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메모리 레이스] 'HBM 의존도 커진다' 범용 D램·낸드 가격 역대 최저CXMT·YMTC 등 '레드 메모리' 침공 여파, 트럼프 복귀 변수
김도현 기자공개 2024-12-05 07:24:27
[편집자주]
메모리 시장에 차디찬 겨울이 지나고 따사로운 봄이 찾아오고 있다. 지난해 희망의 아이콘이었던 HBM을 필두로 DDR5, eSSD 등 기존 제품까지 살아나면서다.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례 없는 불황을 겪으면서 더욱 단단해진 모양새다. 다만 이전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SK하이닉스에 HBM 주도권을 내준 삼성전자의 압도적 선두 지위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올해 자존심 상한 삼성전자와 자신감 붙은 SK하이닉스 간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메모리 레이스'를 추적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4일 07: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덮친 '메모리 겨울' 재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제외한 제품군 전반에서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서다. 중국 업체의 공세, 모바일 등 주요 응용처 침체 등이 겹친 결과다.이미 범용 메모리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 등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당분간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반도체 업계 내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HBM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차세대 라인업 성과에 따라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릴 전망이다.
◇역사적인 하락세, 쌓아온 고정가 상승분 반납
4일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과 낸드플래시 범용품의 11월 고정거래가격은 각각 1.35달러, 2.16달러였다. 전월 대비 20.59%와 29.80% 감소한 수치다.
D램의 경우 8월 -2.38%, 9월 -17.07% 등 하반기 들어 하향 기조가 뚜렷하다. 지난달 역대급으로 낮은 증감률을 기록하면서 2016년 6월 측정 개시 이래로 고정가가 최저치다.
낸드는 더 심각하다. 9월 -11.44%, 10월 -29.18%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세로 사상 첫 2달러에 진입했다.
앞서 D램과 낸드 몸값은 작년 10월부터 상승 또는 보합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하지만 올 8~9월부터 하락 국면에 접어들더니 4분기 들어 유례없는 낙폭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큰 요인으로 중국이 꼽힌다. 미국 반도체 제재가 수년간 계속되면서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자국 기업 육성에 나섰다. 시스템반도체를 시작으로 메모리 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오는 분위기다.
D램은 창신메모리(CXMT), 낸드는 양쯔메모리(YMTC)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글로벌 메모리 제조사 대비 약 2세대 뒤처진 반도체를 내놓고 있다. 아직 기술적 격차는 존재하나 예년 대비 대폭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더불어 CXMT와 YMTC가 양산 중인 더블데이터레이트(DDR)4, 232단 낸드는 여전히 많이 쓰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서 대거 구입하면서 양사 매출은 빠르게 늘고 있다. 과거에 한국 기업으로부터 조달하던 걸 내재화한 셈이다.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비롯한 최신 메모리로 포트폴리오를 전환 중이나 아직 범용 메모리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적잖다. SK하이닉스는 HBM이 워낙 호조세를 보이면서 티가 덜 났지만 HBM 확산 속도가 더딘 삼성전자는 공백이 컸다.
업계에서는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범용 메모리 가격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CXMT, YMTC 등이 정부 지원에 힘입어 생산능력(캐파)을 증대할 계획이어서 수요공급 불균형이 불가피한 탓이다.
내년부터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집권하면 중국의 반도체 투자는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하반기에도 반등을 장담할 수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수요 회복세가 지지부진한 점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스마트폰, PC 등 구매 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서버 분야에서도 인공지능(AI)을 제외하면 플러스 요인이 뚜렷하지 않다. 일부 고객들은 재고 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2025년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큰 삼성전자의 예상 연간 영업이익은 40조원대 중반에서 30조원대 중후반으로 낮춰졌다.
◇선택지는 초격차 전략, 공정 전환 중심 투자 예정
이같은 우려가 기우라는 의견도 있다. 메모리 판도를 뒤집은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HBM이 전체 매출에서 약 30%를 담당했다. 4분기 40%, 내년에는 50%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존 HBM 캐파 기준으로 2025년 물량 완판될 정도로 수요가 강한 만큼 증설에 따른 추가 캐파까지 판매한다면 실적 기여도는 더 커질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연내 엔디비아 HBM 공급망에 진입하고 내년부터 본격 경쟁에 뛰어든다면 범용 메모리 부진 여파를 상쇄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6세대 HBM(HBM4) 수주 시점과 규모다.
다만 HBM 의존도가 높아지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HBM 성장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는 데다 AI의 일시적 수요 정체(캐즘) 가능성도 나온다. HBM 외 탈출구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일단 양사는 최신 D램과 낸드 비중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주력으로 부상한 HBM과 기업용(e)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수익성 향상을 위한 차원이다. 이를 통해 중국과의 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따라서 내년 투자는 캐파 증대보다는 첨단 공정 전환에 초점이 맞춰진다. 추후 평택, 용인 등의 신규 라인이 가동되기 전까지는 이러한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생각보다 빨리 올라오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차세대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면서 "메모리 산업이 점점 커스텀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기 때문에 업력과 실력을 갖춘 우리나라에 충분히 기회가 있을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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