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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 Blue]SV인베, 리벨리온이 제2의 하이브 될까VC 중 가장 많은 금액 투자, 사피온과 합병 추진에 주가 출렁…AI반도체 적극 투자 주목

최윤신 기자공개 2024-06-26 09:20:07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1일 07: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ow It Is Now

국내 벤처캐피탈(VC) SV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최근 1주일새 큰 폭으로 움직였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52주 최고가인 2835원을 기록하며 크게 올랐다가 다시 2000원 초반대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난 13일의 급등은 SV인베스트먼트의 주요 포트폴리오 기업 중 하나인 리벨리온의 합병 소식의 영향을 받은걸로 분석됩니다. 리벨리온은 지난 12일 장 마감 후 사피온과 합병 추진을 발표했습니다. 사피온은 SK텔레콤이 대주주인 국내 AI 반도체 팹리스 회사입니다.

급등했던 주가가 이내 제자리로 돌아온 건 합병 성사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합병에 대한 리벨리온 주주들의 동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합병 찬반에 대한 주주들의 반응이 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직 구체적인 합병 비율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합병에 대한 득실을 제대로 따지기 어렵다는 시장의 판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됩니다.



리벨리온은 지난 2020년 박성현 대표와 오진욱 CTO 등이 공동 창업한 AI반도체 팹리스 스타트업입니다. 올 초까지 진행된 시리즈B 투자유치에서 기업가치 8800억원을 인정받으며 1700억원을 모아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SV인베스트먼트는 리벨리온에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한 VC로 꼽힙니다. 앞서 지난 2022년 시리즈A라운드에 100억원가량을 투자했고, 올해 초 이뤄진 시리즈 B라운드에서도 96억원을 팔로우온했습니다.

물론 주가 변동이 오롯이 리벨리온 이슈 때문이라고 단정 짓긴 어렵습니다. 다만 2022년 투자 이후 리벨리온 관련 긍정적인 이슈가 발표될 때마다 주가가 들썩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요 요인이라는 점을 부정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SV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023년 2월 리벨리온이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 ‘아톰(ATOM)’을 출시한다고 밝혔을 당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리벨리온이 삼성전자와 AI칩 ‘리벨’의 개발 목표를 공개한 2023년 10월 5일에는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리벨리온은 올해 하반기까지 리벨의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당시 상한가의 원인이 리벨리온 이슈 때문만은 아닙니다. 같은 날 SV인베스트먼트는 인도네시아 VC인 이스트벤처스와 함께 1억달러 규모의 동남아시아 역외펀드 결성을 추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역시 SV인베스트먼트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Industry & Event

국내 주식시장에서 VC의 주가는 대개 포트폴리오 기업의 이슈에 따라 움직이곤 합니다. 두나무에 투자한 VC들이 주목받았던 게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야놀자의 미국법인 설립 소식에 SBI인베스트먼트와 아주IB투자 등의 주가 상승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리벨리온에 투자한 상장 VC가 SV인베스트먼트뿐만은 아닙니다. 상장VC인 미래에셋벤처투자도 리벨리온에 적지않은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SV인베스트먼트에 비해 리벨리온 이슈에 따른 주가 움직임이 크진 않습니다.

SV인베스트먼트는 VC 중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다는 상징성과 더불어 상대적으로 적은 시총 때문에 더 크게 부각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20일 종가기준 SV인베스트먼트의 시총은 1100억원가량인데, 미래에셋벤처투자는 3300억원 수준입니다.

리벨리온 관련주로서 SV인베스트먼트의 주가가 움직이는 게 비이성적이라고 보긴 어렵습니다. SV인베스트먼트는 하이브(당시 빅히트) 초기투자사로서 2018년 30배에 달하는 멀티플로 회수를 마치며 국내 대표 VC 반열에 우뚝 섰습니다. 적극적으로 투자한 리벨리온이 유니콘으로 성장한다면 ‘제2의 하이브’ 사례를 추가해 ‘퀀텀점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만 VC로서 만들어가고 있는 다른 이정표들이 주가에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SV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VC로 평가받고 있는데요. 동남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중국 등에서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과 동남아에서 동시에 역외펀드 조성을 진행하고 있기도 합니다.

최근의 성적표도 나쁘지 않습니다. 3월 결산법인인 SV인베스트먼트는 지난 회계연도 연결 기준 297억원의 매출과 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17%, 24% 증가한 수치입니다.


◇Market View

SV인베스트먼트와 관련해 증권사가 최근 내놓은 리포트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증권사에서 벤처캐피탈 섹터를 전문적으로 커버하는 애널리스트가 없다보니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지난 2021년 6월 29일 미래에셋증권이 내놓은 ‘외형 성장 지속’이라는 제목의 리포트가 가장 최근의 내용입니다. 당시 정길원 애널리스트는 SV인베스트먼트가 해외에서 추가적인 성장 동력을 찾고 있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그는 “중국과 미국에 각각 현지 사무소를 운용하고 있으며 동남아 진출위한 싱가폴 현지법인 설립 등 다각화를 확대하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관리보수율 및 성과보수율이 국내 대비 상대적으로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약 3년이 지난 현재 SV인베스트먼트는 언급된 강점을 더욱 강화했습니다. 그간 다양한 해외기업에 투자해 다양한 유망 포트폴리오를 구축했습니다. 북미지역에서는 햄버거 패티 자동 조리 로봇 제조사인 애니아이에 40억원을, 물류로봇 설계·제조기업 콘트로에 32억원을 각각 투자했습니다. 중국에서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선도업체 사이클웰이 65억원, 통신반도체 팹리스기업인 센스컴(Sensecomm)에 60억원을 각각 투자할 예정입니다.

동남아시아에서는 한국인이 싱가포르에 설립한 반도체 후공정기업 실리콘박스(80억원)와 핀테크 대표기업인 핀악셀(85억원)등이 유망한 포트폴리오입니다. 투자뿐 아니라 펀드레이징 성과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싱가포르 법인이 이스트벤처스와 Co-GP 펀드 결성을 진행 중이며, 미국법인은 단독GP로 펀드레이징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재로서 리벨리온의 성장성을 다룬 증권사의 리포트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장의 주목도가 높지만 설립 5년차 비상장기업으로 이제 막 시리즈B 투자를 마쳤기 때문에 공식적인 의견과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리벨리온과 사피온의 합병비율에 따라 투자사들의 지분율이 달라지므로 투자사 입장에서 합병의 득실을 따지기엔 이르다”며 “본격적인 회수 단계에 진입하기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한 만큼 펀더멘털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지도 아직 미지수”라고 봤습니다.

펀더멘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하우스의 전반적인 투자 방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시각입니다. 리벨리온이라는 단일 포트폴리오에 그치지 않고 주력하는 투자 분야의 성장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SV인베스트먼트는 비단 리벨리온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반도체 생태계 전반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온 하우스입니다. AI칩 전문 디자인 하우스인 세미파이브에도 15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습니다. 최근에는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 설계 대표기업인 메티스엑스에도 150억원을 투자한 바 있습니다.

◇Keyman & Comments

SV인베스트먼트의 키맨은 홍원호 대표(사진)입니다. 1964년생인 홍 대표는 국내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로 해외에서 주요 경력을 쌓은 벤처 투자 전문가입니다. 1989년 서강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금융권을 거쳐 2000년 KTB네트워크를 통해 벤처캐피탈 업계에 입문했습니다. 지난 2019년 SV인베스트먼트에 합류해 창업자인 박성호 대표와 각자대표 체제로 회사를 이끌고 있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살림을 총괄하고 있는 건 장필식 경영기획부문장(전무)입니다. 최근 인사를 통해 경영기획본부가 부문으로 승격하며 역할이 한층 강화됐습니다. 장 부문장은 최근의 주가 흐름에 대해 “주가 등락은 다양한 변수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향후 주가 변동상황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한 것 같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이어 “인위적인 주가부양보다는 SV인베스트먼트의 투자철학에 따라 글로벌 사업을 확대하고 혁신기업 발굴과 투자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식이라고 본다”며 “일관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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