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이사회 평가]삼천리, 대기업답지 않은 단촐한 이사진 구성보드진 5명, 각 멤버 간 평가·개선프로세스도 미비… 참여도만 업계 평균
최은수 기자공개 2024-12-13 08:24:45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14:1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재계서열 53위 삼천리그룹은 도시가스와 민자발전 등을 포함해 효율 높은 에너지 사업을 토대로 하는 사업 구조를 갖고 있다. 작년 약 9조4000억원의 자산으로 7조원이 넘는 매출을 일으켰다.공정자산이 10조원에 육박한만큼 수 년 안에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 즉 지위 격상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거버넌스는 아직 매만져야할 곳이 많아 보인다. 총 3개의 소위원회를 5명의 이사진으로 빡빡하게 운영하는데 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나 의지가 부족했던 점도 짚어볼 대목이다.
◇부재한 다면평가, 참여도 제외 모두 '평균 이하'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삼천리의 이사회 운영과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23점으로 산출됐다.
삼천리의 100점대 초중반 총점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상위 500개 기업의 평균에 다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정보접근성 부문과 참여도를 제외한 부문이 평균치인 3점에 미달했다. 타 기업 대비 매우 낮은 편은 아니나 기업 규모나 재계서열 등을 고려할 때 비교적 열위한 이사회 평가 지표를 나타냈다.
그 가운데서도 평가개선프로세스(1.9점), 구성(2.1점), 경영성과(2.1점) 지표가 특히 낮았다. 평가개선프로세스가 2점을 밑돈 배경은 현재 이사회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지 않았으며 관련 개선안도 준비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삼천리는 △이사회에서 이사회 활동에 관한 평가를 수행하는가 △이사회는 이사회 평가 결과에 근거를 둔 구체적 개선안을 마련하고 반영하는가 △사외이사에 대한 개별 평가를 수행하는가 △사외이사 평가 결과를 이사의 재선임에 반영하는가 등의 항목에서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2024년 1분기 말 기준 삼천리의 이사회 전체 구성원이 5명에 불과하다. 재계 순위나 자산총계 등을 볼 때 이사회 규모 확장을 시도하거나 매만질 필요가 있다. 그러나 앞서 더 나은 이사회를 위한 자체 프로세스가 구비되지 않은 점이 발목을 잡는 모습이다.
5명의 이사회 구성원은 경영위원회, 감사위원회,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까지 총 3개의 소위원회를 담당하는 중이다. 이 가운데 경영위원회엔 사내이사 2인(이찬희·유재권 공동대표)만 참여하는 구조이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가 혼재해 있다.
이사회를 지원하는 별도 조직이 없고 재무팀과 IR파트에서 지원 업무를 담당한다. 지원 업무를 겸하는 부서에 임원급 수장 역시 없다. 종합하면 아직은 인원 확충에 앞서 체계적인 이사회 지원 체제를 먼저 신경써야 하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30년 연속 배당했지만 사전공지 없어… 감사위원회엔 힘 실었다
삼천리 이사회의 참여도를 통해서도 현재 거버넌스 상황을 짚어볼 수 있다. 2023년 기준 이 5명의 이사진의 이사회 참석률은 평균 90%를 밑돈다. 2023년 기준 연간 삼천리 이사회 개최횟수가 10번에 불과한 걸 고려하면 양호한 수준이라 보긴 애매하다.
그나마 감사위원회에 대해 많은 신경을 쓴 점이 눈길을 끈다. 삼천리는 감사위원회를 3명의 사외이사로 구성했다. 위원회 인사 전원이 사외이사다. 상법에 따라 감사위원회 3분의2 이상을 사외이사로 채워야 한다는 구성 요건을 넘는다.
감사위원회는 2023년 5번의 활동을 했다. 더불어 이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을 2023년에만 4번 실시했다. 감사위원회를 지원하는 별도 조직에도 임원급 수장은 없다. 그러나 앞서 이사회 지원조직엔 없던 부장급 인사가 배치돼 있고 감사2팀에서 별도로 지원 업무를 수행한다. 삼천리가 참여도에서 그나마 높은 3.4점을 받은 핵심 배경이다.
정보접근성은 3점을 받았는데 주주환원책과 사외이사 후보 추천 방식이 아쉬웠다. 삼천리는 아직 시장에 명확한 주주환원정책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자공시로 확인 가능한 1994년 이후를 기준으로 30년 간 결산배당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그간 '관행'으로 미루어 알 뿐 배당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나 정책은 나타나지 않는다.
경영성과를 살펴보면 배당수익률과 영업이익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에서 KRX300 소속기업 평균치 대비 아웃퍼폼했다. 그러나 그밖의 부문은 모두 최하점을 기록했다. 특히 재무건전성 여부를 따지는 △부채비율 △순차입금/EBITDA △이자보상배율은 모두 비교기업 평균치를 밑돌았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인더스트리
-
- [유증&디테일]알파녹스, 청약완판 실패 '조달 금액 40% 축소'
- [i-point]DS단석, 이달 내 SAF 원료 첫 공급 예정
- 이에이트,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기술 사업 박차
- [삼성반도체 넥스트 50년]한진만·남석우 '투톱', 파운드리 고객·수율 확보 숙제
- '44년 LG맨' 권영수가 본 K배터리의 현재와 미래는
- [한진칼 CEO 성과평가]류경표 사장의 매직…탄탄한 기초체력 갖춘 한진칼
- 승승장구 김윤기 부사장, HL그룹 로봇사업 본격 드라이브
- [캐시플로 모니터]DL케미칼, 현금흐름 개선에도 현금 '순유출'
- [이사회 글로벌 네트워크]두산밥캣 스캇성철박 부회장, 그룹 '유일·장수' 외국인 CEO
- [한화오션-HD현대 화해와 경쟁 사이]줄어든 법적 부담감, 늘어난 협업 이유
최은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삼천리, 대기업답지 않은 단촐한 이사진 구성
- [통계로 보는 CFO]재무책임자 37%는 자사주 보유…비중은 '1% 미만'
- [2024 이사회 평가]'뼈를 깎는 정상화' 영진약품, 챙길 겨를 없던 거버넌스
- [통계로 보는 CFO]'지주사 체제의 명암' 겸직 CFO, 유가증권시장엔 6곳뿐
- [통계로 보는 CFO]유가증권시장 재무총괄 3분의 1은 '상무님'
- [통계로 보는 CFO]SOX법 취지 무색한 '재무 관리와 공시 책임 분리 관행'
- [2024 CFO 서베이]'ESG 열풍 끝' 낮아진 중요도, 사그라든 관심
- [통계로 보는 CFO]절반이 'SKY', 고려대가 최다…IT 기업은 해외파 선호
- [통계로 보는 CFO]경영학도 압도적…석·박사서도 'MBA 선호' 뚜렷
- [통계로 보는 CFO]'금녀 불문율' 먼저 깬 LG유플러스, OCI홀딩스도 합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