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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단호한 정부 당국 "문제 발견시 유증 무효"함용일 부원장 "형사적인 부분 확인되면 수사 통보 먼저 이뤄질 것"

이호준 기자공개 2024-11-01 08:41:18

이 기사는 2024년 10월 31일 1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심플한 문제다. 문제가 확인되면 유상증자는 안 된다."

정부 당국의 워딩은 간결했다. 만약 고려아연 경영진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사전에 계획해 놓고 나중에 발표한 것이라면 이번 고려아연의 유상증자는 무효라는 의미다. 이 의혹이 실제로 입증될지 여부만 남은 만큼 금융감독원은 빠른 시일 내에 사실 관계를 밝혀낼 계획이다.

금감원은 31일 오후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긴급 브리핑을 열었다. 화두는 전일 진행된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고려아연은 전일 이사회를 열고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1주당 모집 가액은 67만원으로 결정했다.

다만 이를 둘러싼 논란이 거셌다. 전날 고려아연이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보면 모집주선회사 미래에셋증권은 이달 14일부터 29일까지 유상증자를 위한 고려아연 기업실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고려아연은 직전 영업일인 11일에 자사주 공개매수 정정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구체적인 장래 계획을 수립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14일이 월요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 정정신고서를 제출한 11일에 이미 유상증자 계획을 세운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최 회장 측이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 희석 등을 염두에 두고 1주당 67만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라면 일반 주주들은 89만원에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참여할 판단을 방해받은 셈이다.

함 부원장은 "장래 계획 등에 있어서 재무구조 변화 등등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다고 쓰여 있는 부분이 아마 확인될 것"이라며 "그러한 부분들은 이제 증권사를 통해서 확인할 부분이고 우리의 조사와 심사 등에 있어도 좀 핵심적으로 따져볼 문제"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날 오전 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및 유상증자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에 검사를 파견해 현장 조사를 시작했다. 금감원은 앞으로 의혹을 더 밝히는 과정에서도 추가 수사가 있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는 "오늘 현장 조사에 착수한 만큼 결과가 바로 나오긴 어렵다"며 "조사할 내용이 방대해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관계 파악과 동시에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도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의 기재 충실성을 점검하는 한편 공시 서류간 모순되는 다른 기재 내용도 살펴보고 있다. 고려아연 측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내달 14일 발생하는 만큼 그전에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정정 명령을 활용해 신고서 수정을 지시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 처벌 가능성도 거론됐다. 일단 정정 명령 등 금감원이 할 수 있는 조치를 모두 시행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특히 부정 거래 등 불공정 거래가 확인될 경우 수사기관에 이첩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각 사 오너 일가와 이사회 주요 인물들까지로 조사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

함 부원장은 "이번 경우는 심사와 검사, 조사, 감리가 다 동원되는 케이스"라며 "형사적인 부분이 확인되면 수사 통보가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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