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19일 07: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앤컴퍼니(이하 한앤코)가 SK그룹과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SK플라즈마 지분 투자에 나서면서다. 최근 7년 새 벌써 일곱 번째 딜이다. 케이카와 솔믹스, SK마이크로웍스, SK에코프라임, SK해운, SK디앤디 등이 그 유산들이다.이번 거래로 한앤코와 SK그룹 간 돈독한 협력 관계가 다시 한번 시장에 증명됐다. 사실 최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벤트로 인해 대기업과 사모펀드(PEF) 간 냉랭한 기류가 흘렀던 것이 사실이다. 서로에 대한 불신으로 당분간 대형 거래가 이뤄지기 힘들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이번 딜로 그 우려가 일정 부분 불식됐다.
결국 시장은 '자본의 논리'에 순응해 흘러가기 마련이다.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면 거래 상대방은 중요하지 않다. 여전히 대기업에 PE는 가장 믿을 만한 재무 파트너이자 재무 주치의다.
한앤코에 SK그룹은 좋은 딜소싱 텃밭이다. 비효율·비핵심 계열사들을 선별해서 거래 제안을 하고 실제 여러 차례 거래를 성사시켰다. 한앤코는 수조 원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는 국내 몇 안 되는 초대형 PE 중 하나다. 많은 실탄은 든든한 투자 뒷배가 되기도 하지만 '규모의 딜레마'에 빠지기도 한다. 이 많은 돈을 제때 소진해야 하는 탓에 대형 입찰 거래에서 오버페이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한앤코는 SK그룹과의 협력 관계를 통해 이 딜레마를 피할 수 있었다. 가격 경쟁을 부추기는 입찰 거래보다는 내부 네트워크를 통한 프라이빗딜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가격 경쟁과 보안 이슈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더욱이 한앤코는 대부분의 딜이 경영권을 수반한 바이아웃 딜이다. 그만큼 관련 노하우가 상당하다. 대기업 입장에선 특정 사업부를 매각할 때 인력 이동이 가장 큰 이슈다. 노조 등의 반대에 부딪힐 경우 딜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앤코는 과거 다수의 바이아웃딜을 통해 인력 관리 능력과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 이와 관련된 잡음도 거의 없었다. 트렉레코드가 확실한 거래 상대방이라는 점에서 SK그룹 입장에서도 믿고 쓰는 카드가 될 수 있다.
이번 거래가 SK그룹에도 남다르게 다가오는 이유가 있다. 최근까지 11번가 콜옵션 미행사로 자본시장과 불편한 관계에 놓여있는 것이 사실이다. FI와 출자자들의 암묵적 안전장치로 여겼던 콜옵션을 SK가 행사하지 않으면서 거래 불문율이 깨졌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다만 이 거래로 SK그룹이 여전히 매력적인 거래 상대방이라는 사실이 입증됐다. 거래가 필요한 자여, SK로 오라. 윈윈할 거래 구조를 들고.
한앤코와 SK그룹은 올해 랜드마크 거래도 협의 중이다. 기업가치가 최대 4조원에 육박하는 SK스페셜티가 그 주인공이다. 사실상 이번 SK플라즈마 딜은 SK스페셜티 딜 진행을 위한 사전 조율적 거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앤코와 SK그룹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상호 협력과 신뢰 수준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대기업과 PE가 함께 걸어갈 상생의 길.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이정표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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