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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the Musical]에이콤 <영웅>, 인간 안중근의 고뇌 노래한 15년 여정10번째 시즌 맞아 규모 확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서 공연

이지혜 기자공개 2024-06-10 08:18:36

이 기사는 2024년 06월 07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한 손으론 이토를 쐈지만
내 아들들의 손은… 기도하는 손으로 모아지길 바라오.
그 마음이 바로 동양평화요.“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 일제에 사형을 선고 받아 투옥 도마 안중근 의사는 사형을 앞두고도 펜을 놓지 않았다. 『동양평화론』을 썼다. 한국, 청국, 일본 등 동양3국이 독립을 유지하되 한 마음으로 서구 열강의 식민주의에 맞서고 동양, 더 나아가 세계 평화를 위해 힘써야 한다는 뜻을 담으려 했다. 비록 미완의 고(稿)로 남았지만.

“내 꿈은 태어난 고향을 지키며 아름답게 늙어가는 거였소. 결국,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되어버렸지만”이라는 대사는 못 다 이룬 독립의 꿈, 끝을 보지 못한 삶에 대한 인간 안중근의 안타까움을 함축한다.


뮤지컬 <영웅>이 관통하는 지점이다. 작품은 그동안 안중근 의사에 맞춰져 있던 초점을 인간 안중근으로 끌어온다. 배경은 1909년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암살했던 상황으로 설정했지만 극을 이끌어가는 힘은 인간 안중근의 두려움에서 나온다.

독립전쟁에서 지켜본 수많은 희생, 무고한 친구의 죽음, 거사에 실패할 수 있다는 걱정, 거사를 바로 앞둔 순간, 죽음의 문턱에서 도마 안중근 의사는 고작 32살 청년으로서 끊임없이 두려워한다.

그러나 나아갔다. ‘하늘에 맹세한 장부의 뜻’을 이루고자 움직였다. 두려워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두려운데도 행동했기에 안중근 의사는 영웅일 수 있었다. 그와 단지(斷指)동맹을 맺은 11명의 동지와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어머니인 조마리아, 최재형도 그렇다. 작품의 제목이 ‘안중근’이 아닌 <영웅>인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을까.

◇동양평화론을 품은 '인간 안중근', 깊이 더해 재조명

올해로 공연 15년차, 10번째 시즌을 맞은 <영웅>은 한층 장엄해졌다. 윤홍성 프로듀서는 “이번 시즌이 가장 규모가 크다”며 “15주년 기념 공연은 새로 합류한 배우, 오케스트라와 함께 역사적 깊이와 감정의 폭을 키워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웅>의 이번 시즌에는 무려 62명의 배우, 22명의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다. 덕분에 작품 특유의 서정적이면서도 웅장한 넘버가 구현될 수 있었다. <영웅>의 넘버를 연주한 더엠씨오케스트라는 2005년 연주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국내 최초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다.


음악은 뮤지컬 <영웅>이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에이콤인터내셔날의 윤호진 예술감독은 “<영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건 음악”이라며 “좋은 음악을 밑바탕으로 스펙터클, 연기, 스토리 등으로 관객이 시간의 흐름을 느끼지 못하도록 작품을 구성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비단 음악만이 아니다. 서사와 캐릭터도 관객의 정서에 맞춰 변화를 거듭했다. 명성황후의 마지막 궁녀로 설정된 가상인물 ‘설희’는 좀더 주체적인 성격으로 바뀌었다. 대동아공영권의 야욕을 품은 이토 히로부미는 안중근 의사와 힘의 균형을 이뤄 극에 긴장감을 주면서도 일제를 미화하지 않는 선을 지켜냈다.

이런 유연성은 <영웅>이 역사적 실체로서 안중근 의사가 아니라 인간 안중근을 보여주는 데 목적을 두고 있기에 가능했다. 윤호진 예술감독은 “안중근 의사의 위대함이 아니라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려 했다”며 “처음 <영웅> 제작을 제안 받았을 때는 이제 편한 작품을 하고 싶다며 거절했지만 동양평화를 추구한 안중근 의사의 철학에 감화돼 작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15년차 10번째 시즌 맞은 <영웅>, 에이콤의 비결은

뮤지컬 제작사 에이콤은 한국인의 가슴 한 켠에 자리한 안중근 의사를 결의, 두려움, 용기, 그리움처럼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성을 담아 <영웅>으로 노래했다. 115년 전 역사가 현시대 관객에게도 소구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에이콤 제작진과 배우들은 중국 다롄과 하얼빈, 뤼순감옥, 블라디보스토크 등을 직접 답사하며 안중근 의사의 발자취를 더듬었다. 대본을 개발하고 무대 디자인을 완성하는 데 2년 등 작품을 구상하는 데 5년이 걸렸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의 제안으로 2004년 시작된 작품이 2009년 10월 말에서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이유다.

에이콤의 뜻은 관철됐다. <영웅>은 국내 뮤지컬 역시에 한 획을 그을 만한 기록을 써내려갔다. 국내 19개 지역에서 공연되며 전국의 관객과 만났고 2011년 뉴욕, 2015년 하얼빈 무대에도 올랐다.


관객 반응도 뜨거웠다. 2023년 3월 28일 공연을 기점으로 누적 관객 수 100만 명을 돌파해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국내 대형 창작 뮤지컬 작품 가운데 밀리언셀러가 된 건 <명성황후>에 이어 <영웅>이 두 번째다. 안중근 의사의 삶이 큰 울림을 줬는데도 그를 다룬 작품이 상업적으로 흥행한 사례가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에이콤은 흥행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캐스팅에도 만전을 기했다. 에이콤은 그동안 안중근 의사로 분해 사랑 받았던 검증된 배우들을 캐스팅했다. 이에 따라 정성화, 양준모, 민우혁 배우가 안중근 의사 역을 맡았다. 정성화 배우는 2009년 초연부터 지금까지 총 10번의 시즌 가운데 8번의 시즌에 출연했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은 임선애 배우, 60년 넘게 무대를 지킨 박정자 배우가 맡았다. 이밖에 이토 히로부미 역에는 김도형, 서영주, 이정열, 최민철 배우가 캐스팅됐고 설희 역에 유리아, 정재은, 솔지 배우가 낙점됐다. 안중근 의사의 뜻에 감화한 일본인 교도관 치바 역은 일본인 노지마 나오토 배우가 맡았다.

<영웅>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8월 11일까지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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