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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의 주주행동과 선관의무 [thebell desk]

최윤신 벤처중기1부 차장공개 2024-03-22 07:06:33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1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년전부터 주주행동주의가 국내 자본시장 전반으로 퍼졌지만 유독 벤처캐피탈 업계에선 ‘남의 일’처럼 여겨졌다. 주로 비상장사에 투자하는 VC들은 IPO과정까진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하지만 상장 이후 주주가치 제고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유안타인베스트먼트가 상장 포트폴리오 기업인 에스앤디에 주주제안을 해 주목받는다. 에스앤디에 자사주를 주당 3만원에 350억원어치 공개매수하고, 확보한 자사주를 전량 소각하는 걸 골자로 한 주주제안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는 2017년 코넥스 상장사이던 에스앤디에 투자해 약 7년째 지분을 보유중인 장기 투자자다. 2021년 코스닥에 이전 상장하며 엑시트 길이 열렸음에도 보유한 물량의 30%가량만을 처분하고 남은 지분을 갖고 있다.

에스앤디의 이전상장 이후에도 3년 동안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던 건 회수가 불가능했기 때문이 아니다. 2017년 사들인 에스앤디 주식의 주당 취득가격은 8500원가량이다. 주가 수준을 고려할 때 언제든 2배 이상의 멀티플로 회수할 수 있었다.

그간 엑시트하지 않은 건 상장 이후 이어진 극심한 저평가가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 에스앤디는 이전상장 이후에도 성장을 거듭했다. 2021년 614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883억원까지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2억원에서 129억원으로 증가했다. 보유현금은 차곡차곡 쌓여 시가총액과 맞먹을 수준까지 늘어났다. 그럼에도 동종업계 주요기업 PER 멀티플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주가흐름이 지속됐다.

매년 성장을 거듭해도 꿈쩍 않던 에스앤디의 주가는 유안타인베스트먼트의 주주제안에 크게 반응했다. 주총소집 공고를 통해 안건이 공개된 다음날 상한가로 향했다. 22일 주총에서 안건이 최종 결의되면 에스엔디의 주주가치는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물론 이례적인 유안타인베스트먼트의 주주행동을 모두 곱게만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VC업계 일각에선 주주행동제안을 통한 주주가치 제고 행위가 ‘성장 조력자’로서 기업을 지원해야 할 VC의 역할과 상충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우군’이란 미명으로 포트폴리오 기업의 극심한 저평가를 방관하는 게 옳은 방향성은 아니다. VC가 출자자의 자금을 위탁운용하는 운용사란 점을 고려할 때 적극적 주주가치 제고행위는 선관주의 의무에도 부합한다. 과도한 현금보유를 줄여 주주가치를 제고하자는 제안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피투자사인 에스앤디의 발전을 위해 신의성실을 다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번 주주제안은 정부가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도 맥을 같이한다. 유안타인베스트먼트의 주주제안이 그간 소극적이었던 VC의 상장 후 사후관리에 메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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