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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농협 지배구조 진단]이사회 외부 전문가 7인…중앙회·조합장 견제 '역부족'③농림부 등 업계 관계자 포진…선임 과정, 기업 사외이사와 달라

이기욱 기자공개 2024-05-29 13:07:16

[편집자주]

농협의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NH농협투자증권 사장 선임 과정에서 시작된 농협금융지주의 독립성 이슈가 금융감독원의 고강도 검사로까지 이어졌다. 농협금융지주를 넘어 전 농협 주요 계열사들에 대한 경영 개입도 문제시되고 있다. 배임, 외환 송금 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의 원인으로 지배구조를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농협중앙회를 비롯한 농협 주요 계열사들의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체계를 진단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5월 27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농협중앙회 이사회에도 중앙회 경영진과 지역 농협 조합장들을 견제하기 위한 장치들이 일부 마련돼 있다. 외부전문가들로 구성된 비조합장 이사 7인이 이사회에 참여하며 일반 기업의 사외이사들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다만 그 구성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이사회 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으로 작다. 인력 구성 측면에서도 농협 관련 인사들이 다수 포진 돼 있어 다양성 및 독립성이 부족한 모습이다.

◇인추위에 조합장 직접 참여…비조합장 이사 선임 관여

농협중앙회 정관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이사회 구성원은 크게 3가지 부류로 나뉜다. △당연직 이사(3명)와 △회원조합장 이사(18명) △회원조합장 이사외의 이사(비조합장 이사, 7명) 등 총 28명이다.

당연직 이사는 중앙회장과 전무이사, 상호금융 대표가 고정으로 자리한다. 회원조합장 이사는 선출직으로 10개 지역(경기·충북·충남·경북·경남·전북·전남·강원·제주·특광역시)의 대표 조합장과 축산업협동조합 대표 2명이 선임된다. 원예농협, 인삼농협 등 품목조합의 대표 6명의 자리도 있다.

비조합장 이사 7명은 인사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이사회 의결을 거쳐 선임된다. 인사추천위원회는 △회원조합장 이사 2명 △이사가 아닌 조합장 1명 △복수의 농업인 단체 추천 외부전문가 1명 △복수의 학계 추천 외부전문가 3명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외부전문가는 농업인 단체와 학계가 2배수 이상으로 추천한 인사들 중에 이사회가 골라 위촉하도록 돼 있다. 결국 인추위 구성 권한도 이사회에게 있는 셈이다.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나 임원후보추천위원회 멤버를 사외이사들로만 구성하는 일반 기업들과는 선임 단계부터 차이가 있다.

조합장들이 선임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비조합장 이사들이 이사회 내에서 경영진이나 조합장 이사들을 견제하기 쉽지 않다. 이사회내 비중도 28명 중 7명에 불과하다. 외부 출신으로서 이사회 전문성 제고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정관상 '외부전문가' 기준 불명확…전 농업경제 대표도 선임

현 비조합장 이사들의 구성도 다양성, 독립성과는 거리가 있다. 농업계 관련 인사들과 과거 농협에 몸담았던 인물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관에서 비조합장 이사 7인의 조건으로 명시하고 있는 '외부전문가'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선임된 김경진 이사는 1950년 출생으로 과거 농협 하나로마트 분사장과 농협중앙회 비서실장, 상무 등을 지낸 인물이다. 2007년 농업경제 대표에 선임됐으며 이후 나눔로또 감사, 대표 등을 지냈다.

2021년 7월 선임 후 3년째 이사로 재직 중인 이학구 이사는 농업단체 출신 인사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으로 있으며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위원회' 민간위원, '농어업 농어촌 특별위원회' 위원 등을 함께 지내고 있다.

이 이사는 이사 선임 이전부터 한농연 경남도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하며 농협과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경남 합천율곡조합장을 지낸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도 인연이 있다.

지난해 7월 선임된 이양호 이사는 제 26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공직생활의 대부분을 농림수산식품부(현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보냈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농촌진흥청장을 지냈고 2017년 한국마사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1년 농업정책국장으로서 신경분리를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을 마무리 지은 인물이기도 하다. 2022년 대선 당시에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조직본부 국가대통합위원회 공동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농협중앙회가 정권 코드에 맞춰 비조합장 이사를 선임한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박성재 현 법무부장관과 한두봉 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등 친 정권 인사들도 지난 2022년 잠시 농협중앙회 이사에 선임된 적 있다.

이사회 내 농업계 또는 농협과 관련 없는 외부 전문가는 사실상 단 4명뿐이다. 강정화 소비자연맹회장과 안경환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명예교수, 강원택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 송인택 전 울산지방검찰청 검사장이 그들이다. 이들 역시 법조계와 학계 등 분야가 제한돼 있어 다양성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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