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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해외 전초, 제재 리스크]'자유·속박' 공존하는 금융허브 싱가포르전 세계 자금 유입에 AML·CFT 역점…'국가 AML 전략' 수립해 역량 집중

이재용 기자공개 2025-02-26 12:49:12

[편집자주]

금융사의 해외 진출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다. 회사의 진출 의지와 금융당국의 지원이 맞닿으면서 은행 등 금융사의 글로벌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해외 사업 활성화로 수익성이 증대됐지만 비례해 현지 생크션(Sanction·제재) 리스크도 커졌다. 특히 문화와 규제 수준이 달라 금융사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에 시장 공략 성패가 달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 제재 현황 등을 들여다보고 리스크 요인인 현지의 문화·규제가 무엇인지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2월 21일 13시5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싱가포르는 명실상부한 국제금융 중심지다. 정부·금융당국이 개방적인 친기업·금융정책을 펼쳐 전 세계의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조세회피처에 버금가는 강한 유인책을 제공한다고 평가될 정도다. 은행, 자산운용사 등 국내 다수의 금융사도 싱가포르를 핵심 조달 통로 등으로 삼고 활발한 현지 활동을 벌이고 있다.

기업에 자율성을 최대로 부여하지만 규제를 위반하는 경우 엄단한다는 특징도 있다. 특히 세계의 자금이 몰리는 데 따른 자금세탁 위험관리에 민감하다. 최근 5년간 자금세탁 관련으로 몰수한 자금만 6조원에 달한다. 국가 차원의 자금세탁방지(AML) 전략을 수립하는 등 관리 역량 고도화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금융중심지 싱가포르…국내 25개 금융사 현지 진출

싱가포르는 전 세계적으로도 기업의 정주 여건이 가장 좋은 국가다. 특히 개방적인 금융정책은 버진아일랜드와 케이맨제도 같은 조세회피처에 비견된다. 자본이득이나 양도소득세 등의 과세가 없을 뿐 아니라 이중과세를 방지하는 협약(DTA)을 100여 곳의 국가와 체결하고 있다.


뛰어난 정주 여건을 바탕으로 국제금융 중심지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싱가포르의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Global Financial Centres Index)는 뉴욕, 런던에 이어 세계 4위에 마크됐다. GFCI는 기업환경, 금융부문발전, 사회기반시설, 인적자본, 평판·일반요소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런 싱가포르의 약진은 아시아 금융 허브 경쟁자인 홍콩의 대내외적 어려움에 따른 반사이익을 비롯해 글로벌 자산 유치를 위한 당국의 지속적인 혁신 결과다. 특히 2020년 도입한 가변자본기업(VCC)은 대표적 혁신 성공 사례로 꼽힌다. VCC는 집합투자기구를 투자신탁이 아닌 투자회사 형태로 설립하는 새로운 유형의 투자 구조다.

모든 유형의 투자 펀드에 적용 가능하며 은행, 보험사도 운용할 수 있다. 특히 VCC 형태의 펀드는 운용 자산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 각종 세금 혜택(법인세, 소득세 면제)과 주주명부 공시 의무 면제 등의 혜택도 존재해 홍콩에서 이탈한 외국 자금의 상당 부분을 유치하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국내 금융권도 국제금융중심지 싱가포르에 전초 기지를 세워 격전을 벌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국제업무국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한국계 금융사의 싱가포르 현지 점포는 모두 26곳(현지법인 산하 점포 제외)이다. 지주, 은행, 증권, 자산운용, 보험 등 25개 회사의 현지법인과 지점이 진출한 상태다.

싱가포르 진출 한국계 은행의 경우 대부분 현지 금융 수요를 공략하기보다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인근 국가에 진출한 법인이나 지점의 조달을 지원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수출입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5곳(국민·신한·우리·하나·산업은행)이 본사 크레딧을 적용받는 지점 형태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이유다.

◇AML·CFT에 관리감독 역량 집중…MAS, 위반 시 엄단 예고

싱가포르는 금융허브로서 성장을 이어가는 한편 돈의 유입에 동반하는 범죄 위험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당국인 '통화감독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 MAS)'은 금융 허브로서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심사 강화, 규제 정비 등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통화감독청은 싱가포르 중앙은행 및 여러 정부기관에 분산돼 있던 통화감독업무를 전담하는 기관이다. 통화위원회와 합병하면서 기존 은행·보험·증권선물업 감독과 민간부분컨설팅 업무에 통화발행 및 통화량조절, 외환보유고관리, 정부채발행 등 통화발행업무까지 수행 중이다.

최근 통화감독청이 역점을 두는 부문은 AML과 테러자금조달방지(CFT)다. 2023년에는 30억싱가포르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이르는 대규모 자금세탁 범죄에 현지은행 및 외국계은행 일부가 연루된 것을 적발했다. 201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자금세탁과 관련해 압수한 불법 자금은 60억싱가포르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자금세탁 관련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통화감독청은 AML을 위반한 금융기관이 발견되는 경우 강력하게 조치할 것임을 경고했다. 자금세탁 및 테러 대응 정보를 공유하는 세계 최초 중앙 집중식 디지털 플랫폼 'COSMIC'을 출시하는 등 AML·CFT에 대한 감독 역량 제고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국가 AML 전략(National AML Strategy)을 수립해 AML에 국가적 역량을 집중했다. 국가 AML 전략은 예방, 탐지, 집행이라는 세 가지 핵심 기둥을 중심으로 구성된 포괄적인 프레임워크로 불법 자금 흐름에 대처하는 금융 부문의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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