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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박업계는 지금]'성공적 투자' 평가받을 수 있을까①성장성 보고 과감한 베팅, 당장은 '점유율 확보' 집중

김위수 기자공개 2024-07-15 08:20:12

[편집자주]

올해도 쉽지 않다. 이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만드는 기업들의 이야기다. 전기차 시장 수요가 위축되며 동박 업체들의 실적 개선도 난항을 겪고 있다. SK넥실리스·솔루스첨단소재는 지난해에 이어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만이 아슬아슬하게 흑자를 내는 모습이다. 기대주로 촉망받았던 동박 사업은 왜 부침을 겪고 있을까. 더벨이 동박 산업이 어려움을 겪게 된 배경과 앞으로의 모습에 대해 전망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1일 16:2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나라 동박 시장은 2020년을 기점으로 완전히 재편됐다. 배터리 업체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며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한 시기다. LG화학·삼성SDI 등 배터리 제조사의 주가 상승 랠리가 시작된기도 했다.

전기차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을 꿈꿨던 SK그룹은 발 빠르게 동박 제조사 KCFT(현 SK넥실리스)를 인수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도 매물로 나온 두산그룹의 동박 자회사 두산솔루스(현 솔루스첨단소재)를 품에 안았다. 롯데그룹은 2022년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작업에 돌입해 2023년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롯데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진출에 늦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고속 질주' 전기차 시장, 웃돈 주고 인수

SKC가 사모펀드(KEF) 운용사 KKR로부터 KCFT를 인수하기 위해 지불한 금액은 1조2000억원이다. 당시 SKC의 자산 중 30%에 달하는 규모로 결코 적은 금액이 아니었다. 특히 1년 반 전 KKR이 LS그룹으로부터 LS엠트론 동박·박막사업부(KCFT)를 사들였을 당시 3000억원의 가치가 매겨졌었다. SKC로서도 KCFT 인수를 반드시 성사시키기 위해 무리를 한 측면이 있던 셈이다.

증권사에서는 당해 예상실적 기준 KCFT의 인수가를 주가수익비율(PER) 31배, 주가순자산비율(PBR) 5배로 추산했다. 비슷한 시점 비교군이던 일진머티리얼즈의 기업가치는 PER은 29배, PBR은 3배 정도로 나타났다. KCFT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가 받고 있던 수준 이상의 멀티플이 적용됐다. 동박 사업의 성장성에 대한 확신이 컸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해 두산솔루스를 인수한 스카이레이크는 지분 53%를 약 7000억원에 인수했다. 지분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MOU)가 체결됐을 당시 두산솔루스의 시가총액은 약 1조원 수준이었다. 이것만 보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낮은 수준이지만 2020년 두산솔루스의 주가흐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두산솔루스의 시가총액은 변동이 컸다. 협상이 진행 중이던 4월경에는 6000억~1조원 수준이었고, 이후 주가 상승이 이어지며 양해각서(MOU)가 체결된 같은해 7월 이후에는 1조2000억원 이상으로 올랐다. 특히 스카이레이크는 MOU 체결 전인 같은해 4월 협상 당시 6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카이레이크 역시 두산솔루스 인수 과정에서 유리한 입장은 아니었다.

롯데그룹이 일진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경영권 프리미엄을 크게 얹었다는 점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롯데케미칼은 일진머티얼즈 지분 53.3% 등 인수를 위해 2조7000억원을 투입했다. 인수 시점 일진머티리얼즈의 시가총액은 약 2조5000억원 수준으로 프리미엄이 100%에 가까웠다. 성장세에 진입한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관계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고점 인수'될까, 신의 한 수 될까

애초에 비싼 값을 쳐 동박 기업을 인수한 롯데그룹은 논외로 두고, SK그룹·스카이레이크의 M&A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합리적인 가격에 지분을 인수한 것은 아니지만 과감한 베팅으로 이차전지 사업 성장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인수 이후 2021~2022년까지 실적 추이가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차전지 업계의 시장상황이 전반적인 침체로 동박 기업들의 타격이 크다. 지난해 SK넥실리스·솔루스첨단소재는 모두 적자를 기록했고, 유일한 흑자 기업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4%가량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동박 업체들이 최근 몇년간 지나치게 공격적인 증설활동을 펼친 점이 독이 됐다고 보고 있다. 공급물량이 늘어난 상황에서 전방 사업의 수요가 줄었고, 재고가 쌓이며 동박 기업 전반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동박 기업들은 원가 절감, 운영 효율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며 버티기에 나서고 있다. 이차전지 업계 관계자는 "지금 동박업체들은 당장의 실적보다 점유율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상황이 개선됐을 때 보답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상황만이 문제는 아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추격도 매섭다. 또 사업이 정상화된다고 해도 동박 사업에서 완전히 '대박'을 내기에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물밑에서 나오고 있다고도 한다. 이에 국내 동박 기업들은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는 미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동박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동박이 아닌 이차전지 소재 사업에도 손을 뻗고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동박 제조사 인수가 성공적이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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