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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 국산화율 톺아보기]'무늬만 국내산'에서 국산화율 80%…수출 '퀀텀점프'①주요 무기 국산화율 기동·함정 70%·항공엔진 50%…첨단기술 국산화율 과제

허인혜 기자공개 2024-04-23 14:44:15

[편집자주]

방산 분야는 국산화율이 곧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이다. 특히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에게 원천기술과 부품 국산화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휴전국가로서 매출처가 보장되는 데도 자체 기술 없이는 해외 기업에 기회를 뺏길 수밖에 없어서다. 글로벌 시장 규모도 작지 않다. 부지런히 따라잡은 끝에 국산화율은 80%에 도달했고 수출규모는 170억 달러를 넘겼다. 더벨이 국내 방산업계의 부품·원천기술 국산화 히스토리와 영역별 발전 역사, 기업별 국산화율과 수익성·연구개발(R&D) 재무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15: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0% 국산만을 고집하는 건 효율적인 방식은 아니다. 제작과 조립, 생산 등의 전 과정에서 필요한 부품과 인력을 우리 국적으로만 맞추면 단가와 기회비용 등 장점을 상쇄하는 단점도 적잖다. 때문에 유명 브랜드들은 운동화와 완성차, 전자제품을 막론하고 제작과 조립, 생산지를 가장 효율적으로 믹스매치한다. 원가절감에 중요한 전략이다.

방산은 다르다. 방산기술은 꼭 기업의 경쟁력 뿐만 아니라 국가 방위사업 비밀유지를 위해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외부 수주를 주더라도 주요 원천 기술·부품은 새어나가는 걸 봉쇄하고 최종 조립만 맡기는 경우가 잦다. 특히 우리나라는 단시일에 산업발전을 이루다보니 방산 기술이 해외 수주에 따른 조립을 중심으로 발전돼 왔다.

K방산의 현주소는 어떨까. 장비와 분야별로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80% 수준의 국산화를 이룬 것으로 보인다. 자주국방 등의 표어는 차치하고 효율성과 수익성, 수출 규모 등의 숫자만 따져봐도 방산 국산화율이 높아지는 건 그만큼 돈벌이가 된다. 각 방산기업의 국산화율을 따져보기 앞서 국내 방산기술 국산화율 추진 배경을 살펴봤다.

◇'기술력은 낮은데 방산은 필수' 국산화 추진 배경

1995년 국정감사에서 방산업체가 호되게 혼이 난 건 해외 의존도 때문이었다. 전투기와 헬기 등 주요 무기의 국산화율이 1~5%에 그친다는 지적이었다. 말 그대로 해외에서 다 만든 걸 조립만 하거나 조립과정도 없이 일부만 국산화해 대체했다는 이야기다. 비슷한 지적이 2000년대 국감에서도 이어졌다. 탄약·트럭 등 비첨단 무기 국산화율이 높아 눈속임을 만들 뿐 첨단기술의 국산화 비율은 여전히 낮다는 게 골자였다.

무기의 조립생산 방식은 '메이드 인 코리아' 딱지가 붙기는 했어도 고부가가치 사업은 아니었다. 방산은 중요한 분야지만 생활에 밀접한 부문 역시 아니다. 그럼에도 왜 국산화율이 국감에 단골로 등장할 만큼 중요했을까. 방산업체와 정부가 국산화율에 매달린 건 분단국가라는 사정 때문이다.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등 국내외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국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5~2.7%를 오간다. 단순 규모로만 봐도 전세계 10위권 안팎인데 방산물품을 해외에 의존하니 방위비가 새어나갈 수 밖에 없었다. 기업의 관점에서도 자국에서 벌 수 있는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었다.


기술공유가 어려우니 원천기술 확보가 필요이자 필수였다. '무기 국산화'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건 1970년이다. 소총용 탄약 등을 팔았다. 원천기술 중심의 실질적인 효과를 추구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이후다. 방위사업청은 부품국산화 개발지원 사업이 처음으로 추진된 2010년 이후부터 규모가 급속히 성장했다고 봤다.

방위사업청 연보 따르면 부품 국산화는 약 80%까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74.2% 수준이었는데 2021년 77.2%까지 늘었다. 최근 집계는 올해 연보가 발간되면 확인이 가능하지만 성장 속도로 볼때 지난해 기준 79%대가 전망된다.

◇주요 무기 국산화율 보니…기동·함정 70% 항공엔진 50%

장비별 국산화율은 어떨까. 국내 제조업체가 잘 나가는 분야는 방산 부문에서도 잘 나가고 진출이 늦었던 쪽은 방산 부문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통신·전자를 제외하면 첨단 무기일 수록 아직까지는 국산화율 비중이 낮다.

통신·전자 분야의 국산화율 비중이 높다. 약 90% 선이다. 육해공 레이더와 센서 등이 방산 통신 전자 분야에 속한다. 화생방과 유도 부문도 각각 80% 후반에서 90%에 이르기까지 높은 국산화율에 도달했다. 중위권에 속하는 게 함정과 기동, 광학, 화력 등의 품목이다.
현대로템 K2. 사진=현대로템

엔진 국산화는 국내 방산산업 자체의 과제다. 항공엔진 부문은 특히 중요도가 높다. 수주 단가가 높은데 반해 완성장비 국산화율이 가장 낮은 부문이 엔진을 포함한 항공이라서다. 5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핵심기술 국산화 비중으로 따지면 이 수치는 더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각 기업의 부품 국산화율과도 이어진다. 국내 기업들을 방산 분야별로 나누면 현대로템 등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전차와 장갑차, 군용 차량을, 현대위아가 곡사포와 함포 등을 제작한다. 항공엔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군함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등이, 미사일은 LIG넥스원 등이 진출해 있다.

◇국산화율과 함께 높아진 수출 규모

어떤 제조업체의 생산현장을 가더라도 벽보로 강조하는 몇 가지 준수사항이 있다. 첫 번째가 안전이라면 두 번째로 자주 보는 문구가 '납기일'이다. 그런데 방산 부문에서는 이 납기일을 맞추기가 아직도 쉽지 않다고 현장 관계자들은 말한다. 우리 쪽에서는 최종 조립만 대기하고 있는데 중간에 부품을 납품하는 쪽이 언제 내어줄 지도 확답하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방산 부문에서 부품의 국산화율은 납기일을 좌우한다. 납기일은 하루만 늦어도 수백억원의 벌금(지체상금)을 요구하는 정부기관과 기업 적잖다. 그만큼 납기일을 지키는 건 곧 기업에 대한 신뢰로 이어져 계약 규모를 키운다. 특히 우리 기업은 요건만 갖춰져 있다면 납기일을 당기기로 유명하다. 폴란드와 맺은 K-2전차와 K-9 자주포 초도 물량을 여섯 달이나 빨리 납품한 일화는 유명하다.


원천기술 개발이 국산화율을 높이고 납기일을 당겨 계약 규모를 키우는 선순환을 이끈다는 의미다. 국내 원천기술 개발이 시동을 건 것은 1990년대, 수확으로 이어진 건 2000년대다. 연간 방산 수출액만 쫓아가봐도 알 수 있다. 2001년 처음으로 2억 달러를 넘어선 연간 방산 수출액은 2008년 10억 달러, 2011년 20억 달러를 달성했다. 2020년까지 매년 20억~30억 달러를 유지해 왔다.

최근 K방산의 빅뱅에 힘입어 수출 규모가 한번 더 퀀텀점프를 기록했다. 2021년 연간 수출액은 72억5000달러, 2022년에는 173억 달러로 도약했다. 지난해와 올해 말레이시아와 폴란드, 페루, 호주 등 여러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거나 논의 중이어서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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