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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업계는 지금]4년간 150% 확대된 생산능력, 수익성 악화 원인일까②3사 CAPEX 합계 3.5조…'신중모드' 돌아선 투자 기조

김위수 기자공개 2024-07-17 10:43:24

[편집자주]

올해도 쉽지 않다. 이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만드는 기업들의 이야기다. 전기차 시장 수요가 위축되며 동박 업체들의 실적 개선도 난항을 겪고 있다. SK넥실리스·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해에 이어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만이 아슬아슬하게 흑자를 내는 모습이다. 기대주로 촉망받았던 동박 사업은 왜 부침을 겪고 있을까. 더벨이 동박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 전망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5일 17: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차전지 동박 기업들은 시장재편이 이뤄진 2020년 이후 본격적인 증설 행보를 시작했다. 이차전지 산업의 성장세에 속도가 붙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행보가 활발했다. 국내 동박 3사의 연간 생산능력 합계는 2020년 약 8만톤(t)에서 올해 20만톤 수준으로 150% 늘어나게 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전기차 시장의 수요 위축에 동박 공급이 남아도는 상황이 됐다. 공급과잉 상태를 초래한 원인이 비단 중국 업체들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크게 늘어난 생산능력이 미래의 수익으로 돌아올 것이란 기대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당장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4년간 CAPEX로 3.5조 투입

가장 높은 생산능력을 갖춘 국내 동박 기업은 SK넥실리스다. SK넥실리스는 현재 우리나라와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연간 10만톤(t)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다. SK그룹에 인수된 뒤 시장 점유율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증설 행보를 펼쳤다. 당시 SK넥실리스 뿐만 아니라 SK그룹 자체가 투자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계열사이자 주력 고객사인 SK온 역시 생산능력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중이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SK넥실리스가 4년간 자본적지출(CAPEX)로 쏟아부은 금액은 1조7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3만4000톤 수준이었던 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능력 규모는 4년여간 약 200% 확대됐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솔루스첨단소재도 SK넥실리스만큼은 아니지만 동박 생산설비 증설에 공을 들였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0년 연산 3만4000톤 수준이었던 생산능력을 올해 연산 6만톤 수준으로 늘렸다. 솔루스첨단소재의 생산능력도 같은 기간 연산 1만톤에서 3만8000톤으로 뛰었다. 이 기간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와 솔루스첨단소재가 집행한 CAPEX는 각각 8456억원, 1조원이다. 국내 동박 3사가 4년간 총 3조5409억원을 쏟은 셈이다.


생산능력은 높였지만 동박을 팔 곳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위축되며 배터리 업체들이 가동률을 낮추기 시작했다. 동박 업체들은 가동률 조정에 나서는 동시에 재고소진에 나섰다. 특히 SK넥실리스의 경우 2022년 2616억원이었던 재고자산 규모를 올 1분기 1803억원 수준으로 낮춘 상태다.

SK넥실리스를 필두로 동박 재고자산 처분이 이뤄지며 업계의 수익성 전반이 악화된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실제 SK넥실리스는 올 1분기에도 6분기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흑자를 기록하기는 했지만 영업이익률이 2%도 되지 않았다.

◇고민거리 된 북미 투자

동박 기업들은 투자 기조에 변화를 주고 있다. 2020년쯤에는 사업확장을 최우선순위로 뒀다면 최근에는 보다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상황이 언제 개선될지 모르는 만큼 리스크를 더 면밀히 검토하는 모습이다.

북미 투자가 대표적이다. 배터리 업계에 북미는 중요한 시장이다. 중국 기업들의 진입이 어려워 우리나라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이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지역으로 지목된다. 특히 북미에 생산설비를 구축 중인 배터리 기업들이 동박 기업들의 현지 진출을 원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수요가 되살아난다면 우리나라 동박 기업들이 북미 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따른 기회 및 위험요인에 대해서는 더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솔루스첨단소재는 이미 캐나다에 공장을 설립 중이다. 다른 동박 업체들도 북미 진출에 대한 의지가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SK넥실리스는 2025년 북미 지역을 포함, 전세계에 연산 25만톤의 생산능력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2021년경 발표했다. 하지만 동박 사업에서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진 데다가 SK그룹이 전면적인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나섰다. SK넥실리스의 북미 투자계획은 재점검 대상이 됐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북미 투자 일정 역시 지연됐다. 원래 계획대로였다면 지난해 중 부지가 확정됐어야 하지만 아직 별다른 소식이 없다. 물밑에서 북미 투자를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설명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입장에서 투자를 서두를 이유도 없다. 부진한 시장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미국 대선과 같은 리스크를 따져볼 기회라고도 보고 있다. 이를 통해 현금흐름 개선 효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모회사 롯데미칼은 최근 실시한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신규 및 경상투자계획을 조절해 현금흐름을 개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중 해외 사업의 확대 시기가 조정됐다는 내용도 포함돼있다.

북미 투자 자체가 불투명해진 SK넥실리스와 달리 아직까지 진출 계획 자체는 확고하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8년까지 북미를 포함한 전세계에서 연산 24만톤의 생산체계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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