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의 변신]'폴란드 FA-50 수출'이 연 우량 기업의 길①완제기 추가 수출 없이 주가 5만원대 유지…ROE·PBR 등 양호한 흐름 유지
이호준 기자공개 2024-05-16 11:09:58
[편집자주]
'호실적'은 거저 얻는 게 아니다. 특히 코로나 시기 도미노처럼 스러졌던 항공기 제조사라면 호실적은 다시 차곡차곡 쌓아 올린 노력의 결과물이다. 하늘과 우주로 진격 중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두고 하는 말이다. KAI는 세계 각국으로 수출 영토를 넓히기 시작한 뒤로 성장성과 이익을 보는 핵심 지표가 대폭 개선됐다. 글로벌 군비 경쟁이 지속되면서 앞으로 더 큰 기회가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벨은 실력과 위상이 확연히 달라지고 있는 KAI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13일 16:3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달라진 위상을 가장 크게 체감할 수 있는 건 역시 숫자다. 기업의 사업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대표적이다.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재작년 2월 이후 ROE는 두 배 넘게 개선됐다. 그만큼 자본 효율성이 확연히 좋아졌다는 의미다. 이런 인식이 시장에도 정착되면서 KAI가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 가운데 가장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완제기 추가 수출 없이 주가 5만원대 유지
국내 주식 시장에서 KAI의 존재감은 크지 않았다. 한국 우주·방위산업에선 빼놓을 수 없는 존재지만 안방을 벗어나면 무기력해지는 탓에 이렇다 할 관심을 받지 못했다. 2010년대 중후반 이후 KAI의 주가가 줄곧 2만~3만원 대에 갇혀 있던 배경이다.
반전 스토리를 만든 건 역시 '수출'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인접국인 폴란드가 KAI와 FA-50 48대를 도입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는 국산 항공기가 유럽에 진출한 첫 사례이자 가격만 30억달러(약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성과였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 KAI의 위상이 달라진 시점도 그때부터였다. KAI의 주가는 2021년 말 2만원대에 있다가 2022년 6월 폴란드가 FA-50 48대 구매 의사를 밝히면서 5만원 후반대로 치솟았다. 그리고 말레이시아에도 FA-50 18대를 수출한다는 얘기가 나온 그해 9월 6만원선을 넘었다. 이 계약은 1조2000억원 규모로 이듬해 2월 체결됐다.
이후 추가적인 완제기 수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지만 KAI 주가는 여전히 5만원 중반대를 유지 중이다. 최근까지도 브라질 이브(Eve)와 1조원대 규모의 전기 수직이착륙항공기 구조물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노력이 주가를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KAI는 이라크와 수리온 공급 계약을 최종 조율 중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결국 수출"이라며 "수출 확대에 따라 2025년부터는 매출 성장률도 매년 20%씩 뛸 것으로 전망된다"고 했다.
◇제대로 된 가치 평가의 배경 '개선된 ROE·PBR'
물론 KAI에 대한 관심은 수출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이미 이 회사는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이 양호한 우량 기업으로 분류된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KAI는 국내 주요 방산기업들 가운데에서도 투자자들의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KAI의 작년 말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3.05배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 그리고 현대로템의 PBR은 각각 1.78배, 2.70배, 1.73배 정도로 나타났다.
PBR은 회사의 순자산가치를 주가가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누면 된다. PBR로 보면 KAI는 주요 방산기업들보다 자사 순자산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KAI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 중인 건 확연히 달라진 사업 경쟁력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대표적이다. 작년 말 KAI의 ROE는 14.81%다. 폴란드 정부와 FA-50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 이전인 2021년 말에 비해 9.63%포인트 높아졌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이 자본을 활용해 얼마만큼의 이익을 냈는지를 말한다. 결국 이를 종합하면 KAI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부른 무기 호황기에서 자본효율성이 크게 향상됐고 이를 바탕으로 시장에서 더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된 상황으로 풀이된다.
앞선 관계자는 "방산업계에서 수출은 수지타산을 따지는 일"이라며 "KAI가 협상을 통해 가격을 결정하는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면서 그간 항공기 제작에서 소모된 시간과 비용도 최대한 효율적으로 갚아 나가게 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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