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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바이오 맨파워 분석]1세대 바이오텍 숙명 '승계', 리가켐바이오의 '후계양성'①김용주·박세진 DNA 심은 시스템 마련, 오리온 M&A 후 본격화

정새임 기자/ 한태희 기자공개 2024-04-25 10:39:22

[편집자주]

인사가 곧 만사다. 인재를 육성하고 배치하는 능력은 곧 기업의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신약 개발을 위해 10년 이상 장기 투자가 필요한 제약바이오에 있어선 더더욱 인재관리가 중요하다. 인력때문에 파이프라인은 물론 기업의 흥망성쇠가 결정된다. 맨파워에 따라 밸류에이션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벨은 각사의 인사전략을 분석하고 핵심인물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승계' 대기업에만 적용될 것 같던 후계전략이 바이오텍에서도 거론된다. 1세대 바이오텍의 탄생이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창업주의 연령대도 70세를 바라본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바이오텍에 승계를 묻지 않았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다르다. 김용주 대표를 주축으로 살림을 책임졌던 박세진 사장까지, 그들의 뒤를 이을 인물들을 진작부터 고민했다. 기존 경영진이 없어도 기업은 영속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승계절차를 준비했다. 오리온그룹과의 인수합병(M&A)은 승계를 본격화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리온 M&A '승계 첫 발', 2세대 '키맨' 양성 본격화

창업주 김 대표와 박 사장이 리가켐바이오를 이끌어온지 20년, 4억원의 자본금으로 시작한 회사는 현재 시가총액 2조원을 바라보는 코스닥 대장주가 됐다. 이들이 승계를 고민하게 된 건 1세대 바이오텍이 겪고 있는 공통적인 이슈와 맞닿아 있다. 바로 창업주의 고령화.

1956년생인 김용주 대표는 올해로 만 67세, 1962년생인 박세진 사장은 만 62세다. 공동창업한 조영락 수석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상대적으로 더 젊지만 핵심 경영진이 70세를 바라보는 나이로 접어들면서 후계자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 됐다.

일반적인 기업은 통상 오너의 자녀가 경영권을 물려받는다. 하지만 연구개발을 핵심사업으로 하는 바이오텍은 상황이 다르다. 바이오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는 인물이 경영권을 잡지 않으면 경영할 수가 없다. 연구개발 성과가 가시화하기 전까진 매출이 미미해 가업을 이어갈 요인이 낮은 것도 사실이다. 오너의 지분율이 미미하다는 점도 승계를 논하기 애매한 지점이다.

이는 1세대 바이오텍 창업주들이 자녀에게 물려주기보다 주로 엑시트를 택하는 배경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 헬릭스미스, 파멥신, 강스템바이오텍 등이 모두 최대주주가 창업주에서 제3의 인물 혹은 기업으로 바뀌었다. 본사업으로 매출을 내는 알테오젠 역시 창업주 은퇴를 공식화하고 엑시트 방안을 찾고 있다.

리가켐바이오는 다른 길을 택했다. 창업주의 은퇴 시기에 맞춰 후계자 양성에 나섰다. 지금까지 대부분 1세대 바이오텍 창업주들은 후계 양성 없이 최대주주 자리에서 물러났다. 어려운 경영사정이 겹치며 갑작스럽게 주인이 바뀐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리가켐바이오는 일단 기업의 골격이 되는 정신과 정체성을 승계할 수 있는 인재를 직접 키우면서도 경영진의 지배력이 위협받지 않는 안정적인 대주주를 물색했다. SK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많은 투자제의를 받았다. 그러다 오리온을 만났고 서로의 니즈가 맞아 떨어진다는 점을 확인했다.

오리온은 김 대표와 박 사장의 전문성을 유지한다는 전제 하의 '리가켐바이오의 독립경영'을 원했다. 양측은 현 리가켐바이오 경영진이 후계자를 지명하는데 합의했다. 오리온과의 M&A가 후계자를 본격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신호탄이 된 셈이다.


후계자 양성을 위한 경영수업도 있었다. 리가켐바이오는 2세대 경영진으로 점찍은 이들을 매주 임원회의에 참석시킨다. 현 리가켐바이오의 주요 경영 구심점인 김 대표와 박 사장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하는 지를 습득할 기회를 제공하는 차원이다. 늦어도 5년 내 2세대 인재들이 경영을 이끌어가도록 할 계획이다.

후계 인물로 누구를 점찍었는지는 아직 비공개로 남겨뒀다. 아직 현 경영진이 중심인 상황에서 후계자를 공개적으로 밝히기 섣부른 시기라고 보고 있다. 심지어 최근까지는 당사자도 자신이 후계자로 결정됐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한다.

'누가'라는 것보다 후계자를 양성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현 경영진의 신약연구와 경영철학 DNA를 조직 전체에 스며들게 하는 것이 현재로써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박 사장은 "리가켐바이오는 기존 경영진과 다음 세대까지 전열을 갖춰놓은 상태"라며 "오리온과의 합의에 따라 차기 경영진을 우리 쪽에서 지명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남석 박사 정신 승계한 '김용주·박세진' 리가켐의 정체성

리가켐바이오의 정신은 뭘까. 공동 창업자인 김 대표와 박 사장은 누군지, 그리고 리가켐바이오는 어떻게 탄생했는 지에 대한 의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대표는 리가켐바이오 기술을 쌓아왔고 박 사장은 리가켐바이오의 운영 시스템을 구축한 인물이다. 각자의 영역은 달라도 경영철학에서 뜻을 같이하며 의기투합했다. 이는 곧 리가켐바이오를 국내 손꼽히는 바이오텍으로 성장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김용주 대표(좌), 박세진 사장(우)

김 대표와 박 사장은 LG화학 시절부터 리가켐바이오까지 함께 한 세월이 30년이 넘는다. 지금은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생각을 훤히 꿰뚫는다. "우리는 한 몸과 같다"고 박 사장이 표현할 정도로 오랜시간 합을 맞추며 쌓은 신뢰 그리고 공통의 정신을 읽을 수 있다.

형제끼리도 의견차가 크게 벌어질 수 있는데 하물며 남이 그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같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기반엔 고(故) 최남석 박사가 있다는 점은 주목할 지점이다. 그들은 하나같이 최 박사의 정신을 계승했다고 입을 모은다.

최 박사는 럭키중앙연구소 연구소장부터 LG화학 부사장, 기술연구원장을 지내며 수많은 인재를 육성해온 인물이다. 김 대표와 박 사장 역시 최 박사의 손에서 길러졌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면 김 대표와 박 사장은 늘 '최 박사라면 어떻게 결정했을까'를 떠올린다.

리가켐바이오가 초창기 계획했던 프로젝트를 접고 항체약물접합체(ADC)로 전환했을 때도, 시간을 돈으로 사기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진행했을 때도 최 박사의 정신을 떠올리며 큰 이견없이 빠르게 의사결정을 했다. 이 같은 철학은 곧 리가켐바이오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았다.

박 사장은 "과거 최 박사는 전략이란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일이 섞인 회색깔의 현실을 할 수 있는 흰색과 할 수 없는 검은색으로 분리하는 일이며 이것이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며 "늘 이 말을 새기며 기준에 따라 전략과 결정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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