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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남양유업 보수 한도 승인 취소' 판결의 의미

이윤정 산업3부 부장공개 2024-06-21 07:40:12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0일 07: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에 대한 이사 보수 책정 위법 여부가 결정됐다.

지난해 3월 남양유업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사들의 급여를 50억원까지 늘리는 보수 한도 승인 결의를 했다. 2022년 기준 남양유업 지분 51.6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등기이사였던 홍 전 회장은 '찬성표'를 던지며 승인에 힘을 보탰다. 이렇게 될 경우 그가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은 17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남양유업 지분 3%를 가지고 있던 사모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선임한 심혜섭 남양유업 감사가 문제 제기를 했다. 상법 368조 3항의 ‘총회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는 규정을 근거로 주총 결의 취소소송을 냈다.

홍 전 회장이 보수와 관련해 특별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당사자기 때문에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견이었다.

1년간의 법정 다툼이 이어졌고 이달 초 재판부는 '남양유업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 판결문에서 “지난해 3월 남양유업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뤄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결의를 취소하라”고 선고했다.

재판부는 “남양유업 이사인 홍 전 회장은 이사의 보수 한도액을 정하는 결의가 이뤄지면 그 한도 내에서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게 되므로, 이 결의에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가지는 특별 이해관계인에 해당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결론 내렸다.

사실 국내 대부분의 상장 기업에서 지배주주의 '셀프 보수' 책정은 관행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자기 보수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점 때문에 투명성, 공정성에서 항상 논란이 돼 왔다. 특히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시되고 있는 요즘 '셀프 보수'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졌다.

이를 의식해서 일부 상장사들은 보상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다만 이 마저도 사내 이사가 일부 참여하고 있어 객관성과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학계에서는 영국의 '세이 온 페이'(say-on-pay) 제도도 제안하고 있다. '세이 온 페이'는 상장사가 적어도 3년에 한 번 경영진 급여에 대해 주주총회 심의를 받도록 하자는 게 골자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주주들 의견이 공개된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보수 책정을 쉽지 않게 하기 때문이다.

'셀프 보수' 관행에서 자유로운 회사가 많지 않은 탓에 이번 남양유업 소송 결과에 소송 당사자들보다 다른 기업들이 촉각을 세우고 주목했다.

결국 남양유업 판결문을 통해 법원은 '셀프 보수 결의가 상법 위반'이라고 못박았다. 벌써 일부 기업들에서는 셀프 보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다.

회사 운영에 있어 투명성, 공정성, 객관성에 대한 요구 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번 판결을 기점으로 상장사들의 ESG경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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