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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시퀀싱 강자 마크로젠 분석]27년 NGS 개척 역량, 성장한계 B2B 벽 깨고 B2C 변신①깐깐한 일본 '정확도' 앞세워 점유율 1위, 젠톡 등 플랫폼 서비스 론칭

최은수 기자공개 2024-04-05 08:45:19

[편집자주]

상장 후 26거래일 연속 상한가. 마크로젠은 2000년 바이오텍 역사상 최장 상한가 역사를 쓰며 화려하게 자본시장에 입성했다. 그러나 모든 이목을 집중시켰던 20여년 전 호시절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B2B 중심 사업구조가 돈버는 바이오텍의 안정감도 줬지만 바이오 특유의 '업사이드'를 가로막기도 했다. 이제는 독보적인 시퀀싱(Sequencing) 역량을 B2C에 접목하며 밸류업을 시도한다. 1세대 바이오텍은 안된다는 편견, 올드한 기업이라는 시선 등을 타파할 '한 방'을 준비하는 마크로젠을 더벨이 들여다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03일 08: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7년간 유전체 빅데이터 분석인 NGS 시장을 개척한 한국 바이오텍 마크로젠. 창업주 서정선 회장은 '국내 바이오 1세대 CEO'와 '교수 출신 1호 창업가'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마크로젠은 벤처정신으로 무장한 창업주 아래서 글로벌 유전자 분석 시장을 점유해 나갔다. 바이오텍으로는 이례적으로 13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벌어들이며 돈버는 바이오의 저력을 입증했다.

그간 B2B 중심의 사업만으로도 세계 5위권까지 역량을 끌어올렸다. 이젠 우직하게 한 길에서 쌓은 전문 역량을 B2C 사업으로 확대해 나간다.

◇'NGS 캐시카우' 운영비 조달 위한 유증 없이 20년 롱런

1997년 창업 후 지금껏 마크로젠의 모든 사업은 NGS 시퀀싱 역량을 바탕으로 태동했다. 전체 매출 중 시퀀싱이 차지하는 비중은 80%가 넘는다. 초기엔 NGS 시장 자체가 국내서 생소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진출에 주력했다. 설립 후 줄곧 해외 실적이 내수를 앞질렀다.


DNA나 RNA 등 유전정보 물질을 분석하는 마이크로어레이(Microarray) 서비스로도 60억원 안팎의 매출을 낸다. 마이크로어레이 역시 연구 단위에서 필요한 염기서열분석 즉 '시퀀싱'에 역점을 뒀다. 이 점을 고려하면 수익의 90%를 'B2B'로 만들어낸 셈이다.

마크로젠은 연결 기준으로 2017년부터 매출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연구 용역 성격인 B2B 사업이라 폭발적인 성장을 내긴 어렵다. 그러나 부침이 적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안정적인 캐시카우의 기능을 수행하기에 충분한 규모에 다다랐다.

2015년부턴 상각전영업이익(EBIDTA)이 100억원을 넘어섰다. 10년 가까이 이 정도 수익성을 유지한 사례는 국내 바이오섹터에선 거의 손에 꼽힌다. 대개 국내 바이오텍들이 라이선싱 등 특정 이벤트가 있는 해를 전후해 EBIDTA가 치솟았다 다시 가라앉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마크로젠의 펀딩 이력을 통해서도 그간 꾸준히 현금창출력이 뒷받침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2020년 상장 이후 오로지 한 차례의 유상증자만 단행했다. 이마저도 자체 자금 여력을 만들려는 게 아니라 미국 관계사 소마젠에 자금을 지원하려는 목적이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해당 유상증자 역시 마크로젠 자체 운영비용을 충당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소마젠의 밸류업을 위한 마중물을 모으기 위해 단행한 점을 참고해 달라"고 설명했다.

◇'정교함' 토대로 해외서 먼저 사업 B2B 연착륙

마크로젠은 국내가 아닌 해외 유력 플레이어들과 경쟁하며 시퀀싱 역량을 인정받았다. 마크로젠보다 상위에 있는 기업들은 미국의 브로드연구소를 포함해 영국 생어센터, 중국 BGI, 노보진 정도다.

이 가운데 민영기업은 중국 기업 2곳 뿐이고 나머지는 공공기관이다. 민영기업으로 한정하면 글로벌 기준 3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시퀀싱 역량을 인정받는다.

이제는 해외서 먼저 구축한 인지도를 토대로 국내 저변을 넓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국내 NGS 시장이 비교적 늦게 개화한 것과 더불어 해외에서 상징적인 성과를 달성해왔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NGS 시장 점유율을 6년째 1위를 지키는 것이 대표 사례다. 일본은 다케다, 아스텔라스 등 글로벌 빅파마 다수를 보유한 제약바이오 강국이다. 그러나 지형·문화적 특수성이 더해져 타국 기업에 더 보수적이고 폐쇄적이다. 마크로젠은 이 장벽을 뚫고 성과를 냈다. 경쟁사보다 '정교한' 분석 결과를 꾸준히 입증하면서다.

서정선 마크로젠 회장은 "DNA 분석 역량이 2~3%가 차이나는 기업에게 각각 분석을 맡기면 몇 가지 공정을 거칠수록 오차가 커져 종국엔 두자릿수에 달하는 문제가 된다"며 "마크로젠에 맡기면 이런 걱정이 없다는 점을 해외 시장 특히 정교한 데이터를 선호하는 일본에서 더 높게 쳐준다"고 말했다.

◇용역 사업 성장 한계, '구독' 염두 B2C 사업 시작, 적자 감내하며 새 동력 창출

하지만 마크로젠의 이 같은 성공신화에도 불구하고 한계도 분명했다. B2B 중심의 NGS 영역은 당장 넥스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글로벌 시퀀싱 강자로 올라선 마크로젠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것도 이 고민 끝에 내린 결단이다.

6년 만에 적자 전환을 감내하고 투자를 늘리면서 선택한 사업의 요지는 NGS를 'B2C' 영역으로 넓히는 데 있다. 그간 20년 넘는 업력 속에서 NGS로 수많은 갈래의 신사업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B2C를 겨냥한 건 이례적이고 도전적이다.

2017년 첫 B2C이자 DTC(Direct to Comsumer, 맞춤형 유전 정보 분석) 모델인 '마이지놈스토리' 브랜드를 첫 론칭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마크로젠이 겨냥하는 B2C 사업을 두고선 묘한 기시감도 확인된다. 마크로젠은 첫 DTC 모델인 마이지놈스토리를 론칭한 2017년 연결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가 이듬해 턴어라운드를 했다. 또 다른 B2C 야심작인 '젠톡'을 론칭하며 도전을 선언한 2023년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2021년 하반기부터 2023년 초까지 인천 송도 일대에서 연구사업을 수행하는 등 국내 DTC 사업의 발전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해 힘썼다"며 "고객의 수요를 반영한 고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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