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14일 08: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미국 주식 투자자는 세금을 내고 국내 주식 투자자는 원금을 낸다." 얼마전 한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발견한 그야말로 '빵' 터지는 댓글이다. 암울하기 짝이없는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게시글에 누군가 지독히도 냉소적인 어조로 답글을 달았다. 자조를 뛰어넘은 조롱에 가깝다. 오죽하면 "국장 탈출은 지능순"이라는 말까지 나올까.사실 7월까지만 하더라도 증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종합주가지수 3000 돌파가 거론될 정도였다. 하지만 8월 급락장을 경험한 국내 증시는 이후로도 답답한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선 이후 흐름은 더욱 좋지 않다. 국수주의에 가까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재선으로 인해 미국 증시는 연일 '불장'이 연출되고 있지만 당선이 확실시 된 지난 6일 이후 현재까지 국내 증시는 단 하루만 빼고는 내림세가 지속중이다.
기술적 분석이나 매크로 움직임을 차치하고 시장 전반에 퍼져있는 표면적인 심리만 보더라도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는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떨어지면서 신저가를 경신중이다. 국내 증시의 버팀목인 국민연금은 또 어떠한가. 해외주식의 투자규모나 수익률 모두 국내주식을 추월했다.
내년 초 시행 여부를 두고 공포감이 고조됐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결국 폐지 수순으로 귀결됐음에도 시장에서 호재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 하다. 사실 금투세는 입법의 취지와는 다르게 그 부작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강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기에 폐지 자체가 애초부터 증시 반등을 이끌 촉매는 아니었다.
밸류업 지수 발표 등의 긍정적인 이벤트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약발이 다한 듯 보인다. 편입 종목 선정 기준의 적정성을 두고도 말이 많았고 효용성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여러모로 증시가 반등할 만한 모멘텀 또는 동력이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주주가치는 안중에도 없는 주주 경시 문화가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적어도 최근 불거진 기업 합병과 증자를 둘러싼 이슈를 보면 그렇다.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 합병은 절차의 정당성과 적법성을 따지기 이전에 누가 보더라도 기이한 구조다. 금감원의 경고와 함께 합병을 좌시할 수 없었던 두산밥캣 주주들의 반발, 행동주의 펀드의 가세가 맞물리면서 연기되긴 했지만 국내 증시에서 주주가치는 여전히 후순위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추진도 마찬가지다. 오너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막대한 회삿돈을 써가며 자사주 공개매수를 하더니 돌연 증자를 선언한 일련의 행태는 아연실색케 하기에 충분했다. 주주자본주의 체제하에서 과연 주주란 무엇인가 되돌아보게 만든다.
회사의 주인인 주주를 경시하는 풍토가 사라지지 않는 한 투자자들의 국장 탈출은 가속화 될 수 밖에 없다.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끄러지고 있는 국장은 주주로, 투자자로 살아남기에는 너무도 척박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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