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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Talk]<인사이드 아웃2>와 픽사의 부활월드와이드 10억달러 돌파 눈앞…2020년 이후 오리지널 스토리는 줄줄이 실패

고진영 기자공개 2024-07-01 09:40:15

이 기사는 2024년 06월 28일 07: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인사이드 아웃 2>에서 사춘기 소녀가 된 라일리는 새로운 감정을 마주한다. 어딘가 광적으로 보이는 오렌지색 요정 '불안'이다. 불안은 라일리의 신념을 흔들고 내면적 믿음을 잠식하려 든다.

"감춰져 있는 무서운 것들에 대비해야 해. 난 미래를 계획한다고." 불확실한 미래에 조바심 내는 불안. 그의 지배는 절대적이라 좀처럼 저항하기 어렵다.

앞날을 걱정해 갈팡질팡한 것은 <인사이드 아웃 2>의 제작사 픽사(Pixar)도 마찬가지다. 손대는 것마다 잘되던 시절이 끝나고 오래 고전하다 수년만에 흥행작을 배출했다. 이번 성공이 일견 이정표를 제시한듯 하지만 문제는 간단치 않다.

◇픽사, 옛 영광 되찾을까

더 넘버스에 따르면 <인사이드 아웃 2>는 25일 월드와이드 기준으로 7억9984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중 북미에서 판매한 티켓이 3억8797만달러, 나머지 국가들의 경우 집계에 시차가 있지만 4억1187만달러를 기록했다. 국내에선 26일까지 452만명(435억원)이 이 영화를 봤다.

추세를 감안할 때 이르면 이번 주말, 늦어도 내달 초면 10억달러를 넘길 전망이다. 이 경우 전 세계에서 올해 티켓 판매량이 10억달러를 돌파한 첫 영화가 된다. 역대 애니메이션 영화 가운데 가장 빠른 흥행 추이를 나타내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 2>의 불안.

<인사이드 아웃 2>의 폭발적 흥행은 수년간 계속되던 픽사의 가뭄에 종지부를 찍은 것처럼 보인다. 픽사는 애플 공동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그래픽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탄생한 곳이다. 1995년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평단과 대중을 모두 사로잡고는 수십년간 마치 패배를 모르는 듯 달렸다.

작년까지 27편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총 154억달러(약 21조원)를 벌었고 23개의 오스카를 수상했다. 박스오피스 수익이 10억달러를 넘긴 영화만 <토이스토리 3>, <도리를 찾아서>, <인크레더블 2>, <토이스토리 4> 등 4편이나 된다.


하지만 2020년 <온워드: 단 하루의 기적>를 기점으로 흥행 가도가 끊기기 시작했다. 이후 릴리즈된 <소울>, <루카>, <메이의 새빨간 비밀>이 모두 극장이 아닌 디즈니플러스에 풀렸다. 2022년엔 회심작 <버즈 라이트이어>를 내놨지만 본전도 찾지 못했다. 예산 2억달러를 들였는데 박스오피스 수익은 2억2600만달러에 그쳤다.

지난해 개봉한 <엘리멘탈> 역시 개봉 주말에 거둔 성적이 3000만달러를 밑돈다. 픽사 애니메이션 중에선 최저 수준이다. 이후 입소문이 나면서 결국 4억9600만달러까지 올랐으나 높았던 픽사의 기준에 도달했다고 보긴 어렵다.

<엘리멘탈> 스틸컷.

고전이 계속되자 모회사 월트디즈니는 <인사이드 아웃 2>이 개봉하기 직전 픽사에서 175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이미 작년을 기점으로 디즈니는 대대적인 인력 삭감을 단행해왔다. 디즈니 CEO인 밥 아이거가 지난해 2월 7000명의 일자리를 없애고 55억달러를 절감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8000명이 넘는 직원을 정리했다. 픽사에서도 지난해 중순 75명을 내보냈는데 또 추가로 인력을 줄인 셈이다.

당시 해고된 인원에는 <버즈 라이트이어>의 감독 앵거스 매클레인과 프로듀서 게일린 서스맨이 포함됐다. 매클레인은 <토이 스토리 4>, <코코> 등 흥행작 크리에이티브팀에 속해 있던 감독이다. 서스맨 역시 <토이 스토리> 1편이 개봉할 때부터 픽사에 있었는데 근 30년 만에 회사를 떠났다. 2013년 밥 피터슨 감독을 해임한 이후 10년 만의 감원이었으니 충격을 짐작할만 했다.

◇오리지널 vs 속편, 픽사의 고민

참패의 원인을 픽사는 어디서 찾았을까. 눈 여겨볼 부분은 2020년부터 작년까지 픽사에서 공개된 6편 중 5편은 속편이 아닌 오리지널 스토리라는 점에 있다. 나머지 1편인 <버즈 라이트이어>조차 속편이라기 보단 스핀오프다. 줄줄이 실패했으니 새 캐릭터 개발에 대한 픽사의 의욕이 시들어도 놀랍지 않다. 반등이 필요한 때 픽사가 <인사이드 아웃>의 속편을 꺼내든 배경이다.

픽사 CEO인 짐 모리스는 <인사이드 아웃 2>를 두고 박스오피스에서 속편이 여전히 영향력 있는지 확인해볼 좋은 테스트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고공행진 중인 <인사이드 아웃 2> 성적을 보면 테스트 결과는 일단 속편의 승리로 보인다.

그래서 평단과 업계 일각에선 <인사이드 아웃 2>의 성공이 오히려 픽사를 '근시안적 행보'로 이끌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픽사의 영광을 이끌었던 <토이 스토리>나 <인사이드 아웃> 역시 처음은 오리지널 스토리로 시작했는데, 앞으론 독창적인 캐릭터 개발보다 속편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걱정이다.

픽사 CCO(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인 피트 닥터(사진)의 최근 인터뷰를 보면 이미 오리지널 개발에 대한 회의가 엿보인다. 그는 이달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다들 왜 오리지널 작품을 하지 않느냐고 하지만 막상 (오리지널을) 만들면 익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보지 않는다"며 "반면 속편은 이미 '좋아한다는걸 아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가치 있다"고 말했다.

닥터는 <인사이드 아웃> 첫 편을 맡았던 감독이기도 하다. <인사이드 아웃>이 성공을 거둔 뒤 속편보다는 오리지널 제작에 힘 쏟고 싶다고 했는데 이제 입장이 달라졌다.

픽사의 고민은 이제 공개될 두 영화의 성과로 다시 갈릴 수 있을 전망이다. 픽사는 내년 <엘리오>를 릴리즈 하기로 했다. 엘리오는 1년 이상 연기된 픽사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이다. 외계인에게 납치돼 지구의 대사가 되는 소년 엘리오의 이야기. 그리고 2026년엔 <토이 스토리 5>를 개봉한다.

픽사의 <엘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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