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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몽골 희토류 프로젝트 무산 '수익성 낮다' 상대적 가치 낮은 경희토 주축 영향…제련 기술 부족, 해외사업 축소 영향도

최현서 기자공개 2024-06-05 07:28:35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3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T가 지난해 몽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추진해왔던 희토류 국내 공급 관련 사업을 중단했다. 몽골의 주요 대기업인 '몬니스그룹'이 직접 KT 사옥에 찾아올 정도로 양사가 관심을 보였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몽골의 수익성 낮은 희토류 구성과 수송 문제를 비롯한 외부 사정 때문이다. KT를 포함해 국내 기업 중 희토류 제련 기술을 갖고 있는 곳이 없는 것도 이유다. KT가 해외 사업 규모를 점차 줄이고 있는 움직임과도 맞물린 사안이다.

◇의욕적으로 시작, 몽골 현지사정 등 걸림돌

3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몽골 희토류를 국내로 공급하는 사업 구상을 무기한 연기했다. 지난해 2월 1일 몽골의 주요 대기업 중 하나인 몬니스그룹과 희토류 광물 사업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던 사업안이다.

당시 KT는 몽골의 국가개발전략 '신부흥정책'에 도움을 준 것을 계기로 MOU를 체결했다고 설명했다. 신부흥정책은 몽골 정부가 2021년 말 발표한 국가개발전략이다. 무역과 에너지 등 6개 분야를 키워 경제 성장을 가속화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2021년 기준 몽골 국내총생산(GDP)의 25%는 광업이 차지하고 있고, 전체 수출의 80%는 광업이 차지할 정도로 광업은 중요했다. 특히 몽골 입장에서는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는 다량의 희토류 수출에 힘을 쏟았다.

KT는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등을 비롯한 글로벌 수준으로 통신 인프라를 갖추기 원했던 몽골과의 디지털전환(DX) 협력에 응했다. 덕분에 희토류를 국내에 공급할 사업자로서 기회도 얻었다.

다만 몽골은 기술력의 한계로 희토류 매장 위치와 종류 등 기본적인 사안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몽골 내 1714개의 광산 개발면허가 발급됐으나 이 중 약 270개 광산만이 운영 중인 것도 이러한 문제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양사 모두 희토류 사업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MOU 체결 2주 뒤인 지난해 2월 15일 출룬바타르 바즈(Chullunbaatar Baz) 몬니스그룹 사장이 직접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East에 방문해 광물 자원 개발 등의 내용이 담긴 MOU를 맺기도 했다. 하지만 KT는 이후 몽골 법인 설립, 구체적인 추진 계획 등과 같은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KT가 희토류 사업 계획을 접게 된 이유는 몽골의 희토류 대부분이 중(重)희토가 아닌 경(輕)희토로 구성된 것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몽골은 글로벌 전체 희토류 매장량의 16% 정도를 갖고 있는데 이는 전 세계 3위 수준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몽골 희토류에는 유리 연마제, 풍력 터빈 등의 제작에 쓰이는 경희토가 더 많다. 경희토는 레이저, 의료 장비, 원자로 제어봉 등에 쓰이는 중희토보다 경제적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다.

현지에서의 수송 문제도 걸림돌이었다. 몽골에서 확보한 희토류는 철로를 이용해 수송하는 것이 경제적이지만 북한이 가로막아 육로를 통한 전달은 불가능하다. 결국 배를 이용해야 하는데 몽골에는 항구가 없어 중국 항구를 이용해야 한다. 인접국인 러시아도 있지만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부터 부동항인 블라디보스토크까지의 직선 거리만 2000km가 넘을 정도로 매우 멀다.

또 몽골과 중국의 철로 폭이 달라 국경을 넘으면 중국 규격 열차로 흙을 옮겨 실어야 해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중국의 톈진항 등을 통해 국내로 희토류를 반입할 수 있다. 국제 정치로 수입 경로가 막힐 수 있다는 점도 취약했다.

◇준비가 덜 됐던 내부, 해외사업 다운사이즈 영향도

KT를 포함한 국내 산업계가 희토류를 재가공할 기술을 갖고 있지 않은 점도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게 만든 배경이다. 국내는 희토류 제련 기술이 걸음마 단계다. LS에코에너지가 베트남과 구매 계약을 맺은 정도다. KT 역시 광물을 다룰 수 있는 계열사는 현재까지도 없다.

KT는 해외 사업도 조금씩 줄이고 있다. 르완다 정부와 합작한 'KT 르완다 네트웍스'가 대표적이다. KT는 2013년 1500억원을 들여 르완다 네트웍스를 세웠지만 4세대 이동통신(LTE) 독점권 계약 분쟁을 겪으며 30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보기도 했다.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르완다 법인은 사업 규모를 줄이고 있다"며 "사업을 철수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중"이라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DX 전략의 일부였던 '엡실론(Epsilon)'도 원활하지 않다. KT는 2021년 디지코 전략의 일환으로 영국의 데이터 서비스 기업 엡실론을 1700억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지난해 1186억원의 영업권 손상차손을 냈다. 인수 당시 1497억원의 영업권을 책정했던 것과 대비하면 79.2%를 상각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엡실론 아랍에미레이트 지사를 청산하기도 했다.

KT 관계자는 "희토류 사업은 사업 정리나 사업 축소 등의 방향으로 이뤄진 것은 아니다"며 "현재 DX에서 인공지능 통신기술(AICT) 기업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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