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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투자자산 점검]'기업가치 하락' LCPL, 글로벌 수직계열화 상징에서 매물로②파키스탄 유일 PTA 제조·유통사, 연내 재매각 도전…주가 저점 형성 부담

김동현 기자공개 2024-04-17 10:23:08

[편집자주]

롯데케미칼의 체질 개선 작업이 계속되고 있다. 단순히 이차전지·수소와 같은 그린 신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 기존 범용 석유화학 사업장의 철수 여부를 검토한다. 고강도 사업구조 재편이 예상되는 만큼 기존 투자자산의 재무 현황에 시선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더벨이 롯데케미칼의 석유화학 투자자산을 들여다 보고 모회사와의 관계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5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케미칼은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지속적인 인수·합병(M&A)으로 외형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기업의 모태인 호남석유화학이 현대석유화학(2003년)과 KP케미칼(2004년)을 차례로 인수하며 롯데그룹 유화 3사 체제를 이뤘고 이후 3사가 호남석유화학을 중심으로 뭉쳐 지금의 롯데케미칼 단일 회사 체제를 완성했다.

롯데케미칼은 3사 합병으로 생산능력뿐 아니라 글로벌 생산·판매거점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효과를 봤다. 롯데케미칼파키스탄법인(LOTTE CHEMICAL Pakistan Limited·LCPL)이 그 사례 중 하나다. LCPL은 본래 KP케미칼이 인수해 자회사로 두던 곳으로, 그룹 내에서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사업을 담당했다.

다만 롯데케미칼이 범용 석유화학에서 고부가 소재(이차전지·수소 등)로 사업 전환을 추진하며 LCPL은 매각 우선순위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미 지난해 구체적인 인수 대상자와 금액까지 정했을 정도로 매각이 가까웠지만 최종 무산됐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새로운 원매자를 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LCPL의 기업가치 하락과 업황 악화 등 대내외 요인이 상존하는 변수로 남아있다.

◇글로벌·포트폴리오 확대 날개 달아준 KP케미칼

KP케미칼은 2009년 파키스탄 현지 업체인 '파키스탄 PTA' 지분 75%를 인수하며 글로벌 PTA 사업장 확충에 시동을 걸었다. PTA는 원유 정제를 통해 나온 파라자일렌(PX)을 활용해 생산하는 제품으로, 폴리에스터 섬유와 산업용 원사, PET병 등의 원료로 들어간다.



기초유분 생산에 강점이 있던 호남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목표로 KP케미칼을 자회사(51.86%)로 편입했다. 이미 110만톤에 이르는 PTA 생산능력을 갖췄던 KP케미칼은 이후 파키스탄과 영국 내 PTA 생산법인을 인수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규모를 키웠다. 2012년 KP케미칼이 호남석유화학에 피합병되며 자연스럽게 PTA 사업의 주체는 3사 합병으로 새롭게 출범한 롯데케미칼에게 돌아갔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PTA 사업은 당시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불황으로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실제 7000억원대를 기록하던 LCPL의 매출 규모는 해를 거듭하며 줄어들었고 롯데케미칼 편입 2년차인 2013년부터는 3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장부상 LCPL의 가치가 1069억원에서 881억원(손상차손 188억원 인식)으로 떨어진 것도 2013년부터다.

LCPL은 자회사 롯데파워젠(Lotte Powergen Limited) 합병 등 정상화 작업 끝에 2016년(36억원) 순이익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LCPL의 장부금액이 취득원가인 1069억원으로 되돌아온 시기는 이로부터 2년 뒤인 2018년이다. 이 시기 LCPL은 매출 5206억원, 당기순이익 402억원을 기록하며 예년 수준의 실적을 거뒀다.

현지 유일의 PTA 생산법인이라는 강점을 앞세워 업황 반등기 흐름을 탔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LCPL은 2016년 순이익 흑자전환 이후 지난해까지 9년 동안 손실을 낸 적이 없다. 덕분에 배당도 재개해 2018년 이후 LCPL이 롯데케미칼로 올려보낸 배당금은 약 961억원으로 추산된다.



◇연내 재매각 추진, 가치 하락 부담

안정적으로 수익을 거두던 LCPL이지만 롯데케미칼은 이 회사를 매물로 올리며 사업 전환 의지를 재확인시켰다. 이차전지·친환경 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PTA를 비핵심 사업군으로 분류하고 2020년 국내 공장 가동을 중단했던 상황이다.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LCPL 매각이 추진됐고 지난해 1월 롯데케미칼은 1924억원을 받고 현지 화학업체인 럭키코어인더스트리에 지분 전량을 넘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지난 1년 사이 파키스탄의 불안정한 정국 속에 현지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결국 올해 1월 계약이 해지됐다.

롯데케미칼은 연내 LCPL 매각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현지 공장 가동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시장 내에서 인식하는 LCPL의 지분 가치가 점차 떨어지고 있어 과거 수준의 만족할 만한 금액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파키스탄 증권거래소 상장사인 LCPL의 공정가치(롯데케미칼 보유지분 기준)는 2022년 1645억원을 정점으로 하락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LCPL이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범용 석유화학 제품 전반에 퍼진 업황 둔화로 시장가치가 상당 부분 내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LCPL은 2022년 매출 6347억원, 당기순이익 640억원을 기록하며 최근 10년 사이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나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 창출력이 악화하며 247억원의 현금 순유출이 일어났다. 지난해 역시 당기순익 흑자(238억원)는 유지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전환하며 총 507억원의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

지난해 말 LCPL 지분에 대해 롯데케미칼이 인식한 공정가치는 1401억원 수준이다. 취득원가 1069억원보다 높긴 하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지속해서 떨어지며 기업가치도 따라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말 주당 27파키스탄루피(PKR) 수준을 유지하던 LCPL 주가는 매각 불발 소식이 전해진 후 20PKR 아래로 떨어져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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