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b & Lab]"27년 물량까지 완판" 일진전기, 홍성 신공장 딛고 '질주''헨드메이드' 초고압 변압기 생산공장 확장, 호황 속 매출 2배 성장 전망
홍성(충남)=유나겸 기자공개 2025-01-23 09:02:08
[편집자주]
제조업이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든, 출발점은 Fab(공장)과 Lab(연구소)다. 여기에서 얼마나 고도화된 공정 개발이, 기술 연구가 이뤄지느냐가 최종 제품의 질을 좌우한다. 더벨이 기업의 산실인 제조 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 현장을 찾았다. 또 Fab과 Lab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와 연구소장, 엔지니어 등을 직접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2일 17시3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선업계는 전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글로벌 각지에서 노후화된 전력망 교체와 신재생 에너지 확산,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로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국내 전선업계도 흐름에 맞춰 사업전략을 재설정하고 투자를 단행하는 등 호황기에 올라타기 위해 경쟁을 펼치고 있다.초고압 변압기를 전문으로 하는 일진전기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신공장 준공을 완료하며 호황기에 탑승할 준비에 여념이 없다. 22일 방문한 충청남도 홍성군 갈산면에 위치한 일진전기 신공장(제2공장)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뚜렷이 느껴졌다. 창립기념일임에도 불구하고 변압기 생산 작업에 따라 공장은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날 신공장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초도 생산된 변압기 물량이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한 비공식 행사가 열려 의미를 더했다. 신공장 가동으로 생산 능력이 기존 대비 두 배로 확대됐으며 수작업 중심의 초고압 변압기 제조 공정이 강점으로 작용하면서 호황기에 유리한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1공장은 대형 변압기, 신공장은 중소형 변압기
일진전기는 국내 유일의 전선과 변압기를 통합 생산하는 기업이다. 전선 부문에서는 전력선, 중전기 부문에서는 변압기를 포함한 주요 설비를 생산한다. 특히 변압기 사업은 일진전기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일진전기는 변압기 중에서도 초고압 변압기에 특화돼있다. 초고압 변압기는 전력을 장거리로 안정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압의 전력을 변환하는 설비로 전력망의 핵심 장치다. 발전소에서 생성된 전기를 초고압으로 승압하거나 소비지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저압으로 강압하는 역할을 한다.
이날 방문한 홍성 신공장도 초고압 변압기 전문 공장이다. 전선 공장은 경기 화성에 위치해있고 초고압 변압기 공장은 홍성 제1공장, 제2공장에서 제작한다.
지난해 10월 31일 준공된 홍성 신공장은 변압기 시장 확대에 발맞춰 생산 캐파를 대폭 늘리기 위해 준공됐다. 2023년 9월 홍성 기존 공장 유휴 부지에 약 682억원을 투자해 초고압 변압기 신공장을 증설한 것이다.
이번 증설로 일진전기의 초고압 변압기 생산 능력은 기존 대비 2배 이상 증가해 연간 4300억원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변압기 매출이 기존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한현구 일진전기 변압기 생산팀장은 "전년도에 대략 변압기 120~130대를 생산했는데 올해는 200~220대 정도 생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진전기는 신공장의 중요성을 지난해 착공식에서도 강조했다.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은 직접 충청남도 홍성군 신공장을 방문해 사측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신공장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로 인해 공장 높이에도 차이가 있다. 제1공장의 높이는 32m로 24m인 제2공장보다 높다. 두 공장의 규모는 각각 5000평으로 동일하지만 공간 효율성을 고려해 대형 변압기는 더 높은 제1공장에서, 중소형 변압기는 상대적으로 낮은 제2공장에서 생산하도록 설계됐다.
충남 홍성에 초고압 변압기 공장이 자리 잡은 이유는 운송 효율성 때문이다. 공장에서 약 15km 떨어진 남당항을 통해 초고압 변압기를 수출할 수 있어 물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50톤에서 최대 400톤에 달하는 대형 변압기를 효율적으로 운송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선택된 위치다.
◇수출 중심으로 성장 가속…해외 수주 물량 80%
이날 신공장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5대의 변압기 초도 물량이었다. 이날 신공장을 찾은 이철행 일진홀딩스 전무와 김정찬 일진전기 상무 등 주요 관계자들은 초도 생산품 앞에서 기념 촬영을 진행했다.
이번 초도 생산품은 미국 민간 전력청인 내셔널그리드(National Grid)가 2022년에 발주한 115kV급 변압기다. 현재 출하 대기 상태다. 이 변압기의 높이는 건물 2층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무게는 약 80t이다.
이후 동각선을 둥글게 마는 권선(코일) 작업이 시작된다. 동각선 중앙의 구멍에는 자기 회로를 넣는 철심 가공과 적층 공정이 진행된다. 이어서 3~5일 동안 건조로에서 완전히 건조된 후 초고압 변압기가 완성된다. 변압기는 특히 수분에 민감해 이 건조 과정이 필수적이다.
눈에 띄는 점은 제조 과정 대부분이 수작업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신공장에선 작업자들이 얇은 규소 강판을 층층이 쌓고 있었다. 한쪽에선 코일을 권선반으로 감고 있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권선반은 초고압 변압기의 코일을 균일하게 감아 전기적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정밀 제조 장비다.
이처럼 정교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초고압 변압기 생산은 단기간에 마무리할 수 없는 대규모 작업으로 평가된다. 고객별로 요구하는 디자인과 사양이 모두 달라 작업의 복잡성이 더욱 커진다.
이런 이유로 변압기에는 기성품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자동화가 어려운 데다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수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 팀장은 "변압기에는 기성품이 없다"며 "주문에 따라 설계를 새로 해야 하고 고객의 요구 사항과 크기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매번 설계를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압기 제조 특성 덕분에 일진전기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등 해외 시장에서는 높은 인건비로 인해 수작업이 필수적인 초고압 변압기 제조 단가를 맞추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던 미국과 일본의 다수 기업들은 자동화가 가능한 변압기 부품 제조로 사업을 전환했다. 변압기 부품은 한 번 설계하면 수만 개를 대량 생산할 수 있어 생산 효율성이 높다.
독일은 초고압 변압기를 생산하고 있지만 근로 친화적인 환경을 중시하는 특성상 납기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납기와 품질 면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초고압 변압기 시장에서 선호받고 있다.
실제로 일진전기의 변압기 매출은 대부분 해외에서 발생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전체 수주 잔고의 63%가 중전기 부문이며 이 중 해외 수주 잔고가 80%를 차지한다. 주요 고객으로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에 변압기를 납품하고 있지만 내수 시장의 규모가 작아 일진전기는 해외 시장 공략에 주력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일진전기 관계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며 "한국 일부 기업들이 전 세계 초고압 변압기 시장의 40~5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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