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홀딩스는 지금]육계사업 장기간 부진, 사료 의존도 '심화'②미국 사료업체 인수로 외형 벌크업, 마니커 수익성 낮아 반전 필요
변세영 기자공개 2024-11-04 07:43:03
[편집자주]
이지홀딩스그룹은 지주사 이지홀딩스를 주축으로 하는 종합 축산 기업이다. 사료부터 양돈, 가금류, 외식사업 등으로 영토를 확장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를 넘어 해외 대형 업체까지 인수합병(M&A)에 나서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더벨은 이지홀딩스그룹이 걸어온 길을 조명하고 현재 경영 상태와 향후 풀어야 할 과제 등을 다각도로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29일 15: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지홀딩스그룹은 종합 축산 전문 기업으로 △사료 △가금류(닭, 오리) △육가공(돼지) △기타사업 등 4개 부문으로 비즈니스가 다각화되어 있다. 잇따른 M&A로 수십 개의 자회사를 보유하는 게 특징이다.다만 전체 매출 중 사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 이상에 달할 만큼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된다. 특히 육계사업의 경우 마니커를 인수하는 등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했음에도 수익성이 낮은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평가받는다.
◇전체 매출에서 사료부문 비중이 55% 달해, 의존도 심화
이지홀딩스그룹은 곡물·사료→ 양돈·양계→ 도축→ 유통 등 축산업 전체 단계에 이르는 수직계열화 기업이다. 넓은 사업 범위를 영위하는 만큼 계열사 숫자도 상당하다. 우선 사료사업의 경우 팜스토리, 패스웨이, 퍼스트맥네스 등이 주축이 되어 이뤄진다. 육가공사업은 팜스월드, 문경양돈, 우리손F&G(도축), 가금사업은 마니커(육계), 정다운(오리) 등의 계열사가 실적을 뒷받침한다. 기타사업으로는 바이오와 임대업, 금융투자, 외식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티앤엘(임대업), 이앤인베스트먼트, 또봉이에프앤비(프랜차이즈) 등이다.
이지홀딩스의 주축은 단연 ‘사료사업’이다. 특히 2021년을 기점으로 미국 대형 사료기업인 퍼스트맥네스를 인수하면서 사료사업의 중요도는 더욱더 커졌다. 2023년 퍼스트맥네스 매출액은 약 6500억원으로 같은 기간 이지홀딩스 전체 매출(3조1191억원)을 고려하면 기여도가 상당한 셈이다.
실제 매출 의존도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2021년 기준 사료사업부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6%였지만 올 상반기에는 54%까지 치솟은 상태다. 올해 초 미국 사료첨가제 제조업체 데브니쉬를 930억원에 추가로 인수한 점을 고려하면 향후 매출구조 불균형은 더 커질 것으로 분석된다.
◇육계 사업 발목, 마니커부터 치킨 가맹사업까지 ‘아쉬운 실적’
사료부문 성장세와는 대조적으로 가금류와 양돈 비즈니스는 다소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전폭적인 투자를 단행한 육계사업이 아픈 손가락이다. 이지홀딩스그룹은 2010년 성화식품과 마니커(2011년)를 인수하면서 축산 포트폴리오를 키웠다. 특히 인지도가 높은 마니커를 인수하기 위해 통 큰 베팅을 단행하며 시장의 눈길을 끌었다. 마니커 지분 20%가량을 인수하면서 주당 매입가격은 3700원으로 측정했다. 당시 주가 대비 3배나 높은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웃돈을 주고 인수한 것이다.
문제는 실적이 그만큼 따라와주지 못했다. 2012년까지만 해도 이지홀딩스그룹은 도계부문 점유율이 하림(20.8%)에 이은 업계 2위였지만 2014년을 기점으로 동우에 2위 자리를 내어주며 장기간 업계 3위에 머무르고 있다. 2024년 상반기 기준 하림계열(33%)이 업계 1위, 동우계열(15%), 이지홀딩스계열(8%)이 차례로 뒤따르고 있다.
마니커는 이지홀딩스그룹에 인수된 이듬해인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넘는 기간 동안 2017년과 2018년을 제외하고 영업흑자를 내지 못했을 만큼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 그간 누적된 영업적자만 900억원이 넘는다. 지난해 4년 만에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긴 했지만 여전히 수익성이 낮다. 2023년 마니커 매출액은 3396억원 영업이익은 2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0.6%에 그친다.
육계사업과 시너지 도모 차원에서 진출한 치킨 F&B사업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지홀딩스는 기타사업으로 바이오와 임대업, 금융투자, 외식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또봉이통닭(법인명 또봉이에프앤에스)와 컬투치킨(법인명 컬투에프앤비) 지분을 각각 80%, 70%를 인수하며 F&B 가맹사업에 진출했다. 당초 이지홀딩스는 마니커가 가맹점에 육계를 공급하는 방식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 치킨시장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치킨시장 벽은 너무도 높았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공개서에 따르면 또봉이통닭의 점포 수는 2019년 524곳에서 2023년 462곳으로 감소했다. 이와 함께 또봉이에프앤에스 매출액은 2019년 146억원, 2020년 127억원, 지난해에는 113억원 안팎에 그쳤다. 컬투치킨 역시 2019년만 해도 99호점을 운영했지만 2023년 기준 70개점만 남았다. 컬투에프앤비는 2018년 인수된 이후 줄곧 순손실을 지속 중이다.
이지홀딩스 관계자는 “축산업 수직계열화 기업으로 사료 회사가 안정적인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육계 및 양돈은 축산물 시세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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