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아이에스는 지금]본질은 제약, 외부역량 붙이기 M&A 강수…영업은 효율화④인재영입만으로는 한계, 오픈이노베이션 강화…영업부서는 CSO 전환
김형석 기자공개 2024-09-06 09:40:56
[편집자주]
일성아이에스가 추진하고 있는 넥스트 오너십은 소유와 경영의 분리다. 기업 오너가 경영을 내려 놓고 전문경영인에게 사업 전권을 맡기는 형태다. 선진국은 이미 보편화된 경영체제지만 국내선 낯설다. 특히 오너일가가 막강한 지배력을 가진 보수적 국내 제약업계선 사례를 찾기 힘들다. 다수의 제약사가 오너 경영의 보완 역할로 전문경영인을 등용하는 것과도 다른 형태다. 후계자 공개모집이라는 화두를 던진 일성아이에스의 전략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4일 11: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성아이에스가 자산운용과 부동산업 등 신사업을 꾀하고 있지만 본업은 제약이다. 신사업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본업인 제약에서 경쟁력을 쌓아올리는 게 중요하다. 이 역시 외부 인재 채용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주력 제품인 항생제를 넘어 순환기용제-당뇨병용제로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연구개발(R&D) 역량 강화를 위해선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구사한다. M&A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췄다. 바이오텍 및 의료기기 업체를 눈여겨 보고 있다.
영업조직의 효율화 작업도 제약업 확장의 핵심전략으로 꼽힌다. 핵심 사업에 외부인재를 채용하고 있지만 외부위탁을 해도 될만한 사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하는 방안을 택했다. 무조건적인 벌크업이 아닌 선택과 집중을 해보겠다는 영리함이 엿보인다.
◇항생제 넘어 관절염·순환기용제 라인업 확보
일성아이에스의 주력의약품은 항생제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의 오랜 협력을 통해 페니실린 항생제를 생산하고 있다. 핵심 시설인 안산공장 역시 오구멘틴 등 항생제를 주로 제조한다.
매출 구성에서도 항생제의 비중은 가장 높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일성아이에스의 항생제 매출액은 90억원으로 전체 매출 비중은 27.24%로 가장 높았다. 항생제 매출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0년 119억원이던 관련 매출은 지난해 186억원으로 4년 만에 56.97% 성장했다.
하지만 30%에 육박하던 항생제 비중은 최근 줄어들고 있다. 골질환치료제와 조영제, 소화기게용제, 순환기계용제 등 품목 다변화를 꾀한 결과다.
이 기간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인 품목은 소화기계용제와 골질환치료제다. 2020년 상반기 9억원에 불과하던 매출은 올해 상반기 30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골질환치료제 매출 역시 2.5배 성장했다. 이 밖에 조영제(58.47%), 마취제(124.46%), 소화기계용제(92.28%) 등도 항생제 매출 증가율을 뛰어넘었다.
연구 분야 역시 다양했다. 최근 3년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생동성 시험계획을 제출한 6개 품목 중 항생제는 큐오렐정 1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순환기계용제 2건과 소화성궤양용제 1건 정신신경용제 1건 등이었다.
이 같은 다변화 전략은 외부 인재 영입으로부터 시작됐다. 항생제를 제외하면 내부 역량이 부족한 것을 간파하고 다양한 제약 인재를 등용하며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인재 영입을 통한 다변화 전략의 한계도 분명했다. 외부 전문가들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퇴사하거나 일부 한정적인 인물에 집중된 역량 탓에 전체 경쟁력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장기적인 수익 창출 측면에서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실제 매출 성장과 다변화에는 성공했지만 수익성 지표는 저조하다. 일성아이에스는 최근 5년간 영업적자를 나타내는 등 부침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6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적자 규모다.
◇부족한 R&D 역량 전략적 투자로, 오픈이노베이션 강화
결국 일성아이에스는 R&D 역량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도 고려하고 있다. 신사업으로는 의료기기 사업도 겨냥한다. 풍부한 자금력이 뒷배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활용하면 연구 기간을 줄이는 동시에 우수한 외부 바이오텍의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 타법인 출자 현황을 보면 이 같은 흐름이 엿보인다.
과거 단순 수익창출을 목표로 주식투자에 그쳤던 것과 달리 제약·바이오텍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0년과 2022년 각각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과 피코이노베이션에 출자했다. 출자금액은 15억원과 40억원이다. 두 출자 모두 단순투자이지만 제약바이오와 관련이 없는 주식에만 출자해왔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합성신약 플랫폼 '옵티플렉스'와 TPD 기술을 활용, 항암제 및 섬유증 치료 저분자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다. SK케미칼 신약팀장 출신인 김재선 대표가 2014년 설립했다.
주요 파이프라인은 임상 2상에 진입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주요 기업의 러브콜도 받고 있다. 2021년엔 SK케미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고, 지난해에는 HK이노엔과 항암신약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공동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피코이노베이션은 2020년 의약품 공동 물류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했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 물류센터를 운영한다.
전략적 투자는 김상학 전무가 전담한다. 지난해 합류한 김 전무는 한양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30년간 자산운용부문에서 경력을 쌓았다. 일성아이에스 합류 직전에는 10년간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금융기관마케팅본부장과 LT솔루션본부장 등을 지냈다. 가장 최근엔 투자솔루션 1본부를 맡았다.
윤석근 회장은 더벨과의 통화에서 "부족한 자체 역량을 빠르게 확보하기 위해 주요 바이오텍에 전략적인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특히 AI를 기반으로 한 의료기기와 백신 관련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업조직 선택과 집중 전략…CSO 확대 추진
제약 본업의 한계를 항생제를 넘어 소화기 및 골질환 치료제로 확장하는 한편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며 R&D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별개로 영업조직의 경우에도 구조조정 대상이다. 효율화 작업을 단행하고 있다. 제한된 영업인력을 재배치해 효율성을 높이는 취지다.
일성아이에스는 이달 1일부터 기존 영업부 중 의원사업부를 폐지했다. 일반 병·의원의 영업을 담당하는 50여명의 인력은 종합병원사업부와 특별판매팀으로 이전했다. 일부 인력에게는 영업대행조직인 CSO(영업대행)로의 전환도 지원하고 있다. 병·의원 영업은 CSO로 완전 전환한다.
사실상 관련 조직을 구조조정하는 효과를 내는 한편 회사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준다는 의미가 있다. 적은 인력이 전국의 병·의원 영업을 진행하는것이 비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내린 결단이다. 관련 인력을 구조조정하고 외주를 늘리는 셈이다.
영업의 외주화를 통한 비용절감은 지난해 직원당 평균연봉 5329만원을 감안하면 27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CSO 등에 지급한 지급수수료 164억원의 2% 수준이다.
윤 회장은 "전국의 일반 병·의원을 50명이 추진하는 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어왔다"며 "단순히 영업조직을 외주화해 비용절감 효과를 노리는 것보다는 종병과 특판 등 적은 조직으로 실적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조직을 개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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