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6월 13일 07: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선내화그룹이 개발을 목적으로 취득했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부동산을 3년 만에 처분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서둘러 처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장부가액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만 받고 처분하면서 자금 운영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 아니냔 해석도 나온다. 한남동 부동산 처분을 마치면 리츠와 자산운용사 등을 통해 간접 개발하는 사업만 남게 된다.

12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조선내화그룹 부동산 전문기업 '시알아이'는 지난 7일 아이아이컴바인드와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시알아이가 보유하고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684-7번지 외 4개 필지를 375억원에 처분하는 내용이 골자다.

양도 예정일은 오는 9월 6일이다. 이때까지 잔금을 치르면 아이아이컴바인드로 소유권이 이관된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선글라스, 안경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비롯해 화장품 브랜드 '탬버린즈'와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트' 등을 운영한다. 이번 한남동 부동산 취득으로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서울 성북구 성수동 신사옥에 이어 자산 확대에 힘을 쏟는 모양새다.

조선내화그룹으로선 부동산 개발 사업의 주요 프로젝트 중 하나를 포기하는 거래로 풀이된다. 그동안 철강산업의 핵심 자재인 내화물을 생산하는 조선내화를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했다. 지난해 조선내화를 지주회사인 시알홀딩스로 전환하고 사업부문을 조선내화로 인적분할하는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지배구조 개편에 앞서 조선내화는 2022년 11월 부동산 투자 관련 사업을 영위할 '시알아이'를 설립했다. 이어 그해 12월에는 조선내화가 보유하고 있던 주요 부동산 자산과 부동산 개발 자회사 지분들을 시알아이에 현물 출자했다.

당시 현물 출자한 자산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부동산과 강남구 역삼동 조선내화빌딩 토지와 건물, 강남구 논현동 리스트강남 8개 호실 그리고 '브이인마크청년주택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리츠)'와 '인사동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이 포함됐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이번에 거래된 한남동 부동산의 가치다. 당시 조선내화가 외부 평가기관에 의뢰해 산출한 한남동 부동산의 현물 출자가액은 446억7067만원이다. 시알아이가 이번에 처분한 가격이 375억원임을 고려하면 현물 출자했을 때보다 16%가량 저렴하다.


해당 부지는 현재 기존 건물이 철거되고 토지 정비 등 토목 공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의 건물 2개 동을 짓는 건설 계획을 신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도 해석된다. 조선내화그룹은 해당 비용 등을 매몰 비용으로 인식하더라도 처분하는 쪽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2021년 10월 부동산을 취득한 지 약 3년 만이다.

조선내화그룹의 시알아이는 부동산 개발보단 임대업에 주력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자산 매각이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인 만큼 당분간 직접 개발 사업에 뛰어들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남은 부동산 자산은 조선내화빌딩과 리스트강남 및 개발 자회사 정도이며 서울 종로구 가회동과 당진시 중흥리 일부 토지는 개발엔 적합한 자산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더벨은 조선내화그룹 측에 한남동 부동산 매각과 관련해 문의를 남겼으나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