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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파이낸스 2024]"일정 수준의 현지화가 장기적 과제"②이기훈 하나은행 부다페스트사무소장 "타행과 경쟁보단 협력"

부다페스트(헝가리)=조은아 기자공개 2024-11-06 12:5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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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사업 전략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본점 지원의 성격에서 벗어나 현지화에 집중하는 단계를 거쳐 IB 부문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신흥시장과 선진시장을 가리지 않고 '기회의 땅'을 찾아나서고 있다. 은행에 치우쳤다는 한계 역시 조금씩 극복해나가고 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화하고 있는지 더벨이 우리 금융회사들의 해외 사업을 집중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4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헝가리에 위치한 하나은행 부다페스트사무소는 이기훈 사무소장(사진)이 3월부터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이 소장은 지난해 말 부다페스트 현지에서 사무소 설립 준비를 시작했다. 반년여 만인 올 3월 비교적 빠르게 사무소를 열 수 있었다.

헝가리엔 최근 3년 사이 시중은행 3곳의 사무소가 잇달아 문을 열었다. 하나은행은 가장 늦었지만 빠르게 현지 한국 기업들에게 이름을 알리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다른 사무소와 마찬가지로 영업 활동은 철저히 제한되는 만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의 커뮤니케이션에 힘쓰고 있다. 이밖에 헝가리 금융당국과의 관계 형성, 시장 변화에 대한 연구 활동 역시 꾸준히 진행 중이다.

◇"장기적으로 일정 수준의 현지화 이루는 게 과제"

헝가리나 폴란드 등 중동부 유럽에 위치한 시중은행 사무소는 대부분 본국 파견직원 1명과 현지직원 1명을 더해 모두 2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대 사무소장은 낯선 땅에서 고군분투하며 사무소 개소를 준비한다. 이기훈 소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 소장은 "2023년 10월부터 현지 로펌의 도움을 받아 헝가리중앙은행으로부터 사무소 설립 인가를 받는 작업을 시작했다"며 "동시에 사무실 임차계약, 현지직원 채용, 워킹비자 발급, 회계법인 계약, 은행계좌 개설, 가구 및 컴퓨터 등 집기 구입 등 실제 사무소 운영에 필요한 작업들을 직접 진행했다"고 말했다. 3월 사무실이 정식으로 문을 연 이후엔 주로 한국 기업들을 만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장은 "문을 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만큼 우선 한국 기업들을 최대한 많이 만나면서 하나은행 부다페스트사무소의 존재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의 경우 모기업에서 주요 의사결정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한국 하나은행과의 협업도 중요한 전략 중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제 막 부임 7개월을 맞은 초대 사무소장의 목표가 궁금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동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최우선 전략으로 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현지 우량기업 및 금융기관 등과의 네트워크 확보를 통해 일정 수준의 현지화를 이루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다른 은행과 '경쟁'보다는 '협업'에 초점"

헝가리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2021년 10월과 12월 두 달 간격으로 사무소를 열었다. 각 사무소간 경쟁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하나은행은 이들보다는 2년 반 가까이 늦었다. 후발주자의 전략은 무엇일까?

이 소장은 "다른 은행과의 관계에서 '경쟁'보다는 '협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이차전지 산업에서는 대규모 시설 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고, 하나의 금융기관이 전체 자금을 다 지원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러 금융기관의 협업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지에서 이뤄진 이차전지 관련 투자는 대부분 신디케이트론을 통한 자금 조달이 이뤄지고 있다. 신디케이트론은 복수의 금융기관이 공통 조건으로 융자하는 중장기 집단 대출이다.

다른 사무소장이 그렇듯 이기훈 소장 역시 사무소 설립 전반을 거의 혼자 이끌었다. 사무실 가구와 집기 하나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게 없을 정도다. 이 소장은 "낯선 나라에서 평소에 해보지 않은 다양한 업무들을 진행하다보니 여러 가지 난관이 많았다"며 "모든 일을 직접 생각하고 결정해야 해서 고민도 많고 어려움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후임자들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잘 정리해서 넘겨주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사무소 개소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던 만큼 후임자들은 그런 난관을 겪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에서다. 헝가리와 주변 국가에 진출해있는 모든 한국 기업들을 최소 한 번씩이라도 다 만나보겠다는 개인적 목표 역시 세워뒀다.

이 소장은 헝가리에 오기 전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지점에서 근무했다. 금융 선진국으로 손꼽히는 곳이다. 이 소장은 "네덜란드는 예전부터 상업이 발달한 나라라서 사람들의 마인드가 유연하고 합리적인 편"이라며 "헝가리는 과거 공산주의 시절의 경직되고 보수적인 마인드가 다소 남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인과 한국 기업의 위상이 높다는 점은 장점으로 꼽혔다. 이 소장은 "네덜란드에는 한국 기업이 주로 판매법인 위주로 진출해 있는 반면 헝가리에서는 한국 기업이 대규모 시설 투자와 함께 많은 현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며 "한국 기업과 한국인들의 위상은 상당히 더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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