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26일 07: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 "150억원 펀딩을 하는데 마지막까지 10억원이 안 모였다. 모자란 자금을 채우기 위해 수십 곳의 기관들을 찾아다녔다. 다행히 딜이 마무리됐지만 아직도 아찔하다."#2. "중소형사들은 메자닌이 아닌 에쿼티 딜은 꿈도 못 꾼다. 자금줄 역할을 해줬던 캐피탈사들이 사실상 개점휴업인 탓이다. 20년 가까이 이 업을 하지만 신규 펀딩 난이도가 역대 최고 수준이다."
사모펀드(PEF) 업계의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만 최근 들어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지는 형국이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 여파로 유동성이 마르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실력이 입증된 대형 하우스에 돈을 몰아주는 경향이 더 강해졌기 때문이다.
연기금과 공제회, 금융기관 등 기관들도 땅을 파서 장사하는 곳이 아닌 만큼 보수적 자금 운용 기조를 탓할 수만은 없다. 중소형 딜 자금 모집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캐피탈사들의 개점휴업도 악재다. 위험가중자산(RWA) 관리 탓에 신규 출자가 사실상 막혔기 때문이다.
여기서 근본적인 질문이 나온다. PEF에 출자할 수 있는 기관들이 왜 이렇게 한정적인 것일까. LP 풀이 넓다면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까.
LP 풀이 줄어든 건 2021년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 영향이 크다. 당시 라임과 옵티머스 사태를 막기 위해 법령 개정이 이뤄졌고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운용과 관련해 여러 제약이 생겼다.
대표적으로 PEF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자 범위가 확 줄었다. 개인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기관전용 사모펀드에는 금융회사와 연기금, 공제회, 주권상장법인만이 투자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됐다. 비상장사도 투자할 수 있지만 1년 이상 500억원 이상의 금융투자상품 잔고를 갖춰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당시에도 논란이 상당했다. 신생 PEF의 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법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신생이나 중소형 PE들은 개인기를 활용해 딜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개인적 인맥이나 친분을 통해 자금을 모아 투자에 나서고 이 트랙레코드를 활용해 기관 출자 사업에 뛰어들어 규모를 키우는 게 이 업계 성장 스토리였다.
개정안으로 이 공식이 무너지면서 결국 기관들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한 대형사들만 혜택을 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 그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 전문 지식을 갖춘 기관들만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투자자로 한정시킨 취지와 당위성은 충분히 공감이 간다. 다만 너무 엄격한 기준 탓에 PEF 성장 선순환 고리와 생태계가 타격을 받고 있다.
개인들로부터 다시 돈을 받자는 소리가 아니다. 건전한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라도 투자자 범위에 대해서는 깊이 있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500억원 이상 금융투자상품 잔고를 갖춘 비상장사가 얼마나 될지 되묻고 싶다. 시장 상황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한 이유다.
PEF 업계 역시 법 개정안의 취지를 잘 알고 있는 만큼 그 본질은 유지한 채 부작용들을 상쇄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들을 논의하고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 PEF운용사협의회라는 좋은 도구도 있지 않은가.
불만과 하소연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행동만이 변화를 만든다. LP 범위에 대한 문제 제기와 개정 논의가 꼭 필요한 시점이다. 생존이 걸린 문제다. 새로운 LP가 답이 될 수 있다. PEF 발전과 생태계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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