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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1세대 생존기]'업종 시프트' 서부T&D, 디벨로퍼 자리매김①서부트럭터미날 전신, 스퀘어원·서울드래곤시티 개발사업 성과

전기룡 기자공개 2025-02-26 09:56:28

[편집자주]

코스닥이 개장한지 30년 가까이 흘렀다. 1세대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상장폐지된지 오래다. 산전수전을 겪으면서도 20여년 넘게 시장에서 살아남은 상장사에는 어떤 내공이 숨어있는 걸까. 더벨이 신년을 맞이해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50위권 내에 포진해 있는 알짜 코스닥 1세대 기업을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0일 08시47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부티엔디(서부T&D)는 1995년 코스닥에 상장된 '서부트럭터미날'이 전신이다. 화물트럭 터미널을 운영하는 동시에 연계된 주유소를 활용해 유류수익을 올렸다. 계열사인 '용산관광버스터미날'을 흡수합병한 직후에도 물류와 유류가 주된 포트폴리오였다. 안정적이었지만 성장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업종 시프트에 나선 배경이다. 화물터미널을 포함한 보유 부지들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복합 쇼핑몰 '스퀘어원'을 시작으로 서울 용산구 한복판에 '서울드래곤시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서울드래곤시티의 준공과 맞물려 한때 시가총액이 8000억원을 상회한 기록도 있다. 지금은 신규 사업이 주춤한 사이 시가총액이 3000억원대까지 주저앉은 상태다.

◇본업 화물터미널, 한정적 포트폴리오 성장세 '발목'

서부T&D의 전신은 1979년 설립된 서부트럭터미날이다. 공용화물자동차정류장 사업면허를 취득하면서 업을 시작했다. 초기 거점은 서울 양천구(당시 강서구) 신정동에 위치한 동명의 화물터미널이다. 연면적 약 4만㎡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화물터미널이었던 만큼 시장 점유율도 60%에 육박했다.

상장은 1995년 장외시장에 등록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듬해 장외시장에 경쟁매매 방식을 도입한 코스닥이 공식 출범하자 자연스럽게 상장사 지위를 꿰찼다. 상장 직후 자본금 규모는 5억원으로 파악된다. 서부T&D가 1997년 43억원 규모의 무상증자를 단행해 자본금을 48억원까지 늘렸다는 기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초기에는 시장의 관심을 크게 받지 못했다. 오너일가를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유통주식의 약 80%를 보유한 게 영향을 미쳤다. 영위하는 사업도 성장 가능성이 낮았다. 당시 서부T&D는 터미널 내에서 발생하는 유류수익과 주차장수익, 임대수익 등 정도에서만 매출액을 올렸다. 시가총액도 200억원대에 박스권을 형성했다.

시가총액이 처음으로 1000억원대를 상회한 건 2005년이다. 주당 액면가액을 5000원에서 500원으로 액면분할한 게 원인으로 작용했다. 계열사인 용산관광버스터미날을 흡수합병한 2008년 12월 이후부터 시가총액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실제 합병이 완료된 직후 2400억원대였던 시가총액은 4개월에만에 4000억원대까지 뛰었다.

제한적인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보유한 부동산들의 가치가 주가를 견인했다. 흡수합병 전부터 지니고 있던 서울 양천구 신정동 터미널 부지와 인천 연수구 동춘동 개발부지에 더해 용산관광버스터미날이 가지고 있던 상가 부지가 추가됐다. 보유 토지에 대한 장부가액도 2007년 820억원에서 2008년 5012억원으로 500% 이상 증가했다.

◇용도변경 후 개발 본격화, 부동산사업부문 매출 기여

서부T&D는 이른 시점부터 업종 시프트를 염두했다. 회사가 초창기 발간한 사업보고서에는 통신시설과 택배산업의 발전으로 화물터미널을 이용하는 차량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주유소간 경쟁으로 매출비중이 가장 높은 유류부문의 수익구조가 악화됐다는 내용도 존재한다.

부동산 개발·운영으로 주력 사업을 전환한 배경이다. 디벨로퍼로서 보유하고 있는 토지들을 단순 매각하기보다 개발 후 임대·운영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06년 사업목적에 '부동산 개발 및 운영업'을 추가하는 작업도 수반됐다. 같은 해 서울시 건설국 국장 출신의 강창구 당시 이사도 영입했다.

첫 사업지로는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위치한 스퀘어원을 낙점했다. 당초 유통업무설비시설을 계획했으나 주민들의 반대로 수 차례 지연됐던 곳이다. 사업이 장기화된 여파로 신세계에 인접한 부지 일부를 매각한 이력도 있다. 순연 끝에 인천시가 2009년 해당 부지의 용도를 상업시설로 변경하자 복합 쇼핑몰로 계획을 선회했다.

착공은 2010년 5월에 이뤄졌다. 착공과 맞물려 사명도 서부트럭터미날에서 서부T&D로 사명을 변경했다. 총 공사비로만 약 1400억원이 투입됐다. 착공 전부터 홈플러스를 주요 임차인으로 확보했다. 2년여간의 공사기간 끝에 2012년 10월 지하 3층~지상 5층, 연면적 16만9052㎡ 규모의 스퀘어원이 본격적인 영업활동에 들어갔다.

스퀘어원은 서부T&D 실적에 공헌했다. 오픈 당해인 2012년 283억원이었던 전체 매출이 이듬해 508억원까지 79.7%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부동산사업부문 매출이 161억원에서 39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뛴 게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스퀘어원의 오픈 시점과 맞물려 서부T&D의 시가총액도 7000억원대까지 뛰었다.

◇숙원사업 이후 다가온 여파, 신규 사업 지연 시총 3000억대

서울드래곤시티는 서부T&D의 숙원사업이다. 지금은 흡수합병된 용산관광버스터미날이 터미널 기능을 상실한 1998년부터 개발을 검토했다. 계속된 노력에도 번번히 개발제한에 부딪혔다. 한동안은 해당 부지를 터미널 대신 전자상가 형태로 운영해 임대료 수익만을 챙겨야 했다.

개발이 본격화된 건 2014년이다. 서부T&D는 4776억원을 들여 호텔을 건립하겠다는 내용을 공유했다.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는 절차도 이뤄졌다. 공사도급계약 규모만 3625억원에 달한다. 초기에는 코람코퍼스텝용산호텔사모리츠제10호에 1개동을 선매각하는 방식으로 2563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람코퍼스텝용산호텔사모리츠제10호와의 계약은 준공을 3개월 앞둔 2017년 7월 취소됐다. 대신 3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방식으로 급한 불을 껐다. 아코르엠버서더가 참여한 연면적 1846만㎡ 규모의 5성급 호텔 3개동이 준공된 이후에는 본격적인 매출이 계상됐다. 개발호재로 인해 시가총액도 8000억원대까지 상승했다.

문제는 후폭풍이다. 서부T&D는 대규모 사업을 진행한 여파로 별도기준 차입금의존도가 50%를 상회했던 이력이 있다. 서부T&D가 신한리츠운용과 협업해 스폰서리츠 형태로 2021년 신한서부티엔디리츠를 설립·상장한 배경이다. 시공사였던 대우건설이 책임준공기한을 이행하지 않았다는 명목 하에 소송전도 진행되고 있다.

지금은 서울드래곤시티를 추진하면서 입은 여파를 털어내는 동시에 차기 사업인 서울 양천구 신정동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을 준비하는 단계다. 당초 2024년 착공을 목표로 추진됐으나 수 차례 지연되고 있다. 신규 사업이 부재한 만큼 시장의 관심에서도 멀어지는 모습이다. 이달 들어서는 시가총액이 3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서부T&D 관계자는 "회사가 성장한 배경에는 스퀘어원, 서울드래곤시티와 같이 추진한 개발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게 한 몫 했다"며 "신정동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아직 설계도면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늦어도 내년에는 착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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