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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온 가상자산의 시간]'법인 투자 허용' 연내 결판, 게임체인저 될까③비정상적 시장 생태계 구조…해법으로 법인 진입 거론

노윤주 기자공개 2024-11-27 13:02:28

[편집자주]

늘 간절한 쪽이 공격적이기 마련이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명확히 드러났다. 리플,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기업은 기업 명운을 걸고 우호적인 공약을 내건 트럼프 당선인에게 베팅했다. 결과는 잭팟이다. 트럼프가 당선된 후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연일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 가격 변동만 볼 게 아니다. 단순 시세 변동을 넘어 산업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봐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에 과연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의 변화 전망과 함께 국내 기업들의 기회 요인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5일 15: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해외서는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두고 '미스터리 하다'라고 표현한다. 법인, 기관 투자가 막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막대한 거래량을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법인 투자 허용 이후에는 성장에 더욱 탄력이 붙을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국내 유관 기업들이 조속한 법인 투자 허용을 요구하는 이유다.

논의는 시작됐다. 금융당국은 내년 중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이 가능한 법인계좌를 터주는 방향으로 사안을 검토 중이다. 법인 투자가 해결된다면 단순 거래 확대뿐 아니라 가상자산 ETF 논의, 가상자산 스타트업 재활성화 등 다양한 아젠다가 시장에 떠오를 관측이다.

◇상승장에 더 뜨거운 대한민국…개인 투자자가 만든 '글로벌 3위'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늘 개인투자자만으로도 글로벌 톱10 규모의 거래량을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상승장에서는 더욱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준다. 25일 코인마켓캡 현물거래소 기준 업비트의 24시간 거래량은 20조원을 웃돌았다.

바이낸스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동시간대 바이낸스는 52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바이낸스 거래량에는 법인이 포함돼 있다. 업비트는 사실상 전부 개인 투자자가 만들어 낸 거래량이다.


국내서는 2021년 7월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시행 후 법인 가상자산 거래가 중단됐다. 모든 가상자산거래소는 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해야만 원화-코인 간 거래를 지원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실명계좌 범위를 개인으로 한정했다. 법인명의 계좌는 실명으로 인정하지 않아 원화거래소 이용이 불가능하다.

업비트, 코빗 등 일부 거래소에서 법인 회원 가입을 지원하고는 있다. 하지만 이들도 원화 입출금과 원화(KRW) 마켓 이용은 제한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입출금과 코인간 매매만 가능하다. 이에 국내 사업자들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혹은 개별적인 대관활동을 통해 꾸준히 금융당국에 법인계좌 개설을 요청해 왔다.

◇법인계좌 허용, 수탁사부터 스타트업까지 생태계 전반 영향

가상자산 업계서는 법인계좌 허용 시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가장 먼저 나타날 효과는 사업자 유형 다양화다. 현재 법에서 규정한 가상자산사업자 중 원화거래소만 수익을 내고 있다.

수탁사들은 법인 고객 유치를 통해 수익을 내야 하지만 현시점에서는 불가능해 장기간 적자를 감수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미발행 유보물량을 보유한 '재단'들을 고객으로 유치하며 버티고 있었다.


법인이 가상자산에 투자할 경우 안전한 보관을 위해 수탁사를 찾을 가능성이 높다. 또 수탁사는 단순 보관 뿐 아니라 거래 중개, 자산관리 툴 등 부가 서비스 제공 준비까지 하고 있다.

침체된 가상자산 스타트업 열기도 다시 불러일으킬 수 있다. 프로젝트가 없어 국내서는 상승장에서 전체 생태계가 성장하기보다는 거래 열기만 뜨거워지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은 초기 투자금을 가상자산으로 조달한다. 보유 중인 코인을 현금화해 운영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이 방법이 막혀 있어 어려움을 겪었다.

불과 몇년 전까지는 해외 장외거래 마켓을 통해 현금화를 진행했다. 보유한 코인을 스테이블코인으로 교환 후 이를 해외에서 달러로 바꿔 국내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높은 수수료와 위법 소지로 인해 최근에는 이마저도 중단된 상태다.

현금화가 쉬운 해외에 본사를 두고 운영 인력도 현지에 배치하는 스타트업 이탈 현상이 발생하는 배경이다. 자금 조달 문제가 해결된다면 국내서도 다시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이 탄생해 업계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미 금융당국도 법인 가상자산 계좌 발급 허용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추후 가상자산 ETF 거래, 출시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도 필수로 밟고 넘어가야 하는 절차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 산하 가상자산위원회는 첫 회의에서 법인계좌 발급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만큼 법인의 투자를 허용해야 한다는 근거들이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법인계좌는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들었다"며 "법인계좌를 막아놓으면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에서는 법인의 가상자산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기에 국내만 '갈라파고스'로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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