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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리밸런싱 스토리]투자회수 급한 SK㈜, 적기 매각 언제쯤④동남아 투자자산 가치↓...성공투자 왓슨, 전기차 둔화·미국 규제 등 걸림돌

정명섭 기자공개 2024-03-27 10:18:44

[편집자주]

SK그룹이 작년 말 대규모 인적쇄신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재점검, 비용 감축으로 경영 고삐를 죄고 있다. 근래 최태원 회장의 '해현경장(解弦更張)' 발언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의 등판은 그룹의 위기의식을 대변한다. 과거의 성장 방식이 더이상 정답이 아닌 걸까. 확실한 건 SK그룹의 2024년은 예년과 다를 것이란 점이다. 더벨은 경영 시스템과 사업구조를 재정비하고 있는 SK그룹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3월 26일 08: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 지주사인 SK㈜가 작년 초부터 추진해온 제1 과제는 재무건전성 확보였다. 2021년 '투자형 지주사'로 변신을 선언한 이후 재무부담이 가중된 영향이다. 투자한 자산에 대한 수확이나 영업활동현금흐름보다 투자 속도가 더 빨랐던 탓에 차입 규모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SK㈜가 SK C&C와 합병한 2015년 5조7000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별도 기준)은 2019년 말 7조원, 2022년 말 10조원을 넘어섰고 작년 말엔 10조964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60%대였던 부채비율은 80%까지 상승했다.

여기에 글로벌 고금리 기조로 조달비용이 상승하는 등 불확실성이 겹쳤다. 재무건전성 확보 세부 과제에 순차입금 축소뿐 아니라 주식 매각과 투자 회수, 투자·포트폴리오 관리 강화 등이 추가된 배경이다.

이에 SK㈜는 2조원에 달하는 투자자산 풀에 대해 주식 매각 또는 투자 회수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엑시트로 유입된 현금은 3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정리 대상으로 거론된 자산들의 가치 하락과 투자 매력 반감 등으로 적기 매각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비주력' 자산된 동남아 투자건, 공정가치 하락이 발목

SK㈜의 2023년 별도 기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엑시트(종속·관계기업 처분)로 집계된 금액은 372억원이었다. 사실상 엑시트가 없었던 2022년(42억원)보다는 소폭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2022년과 2023년에 투자활동으로 현금이 각각 1조362억원, 9463억원씩 나간 점을 고려하면 지난 2년간 SK㈜는 곳간에 도움이 되는 투자 회수를 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올해 SK㈜ 엑시트 움직임이 이전보다는 속도를 낼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다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주요 투자 자산들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매각 우선순위로 거론되는 건 동남아투자법인(SK South East Asia Investment Pte. Ltd.)이 투자한 자산들이다. SK동남아투자법인은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 E&S, SK하이닉스 등 5곳이 2억 달러(2650억원)씩 출자해 2018년에 설립한 싱가포르 투자법인이다.

SK동남아투자법인은 이후 베트남 빈그룹(지분 6.1%)과 마산그룹(9.5%), 제약사 파마시티(14.5%), 빈커머스(16.3%) 등에 3조원가량을 투입했다. 베트남을 필두로 동남아 시장을 개척해나가겠다는 판단이 깔렸다.

그러나 SK㈜가 2021년에 △첨단소재(반도체, 배터리 소재) △그린(수소, 대체식품, 리사이클링 등) △바이오(신약개발, CMO) △디지털(AI, 모빌리티 등) 등을 4대 핵심 투자처로 정하면서 소비재 산업에 집중된 동남아 투자는 그룹의 방향성과 어긋나는 투자가 됐다.

투자 성과도 미진했다. 동남아투자법인은 2020년 7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뒀으나 2021년 2296억원의 순손실로 전환했고 2022년(-67억원), 2023년(-275억원)까지 3년 연속 실적을 회복하지 못했다. 3조원 규모였던 총자산은 지난해 2조3980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빈그룹과 마산그룹 등이 실적 악화로 주가가 하락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2023년 말 기준 빈그룹과 마산그룹 투자에 대한 공정가치는 각각 5492억원, 4700억원이었다. 1년 전보다 각각 18.7%, 28.6% 줄었다.

빈그룹의 경우 2022년 초만 해도 공정가치는 9847억원에 달했다. 공정가치는 당장 해당 자산을 매각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가격이다. SK㈜가 당장 베트남 자산들을 매각한다면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외에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 중국 데이터센터 기업 친데이터도 투자금 회수가 쉽지 않은 곳들이다. 친데이터의 작년 기준 장부가액은 1539억원으로 취득원가(1797억원)를 밑돌고 있다.

◇성공한 투자 왓슨, 배터리 혹한기·미국 IRA 영향은

SK㈜가 2019~2020년 중 두 차례에 걸쳐 3833억원을 투자(지분 29%)한 중국 동박기업 왓슨도 매각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실제 매각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왓슨은 SK그룹이 전기차 소재 사업 진출을 위해 투자한 기업이다. 그러나 SKC가 2020년에 동박 기업 KCFT(현 SK넥실리스) 인수하면서 그룹 내 입지가 다소 애매해지면서 유동화 대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투자 관점에선 왓슨은 성공 사례다. 왓슨은 2021년 매출 1조1067억원, 당기순이익 922억원을 기록했고 2022년에는 매출 1조4209억원, 당기순이익 1310억원을 거뒀다. 작년에 배터리 업황 둔화로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조3232억원, 241억원으로 감소했으나 국내 동박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준수한 성적표다.


덕분에 같은 기간 장부상의 가치는 4436억원에서 4743억원까지 올랐다. 취득원가(3833억원)를 놓고 보면 최소 900억원 이상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문제는 작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로 동박 시장에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상 중국산 동박이 미국 배터리 밸류체인에서 배제될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는 왓슨에 대한 투자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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