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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유정준 부회장의 복귀, '제2 소버린 사태' 고려했을까 조대식·박정호 등 퇴임자와 달리 이례적 기용…행동주의 펀드 공세 우려

정명섭 기자공개 2024-06-13 08:12:56

이 기사는 2024년 06월 11일 16: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와이오밍주에서 열린 테라파워의 소형모듈원자로(SMR) 착공식 현장에 SK그룹 대표로 유정준 부회장이 참석했다. 테라파워는 SK㈜와 SK이노베이션이 2022년 2억5000만 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한 회사다.

이날 유 부회장의 직함은 SK온 부회장 겸 SK아메리카스 대표였다. SK아메리카스는 지난 3월 계열사별로 흩어진 북미 대관 기능을 통합한 조직이다. SK온 부회장직은 지난 10일 추가됐다. 올 1분기 말까지만 해도 그의 직위는 부회장이 아닌 '총괄'이었다. 그는 SK㈜ 소속 미주대외협력총괄 겸 트랜지션TF장 신분으로 북미 사업과 대외협력을 총괄해왔다.

유 부회장이 다시 기용된 건 조대식·김준·박정호 부회장 등 다른 실세들이 작년 말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역할이 축소된 것과 대조적이다. 유 부회장은 이들보다 앞선 2022년 말 SK E&S 대표이사직을 내려놔 부회장 퇴임 시기도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 인물이었다.

재계 일각에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혼 소송 대법원 판결에 따라 조 단위의 재산 분할 시 글로벌 헤드펀드의 공격 대상이 될 것을 고려한 인사일 가능성에 주목한다. 유 부회장은 2003년 '소버린 사태'를 해결한 주역이다. 당시 SK㈜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아 글로벌 투자자들을 설득해 우호 지분을 확보하고 국내외 언론에 회사 논리를 적극적으로 알려 소버린의 공세를 막아냈다.

◇'소버린 사태' 해결사 이력 눈길

1962년생인 유 부회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일리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석사 과정을 밟은 이후 딜로이트앤터치와 맥킨지 등 글로벌 컨설팅 펌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91년 맥킨지 한국사무소 설립 멤버로 활동할 당시 LG그룹 컨설팅을 하던 중 그룹 2대 회장인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의 눈에 들어 1996년 LG건설(현 GS건설)에 입사, 34세에 최연소 임원으로 승진했다. 당시 그는 재무 역량과 글로벌 감각을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SK그룹에 합류한 시기는 1998년이다. 그는 맥킨지에서 근무할 당시 SK그룹이 컨설팅을 받았는데 당시 최 회장과의 인연으로 영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부회장은 이후 △SK㈜ 경영지원부문장(CFO) △SK에너지 사장 △SK루브리컨츠(현 SK지오센트릭) 대표이사 △SK G&G(글로벌미래성장동력발굴) 추진단장(사장) △SK E&S 대표이사 등을 차례로 역임했다.

주목할 점은 소버린 사태 당시의 SK㈜ CFO 이력이다. 소버린 사태는 헤지펀드 글로벌 소버린자산운용이 2003년에 SK㈜ 지분 14.99%를 확보, 2대 주주 자리에 오른 후 경영진 퇴진을 요구한 사건이다.

소버린은 SK그룹이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지분을 빠르게 확보해 최 회장 등 총수 일가에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

당시 최 회장의 SK그룹 지배 기반은 취약했다.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이 SK글로벌과 SK건설(현 SK에코플랜트) 등이 일으킨 은행 차입금 6조8000억원에 대해 개인 신분으로 연대보증을 했는데 최 회장은 경영권을 승계하면서 이 책임을 떠안았다.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가 터지자 채권단은 최 회장 보유 주식을 담보로 잡았고 소버린은 이 약점을 공략했다.

유 부회장은 최 회장을 대변해 소버린과의 지분 대결 전면에 나섰다. 글로벌 투자자를 직접 만나 우호 지분을 확보했다. 중동 에너지 업계 인맥을 활용해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를 우호적 투자자로 유치한 것이 대표적인 성과다. 미국 유학과 글로벌 컨설팅 펌에서 근무한 이력 덕에 해외 여러 인맥을 구축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유 부회장은 국내외 언론과 적극적으로 만나 SK그룹의 논리를 설명했다. 덕분에 해외 투기자본이 SK의 발전을 위한 장기 투자가 아닌 단기 시세차익을 노려 국부가 유출될 수 있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 소버린은 2004년 3월 SK㈜ 정기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완패하며 SK그룹과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유 부회장이 최 회장의 '복심'으로 통한 건 이때부터다.

◇'행동주의 펀드' 공세 가능성 배제 못해

SK그룹은 최 회장의 이혼 소송에 따른 재산 분할 대법원 판결에 따라 다시 헤지펀드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심과 달리 재산 분할 규모가 1조3800억원으로 급격히 커진 탓이다.

이미 항소심 판결 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측에 여러 사모펀드운용사(PE)가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을 회원사로 둔 사단법인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지난 4일 SK㈜에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SK㈜는 자사주 1867만7978주(25.52%)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들은 작년부터 국내 주요 기업에 자사주 소각 같은 강력한 주주환원책과 행동주의 펀드 측 사외이사 선임 등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 시즌 전후로 삼성물산과 금호석유화학, JB금융지주, KT&G 등은 관련 사안을 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표대결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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