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4월 23일 07: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재벌가 자제라고 한들 고충이 없는 건 아니다. 좋든 싫든 일거수일투족이 알려진다. 뭘 하든 좋은 배경 덕이라는 색안경 낀 시선이 따라온다. 그룹 후계자에 당연히 주어지던 경영권은 이제 능력으로 쟁취해야 한다. 1998년 닥친 외환위기로 30대 그룹 절반이 스러질 당시 무능한 재벌 2세들의 경영승계가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시장의 눈높이가 매년 올라간 탓이다.근래 SK 오너가 3세 중 독립경영을 위해 분투하는 인물을 꼽으라면 단연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 사장이다. 1981년생(43세)인 그는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손자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조카다. SKC와 SK네트웍스에서 커리어를 쌓아오다 2021년 SK네트웍스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3세 중 최고경영진 자리에 오른 첫 사례다.
최 사장이 차기 리더로 인정받으려면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처럼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했다. 1·2세의 그늘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었다. '최성환호 SK네트웍스'는 이전과 다를 것이 분명했다.
행보는 예상보다 파격적이었다. SK렌터카 매각 결정이 대표적이다. SK렌터카는 SK네트웍스 연결실적에서 이익 비중이 가장 높은 자회사다. SK네트웍스가 1% 미만의 영업이익률을 지난해 3% 가까이로 끌어올린 건 SK렌터카 덕분이다. "오너가가 아니었다면 내리기 힘든 결단"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최 사장이 캐시카우를 내치고 택한 승부수는 인공지능(AI)이다. 최 사장은 차랑 렌털 사업에 AI를 접목할 여지가 없다고 보고 과감하게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미국 실리콘밸리 거물급 투자자인 비벡 라나디베 보우캐피탈 회장과 AI 투자 협력을 위해 직접 CES 현장 등을 오간 최 사장의 자세와 의지는 진솔하다.
다만 AI가 SK네트웍스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으로 언제 발돋움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SK가 1998년 처음 개발에 성공한 리튬이온배터리는 25년이 지난 현재까지 현금을 벌어주지 못하고 있다. AI 사업이 성과를 내려면 SK네트웍스가 이보다 더 긴 세월을 견뎌야 할지도 모른다.
SK네트웍스의 모태는 지금의 SK를 있게 한 선경직물이다. SK네트웍스는 비록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 등에 핵심 계열사 자리를 내줬지만 창업정신의 상징인 건 여전하다. 최 사장의 부친인 최신원 전 회장은 2016년 경영복귀 당시 최 창업주의 동상을 세우고 "SK네트웍스를 다시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며 눈물의 다짐을 했다. 최 사장의 승부수에는 독립경영 이상의 의미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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