구간에 들어선 듯 하다. 별다른 잡음 없이 순조로운 과정이었다. 코스닥 새내기들이 스스로 진화해 준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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