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3월 12일 07:4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업을 인지(人紙)산업이라고 한다. 사람과 종이만 있으면 굴러가는 산업이라는 말이다. 머지않아 종이조차 필요하지 않게 된다는 말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보험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져올 산업의 변화다.이미 일부 보험사들은 '디지털 보험사'로서 기능하고 있다. 대면영업을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인터넷을 통한 비대면 영업으로 상품을 판매한다. 그런데 이 디지털 보험사들의 경영 성과가 아직까지는 신통치 않다. 생보업계 1호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은 출범 직후부터 11년 동안, 손보업계 1호 캐롯손해보험은 5년 동안 적자만을 쌓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 관계자들은 비대면 영업 중심으로는 기존의 전통적 보험사들과 경쟁하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기에 아직은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글쎄. 뒤집어 생각해보면 영업만 디지털 방식으로 할 뿐 전통적 보험사들과 차별적인 상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
디지털 보험사들이 디지털에 특화된 상품으로 자생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기존 보험사들이 비대면 방식으로 보험을 판매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말 그대로 '무늬만 디지털'인 셈이다.
디지털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늦든 빠르든 보험업에서 종이가 사라질 날은 올 것이다. 때문에 디지털 보험사의 모회사들도 지속적인 자금 수혈을 통해 자회사의 자본 손실을 보전해 주고 있다. 여기에는 디지털 보험사들이 언젠가 개화할 디지털 보험시장의 공략 선봉장이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다만 '밑 빠진 독'인 채로 존재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면 모회사도 언제까지고 물을 붓지만은 않을 것이다. 국내 보험업계는 저출산과 고령화의 시장구조적 리스크를 마주하고 있으며 이 리스크는 갈수록 크기를 더해가고 있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자생력을 확보해야 하는 시간적 여유도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
올해 CES를 떠올려 본다. 기술과 헬스케어의 접목이 주요 화두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질병 진단 솔루션이나 전자진단장치(OBD)를 활용한 자동차 운전상황 진단 솔루션 등 보험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신기술들이 소개됐다.
이 현장을 보험사 CEO들은 한 사람도 찾지 않았다고 한다. 일부 보험사들이 실무자들을 보내 현장 동향을 전달받기는 했지만 의사결정권자 입장에서는 간접 체험일 뿐이다. 전통적 보험사들은 아직 신기술의 접목이 절실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해야 하는 디지털 보험사들도 그랬던 걸까.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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