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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경영인 보수 분석]길었던 '불황의 그늘', HD현대 보수에도 영향⑥정기선 부회장 보수 2년 연속 10억대…전문경영인 보수도 적은 편

조은아 기자공개 2024-04-23 14:44:26

[편집자주]

매년 3월 재계 오너경영인들의 연봉이 공개된다. 일반 직장인과는 비교조차 어려운 수치에 자연스럽게 반감이 생기지만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것도 아니다. 오너경영인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은 물론 그들의 업무 강도나 짊어진 리스크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더벨이 주요 그룹 오너경영인들의 보수를 분석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8일 16: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빠르게 경영 보폭을 확대한 3세 경영인으로 꼽힌다. 유학을 다녀와 그룹에 복귀한 게 2013년인데 딱 10년 만인 2023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룹 내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다른 오너경영인이 없는 만큼 정 부회장 한 명이 빠르게 입지를 확대할 수 있었다.

다만 연봉 수준은 다른 그룹 오너 3~4세와 비교해 그리 많은 수준은 아니다. 그룹 내 '원톱' 오너경영인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이유는 먼 데 있지 않다.

조선업이 근간이자 핵심인 HD현대는 10년에 가까운 오랜 시간 불황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이 시기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 최고경영진부터 신임 임원에 이르기까지 보수를 전부 혹은 일부 반납하는 등 '마른 수건을 쥐어 짜는' 과정을 겪어야 했다.

◇정기선 부회장 연봉 2년 전부터 공개…2년 연속 10억원대

정 부회장이 현재 몸담고 있는 계열사는 모두 3곳이다. HD현대,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이다.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에선 대표이사를 맡고 있으며 HD현대마린솔루션에선 경영지원부문 총괄을 맡고 있다. 그룹의 지주사와 조선부문 중간지주사 모두에서 대표이사를 맡고 있어 무게감과 위상이 남다르다.

연봉은 어떨까. 정 부회장은 지난해 HD현대로부터 6억원을, HD한국조선해양으로부터 8억원을 각각 받았다. 둘이 더해 14억원을 조금 넘겼다. 정 부회장과 함께 자주 이름이 오르내리는 3세 경영인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 곳에서만 30억원이 넘는 보수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많다고는 볼 수 없다. 2022년에도 정 부회장은 HD현대에서 6억원, HD한국조선해양에서 5억원을 받아 모두 11억원을 수령했다.

정 부회장의 연봉이 공개된 건 2022년이 처음이다. 2년 동안 두 회사에서 받은 연봉 추이를 살펴보면 HD현대에선 큰 폭의 변화가 없는 반면 HD한국조선해양에서는 급여와 상여 모두 상당히 증가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조선업 훈풍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마린솔루션에선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적은 금액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공개된 HD현대마린솔루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지난해 5억원 이상 보수를 받은 임직원은 없었다. 이기동 대표이사 사장을 포함해 4명의 임원들이 2022년 11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부여받았으나 여기에도 정 부회장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스톡옵션은 통상 비상장사들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주식 연계 보상제도다. 상장하지 않은 시점에 받은 스톡옵션은 기업공개(IPO) 이후 주가흐름에 따라 상당한 시세차익으로 돌아올 수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현재 IPO를 진행 중이다. 5월 9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다.

◇그룹 전체적으로 다소 '박한' 연봉…권오갑 회장 연봉도 미공개

정 부회장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경영인들도 다소 적은 수준의 연봉을 받는 건 마찬가지다. 최근 5년 HD현대의 연봉 공개 명단을 살펴보면 권오갑 회장조차도 5억원을 넘게 받은 적이 없다. 권 회장은 그룹에서 근속연수가 가장 길 뿐만 아니라 HD현대에서 오랜 기간 대표이사를 맡고 있음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2020년엔 HD현대에서 5억원 이상의 보수를 받은 임직원이 단 한명도 없었다. 2021년엔 김완수 부사장이 6억원 정도를 받아 유일했다. 그는 삼성물산 출신으로 2021년 영입됐다. 영입 인사인 만큼 다소 예외로 볼 수 있다. 2022년에도 정 부회장과 김 부사장만 연봉 공개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2023년엔 다시 정 부회장만 남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인물은 가삼현 전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2022년 12억원을 받았다.

최근 수주가 완전히 살아나는 등 향후 실적이 더 좋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 부회장뿐만 아니라 다른 전문경영인들이 많는 연봉 수준 역시 한층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1년 만에 HD한국조선해양에서 정 부사장의 급여는 38%, 상여는 74% 각각 증가했는데 이는 다른 그룹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상승 폭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이익 2823억원을 내며 흑자 전환했다. 2022년 356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완벽하게 반등에 성공했다. 수주한 일감은 2~3년 뒤에야 실적으로 반영된다. 2021년부터 수주잔고가 차곡차곡 쌓였고 이때 확보한 일감이 지난해부터 본격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수주잔고 추이를 볼 때 올해 실적은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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