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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사외이사 뉴 노멀]KB금융, '참호 구축' 비판 일축 배경엔 '임기 5년' 제한②금융 당국 '폐쇄적 CEO 승계' 우려했지만…독립성 담보해 양종희 회장 정당성 뒷받침

최필우 기자공개 2024-03-25 13:02:37

[편집자주]

금융사들이 사외이사 선임 관행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지배구조 모범관행(best practice)을 발표하면서다. 핵심은 사외이사 권한 강화와 투명성 제고다. 경영진 감시와 견제라는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사외이사도 객관적 절차에 의해 선임돼야 한다는 게 당국의 뜻이다. 젠더 다양성, 전문성 분포, 추천 절차, 후보군 관리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개선 과제가 산적해 있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제도 현황과 개선 노력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0일 14:55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 당국이 이사회 독립성 평가에 참고하는 기준 중 하나는 사외이사 재직 기간이다. 장기 재직했거나 특정 CEO와 함께한 시간이 긴 사외이사는 확고한 이해관계의 존재로 독립적 행동 능력이 떨어진다는 게 금융 당국의 시각이다. 장수 사외이사일수록 CEO와 경영진의 참호 구축에 동조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이다.

KB금융은 사외이사 재직 기간만 놓고 봤을 때 독립성 확보에 가정 적합한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사외이사 재직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현직 사외이사들의 평균 재직 기간도 가장 짧다.

지난해 양종희 KB금융 회장 선임 당시 논란을 조기에 진화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투명한 사외이사 제도가 자리한다. 당시 금융 당국은 폐쇄적 승계 절차가 내부 인사인 양 회장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측면이 있다고 애둘러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인선자문위원회를 통해 선임된 사외이사들의 짧은 재직 기간은 금융 당국의 우려를 일축하고 양 회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기에 충분했다.

◇가장 짧은 현직 평균 재직 기간…현직 기준 '23개월'

금융지주는 지배구조 연차보고서를 통해 '최근 5년간 사외이사 선임 내역'을 공개한다. 각사가 사외이사 제도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어떤 인물들을 선임했는지 알아볼 수 있다. 사외이사별 재임 기간도 확인 가능하다.

KB금융은 2023년 지배구조 연차보고서 기준으로 최근 5년간 14명의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이중 6명은 2024년에도 임기를 이어가는데 이들의 평균 재직 기간은 23개월로 집계됐다.


이달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규로 선임되는 사외이사를 제외한 나머지 현직 사외이사들의 평균 재직 기간을 살펴보면 KB금융이 가장 짧다. 신한금융은 7명의 사외이사가 평균 35개월을 재직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나금융은 29개월, 우리금융은 25개월이다.

KB금융 사외이사의 평균 재직 기간이 가장 짧은 배경에는 다른 금융지주와 차별화된 사외이사 임기 규정이 있다. KB금융은 사외이사가 연속해서 5년 이상 재직할 수 없다는 지배구조 규정을 두고 있다. 신한·하나·우리금융은 6년까지 재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회사 사외이사 재임 기간을 포함하면 KB금융은 더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평이다. KB금융은 자회사 사외이사 재직 기간을 포함해 5년을 넘기면 안된다. 신한·하나·우리금융은 자회사 재직 기간을 포함할 경우 9년까지 재직을 허용한다.

사외이사의 재직 기간이 길수록 경영진의 연임을 방관하는 '참호 구축' 경향이 강해진다고 보는 금융 당국의 시각을 고려할 때 KB금융은 경영진 견제에 가장 적합한 사외이사 임기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인선자문위원회 통해 사외이사간 유착도 경계

금융 당국의 경영진 참호 구축 견제에 KB금융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12월 KB금융의 양 회장 선임 이후 열린 8개 은행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 직후 "부회장 제도의 경우 셀프 연임보다는 훨씬 진일보된 제도이지만 내부적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돼 신인 발탁이라든가 외부 인사를 차단하는 부작용도 있다는 점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양 회장이 회장에 선임된 것에 대한 지적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KB금융 이사회는 투명한 사외이사 제도를 바탕으로 양 회장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었다. 당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에 참여한 사외이사 7명 중 3명은 재임 기간 1년이 채 되지 않았다. 이들이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던 윤 회장의 의중을 전적으로 반영할 동기를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사외이사 임기를 짧게 제한해 교체 주기를 단축하면서 이와 같은 회추위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인선자문위원회를 통해 사외이사 간 유착도 경계했다. KB금융은 지난해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인선자문위원회를 운영해 사외이사를 선임했다. 사외이사가 사외이사 후보자를 직접 평가하지 않고 인선자문위원을 선임해 평가 권한을 넘기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사외이사가 선임되면 독립적으로 목소리를 내기에 용이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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