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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note] 키움스팩의 '의미있는' 실패

윤진현 기자공개 2024-11-13 13:50:08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07: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초 법무법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발기인의 데뷔가 무산됐다. 법무법인 올흔이 발기인으로 오른 키움9호스팩은 결국 상장 철회 신고서를 냈다. '최초' 타이틀의 무게를 극복하지 못했다.

키움9호스팩은 이미 올 6월 거래소의 심사를 통과했다. 심사 통과 직후 증권신고서를 내고 7월 중 수요예측을 치를 계획이었다. 그럼에도 공모 일정은 차일피일 밀렸다. 금융감독원의 상장 심사 허들을 통과하지 못한 탓이다.

금융감독원의 연이은 정정 요구가 이어졌다. 금융감독원은 키움9호스팩의 상장이 적법한지 여부를 원점에서부터 다시금 검토했다. '법무법인이 자금을 출자해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지만 타법인을 직접 경영해선 안 된다'는 변호사법상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했다.

키움증권은 대한변호사협회에 의견을 요청하는 등 마지막까지 상장 완수를 위해 힘을 실었지만 금융감독원은 단호했다. 키움9호스팩은 자진 철회로 두 번째 상장 시도를 마무리했다. 앞서 2023년에도 거래소 심사 과정에서 한차례 철회를 택한 바 있다.

그럼에도 키움9호스팩의 시도 자체는 지지할 만하다. 스팩 투자자 풀이 넓어지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여겨진다. 스팩의 경우 직상장이 쉽지 않은 기업들이 택할 수 있는 우회 상장 통로이기 때문이다.

스팩 제도의 취지는 우회 상장 루트로 증시에 입성해 성장을 도모하는 데 있다. 이 취지를 위해서는 참여자의 적극적인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 의견이다. "시장 활성화는 참여자로 인해 가능하다"던 증권업계 관계자의 말이 딱 들어맞는다.

과거 스팩 제도 도입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발기인으로는 VC(벤처캐피탈)만이 참여했다. 문제는 이 경우 스팩 시장의 활성화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단 점이다. 실제로 스팩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스팩 합병을 통해 상장한 건수가 10건 내외였다.

다만 최근에는 개인과 일반법인 등으로 스팩 발기인 참여자 풀이 확대되는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 자본시장법상 스팩 발기인의 자격 제한이 적어 가능했다. 그 결과 최근 스팩 합병 건수 역시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즉 스팩 시장 활성화를 위한 필요조건이 바로 참여자 확대인 셈이다. 키움9호스팩의 상장 무산에도 또다른 도전이 이어지길 바라는 이유다. 스팩 시장에서의 변화와 혁신이 이어져 선진화를 이룰 수 있길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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