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18일 07:0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일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우리나라에 정부조직에 '반도체 부서'가 없었기 때문이란 얘기도 있습니다." 한 금융사 이사회 멤버가 꼽은 삼성전자의 성공 비결이다. 반도체 같은 핵심 산업에 금융당국 수준의 규제와 개입이 있었다면 삼성전자의 오늘날을 상상할 수 없었다는 얘기다.비슷한 시기 미국에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지장관'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에 '정부효율성부서(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DOGE)를 신설하고 머스크를 수장으로 지명했다. 기존 연방정부의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겠다는 취지의 부서다. 이 소식에 금융업계에선 "규제가 없다는 미국에서조차 더 없애겠다는데 한국은 역행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홍콩 출장 중이던 이복현 금감원장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소집한다는 소식이 맞물리며 관치금융을 성토하는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기홍 JB금융지주 회장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장이 임기를 마치는 만큼 공정한 선임을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 취임 이후 금감원은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전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전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전 회장의 연임이 좌절됐다. 한 번 회장에 오르면 '셀프 연임' 하도록 정관을 바꾸는 등 오너처럼 행동하는 회장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게 이 원장의 기조였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금융사 인가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회장 선임 과정에서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정부·당국 의중을 헤아려 후보자를 올려야 하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누가 되어야 하는지 알 길이 없어 될 때까지 후보군을 추려 올려야 하는 애로사항이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하기보다는 안전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기게 마련이다. 금감원 지적사항만 피하고 보자는 식이 비단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서만 작동하진 않을 터다. 사고만 안 터지면 된다는 무사안일주의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다행인 건 금감원의 스탠스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지주 회장 연임에 강경 반대했던 이 원장이 점차 금융지주의 자율성을 좀 더 인정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주주와 이사회에 회장 선임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부 없어서 잘 됐다"는 삼성전자 성공 비결은 금융업에도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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