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8월 23일 07: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유한양행의 국내 자체 항암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했다. 국산 항암제 사상 처음이다. 국내 제약사가 발굴한 항암제 후보물질이 미국에서 판매되는 첫걸음을 뗐다.유한양행은 미국 항암제 시장 진출로 조 단위의 기술료와 수익률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경쟁 의약품인 타그리소 글로벌 연 매출이 58억달러(약 7조7000억원)인 점을 감안한 액수다. 국내 첫 글로벌 톱50 빅파마로의 초석도 다졌다.
시간을 조금만 되돌리면 미국 항암제 시장에 국산 신약을 판매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최소 10년 이상 필요한 개발 기간과 막대한 비용은 국내 제약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웠다. 대신 빅파마의 제네릭은 비교적 손쉽게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이 때문에 1990년까지만 해도 국내 제약사는 '영업'에 집중했다. 효능이 유사한 빅파마의 제네릭(복제약)을 경쟁사보다 더 많이 판매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 지표로 활용됐다. 1970년대 이후 일부 제약사들이 연구소를 세웠지만 대부분 기초연구에서 나아가지 못했다.
그만큼 신약 개발은 언감생심이었다. 빅파마인 화이자의 연간 R&D 예산으로 국내 10대 제약사를 모두 인수할 수 있다는 말이 정설로 받아들여졌을 정도다.
신약 불모지인 우리나라의 국산 신약은 25년 전인 1999년에서야 탄생했다. SK제약(현SK케미칼)의 항암신약 선플라주는 이후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소개될 정도였다. 이후 국내 제약산업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기 시작했다. 신약 개발을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텍이 나타났다.
이후 올해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자큐보까지 37개의 국산 신약이 탄생했다. 매년 2개가량의 신약이 탄생한 셈이다. 대부분의 신약은 제약사가 개발했지만 상당 물질은 바이오텍이 발굴했다. 제약시장의 오픈이노베이션이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한 뒤다.
렉라자는 단순히 유한양행의 노력만으로 탄생하지 않았다. 국내 제약산업 모두의 결실이다. 37개 국산 신약을 개발한 모든 이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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