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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카슈랑스는 왜]도입 22년, 흐려지는 존재감①비중 높아졌지만 기대엔 못미쳐…손보업계는 사실상 '개점휴업'

조은아 기자공개 2025-02-19 12:31:12

[편집자주]

방카슈랑스가 도입된 지 22년이 지났다. 금융권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으나 예상만큼의 파급력은 없었다. 규제가 켜켜이 쌓인 탓이다. 최근 정부가 무려 19년 만에 규제를 일부 완화하면서 향후 미칠 판도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더벨이 도입 초기부터 지금까지 방카슈랑스를 둘러싼 쟁점들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4일 15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의 합성어다. 좁은 의미로는 은행에서의 보험상품 판매를 의미하며, 넓게는 은행과 보험사의 광범위한 업무 제휴를 통해 은행에서 보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이른다.

1980년대 후반부터 유럽에서 본격 시행됐으며 미국과 일본도 오랜 갈등 끝에 2000년대 초반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우리나라에 도입된 건 2003년이다. 당시 은행업과 보험업의 칸막이가 사라져 금융산업에 지각변동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받았다. 결과는 어땠을까. 예상만큼의 기대도, 우려도 현실화하지 않았다.

◇2003년 도입, 부작용 예상됐지만 '시대의 흐름' 따라

여러 나라에서 일찌감치 도입한 데서 알 수 있듯 장점은 명확하다. 우선 기존 설계사 중심의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은행 창구에서 보험상품을 직접 판매함으로써 은행과 보험사 모두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고객은 가까운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보험료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 보험사들이 설계사들에게 지출하는 과다한 사업비를 경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점이 무색할 정도로 상당한 부작용이 예상되면서 도입이 논의될 때부터 뜨거운 논란의 대상이기도 했다. 실제 당시 정부는 방카슈랑스 도입 시기를 2003년 8월로 잡았다가 이른 제도 안착을 위해 2002년 6월로 앞당겼는데 나중에 다시 원점으로 되돌렸다.

사실 은행만 방카슈랑스를 반겼다. 중소형 보험사의 경우 은행과의 제휴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 대형 보험사는 은행이 보험사를 설립해 보험상품을 판매할 경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각각 반대 논리를 펼쳤다.

대출과 연계한 '끼워팔기' 등 불공정 판매행위가 발생할 수 있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당시 생명보험 17만명, 손해보험 5만7000명 등 23만명에 이르는 설계사들의 실직 상태를 예견하는 시선도 있었다.

단순 부작용을 넘어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정부가 도입을 강력히 추진한 이유는 금융산업의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업종간 벽을 허물어야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지고 금융산업 역시 발전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말 그대로 '시대의 흐름'이었다.


◇우려 대부분 기우로, 효과는 기대 이하

대부분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중소형 보험사들의 실적은 별다른 타격 없이 꾸준히 성장했다. 오히려 기존 대형 보험사에 비해서 작은 규모의 모집 채널을 가졌던 중소형 보험사와 외국계 보험사에게는 새로운 기회로 작용했다. 대형 보험사가 방카슈랑스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중소형 보험사와 외국계 및 은행계 보험사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졌다.

대량 실직 사태도 벌어지지 않았다. 방카슈랑스는 저축성보험 위주의 상품을 판매하고 설계사들은 보장성보험 판매에 비중을 많이 둬 영역이 겹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설계사들은 여전히 보험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채널이다. 수를 살펴봐도 되려 늘어났다. 보험사, 보험대리사(GA 등), 보험중개사를 더해 지난해 9월 말 기준 46만명에 이른다.

20년 이상의 시차가 있는 만큼 보험료가 얼마만큼 낮아졌는지를 얘기하는 건 다소 애매한 측면이 있다. 초반 5년 사이에도 어떤 통계치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1.5%와 5% 등 격차가 있었다. 다만 어느 정도 낮아진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보험료가 낮아져 소비자 편익이 증대됐는지를 놓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가격이 낮은 상품보다는 은행의 이익에 연결되는 상품의 판매가 더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방카슈랑스가 소비자보다는 은행에 더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존재감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생명보험업계에선 그나마 낫지만 손해보험업계에선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개인의 보험 가입 경로 중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중(계약 건수 기준)은 2023년 6월 19.4% 수준이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1.9%에 그친다.

개별 보험사로 가면 한층 더 존재감이 흐려진다. 삼성생명의 경우 2023년 연간 수입보험료에서 방카슈랑스로 판매한 비중이 12%였다. 지난해 1~3분기엔 10.8%로 떨어졌다. 다른 보험사들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앞으론 더욱 비중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 이후 저축성보험은 환급률에 근거해 매출이 아닌 부채로 간주되는 만큼 회계상 실적이 줄어든다. 팔아도 별 도움이 안된다는 얘기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방카슈랑스 시장에서 철회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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